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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방 앞에 선 사람들의 풍경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한쪽에는 레시피를 성전처럼 받드는 '계량의 신봉자'들이 있다. 식재료의 그램 수부터 불의 세기, 초 단위의 타이머까지 철저히 계산된 그들의 조리대는 흡사 정밀한 과학 실험실을 방불케 한다. 반대편에는 감각의 파도를 타는 '직관의 요리사'들이 있다. "적당히"와 "한 꼬집"이라는 모호한 단어 사이를 유영하며, 오로지 코끝에 닿는 향과 보글거리는 소리에 의지해 맛의 지도를 그려나가는 이들이다. 어느 쪽이 우월한지는 중요치 않다. 각자가 신뢰하는 맛에 도달하는 경로가 다를 뿐이다.
하지만 흥미로운 지점은 아무리 철저한 원칙주의자라도, 혹은 제멋대로인 자유주의자라도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자신만의 '한 끗'이 있다는 사실이다. 쌀을 씻는 횟수만큼은 고집스럽게 지키는 이가 있는가 하면, 고기를 구울 때만큼은 과학적 수치 대신 육질의 빛깔과 집게 끝에 전해지는 감각에 인생을 거는 이도 있다.
이쯤 되면 요리는 단순히 허기를 채우는 행위를 넘어, 한 인간이 세상을 대하는 태도와 고유한 주관이 투영된 거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최근 요리 경연 프로그램들이 증명하듯, 세상에는 셀 수 없는 요리사가 존재하지만 단 한 접시도 같은 맛은 없다. 레시피는 공유될 수 있어도, 그 음식을 완성하는 ‘손때 묻은 감각’까지 복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국물 맛이 깊은 이유는 단순히 좋은 간장을 써서가 아니라, 거품을 걷어내는 인내의 시간과 불을 끄는 찰나의 결정 같은 '비밀 레시피'가 숨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삶 또한 하나의 거대한 요리 과정과 닮아 있다. 타인이 복제할 수 없는 나만의 고유함. 그것은 누군가에게는 매일 아침 창을 여는 루틴일 수도, 타인을 향한 특유의 다정한 말투나, 고집스럽게 지켜온 취향의 조각들일 것이다. 우리는 모두 자신만의 비밀 레시피를 품고 각자의 생을 끓여낸다. 그 사소하고도 은밀한 비기들이 모여, 이 무미건조할 뻔한 세상을 이토록 다채롭고 감칠맛 나게 채우고 있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