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을 잘 하는 사람

by 휴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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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을 잘하고 싶다. 뜬금없게 들리겠지만 진심이다. 여기서 '잘한다'는 의미는 횟수의 빈번함이 아니라, 시의적절하게 안성맞춤인 온도를 가진 거짓말을 부리고 싶다는 뜻이다.

우리는 '정직'을 절대 선으로 주입받으며 자랐다. 정직의 반대편에 선 거짓말은 언제나 죄악의 영역이었다. 동화 속 거짓말쟁이들은 예외 없이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고, 진실하지 못한 언어는 사기꾼의 행각과 다름없다고 배웠다. 투명함만이 인간의 유일한 도덕적 의무인 양 믿어온 세월이었다.

하지만 어른의 시간 속에 발을 담그고 나서야 의문이 생겼다. 진실이 언제나 최선일까. 날 선 진실이 때로는 무딘 거짓보다 더 잔인하게 타인의 마음을 베어버리는 장면들을 목격하곤 한다. 인생의 어떤 순간에는 진실을 유보하거나, 예쁜 포장지로 감싼 거짓이 나를 포함한 주변의 풍경을 훨씬 풍요롭게 만들기도 한다. 누구에게도 해가 되지 않으면서, 서로의 세계를 잠시나마 평화롭게 지탱해 주는 기만들.

나를 위해 서툰 솜씨로 차려낸 음식 앞에서, 맛의 평론가가 되기보다 세상에서 가장 근사한 식사를 마친 사람처럼 감동 섞인 치하를 건네는 것. 시험에 낙방해 무너진 마음을 뒤로하고, 걱정 어린 부모님 앞에서 의젓하게 웃으며 "다 계획이 있으니 염려 마세요"라고 호탕하게 큰소리치는 일들.

이런 거짓말들은 때때로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순간들을 마주하게 한다. 사랑하기 때문에 지어내는 허구는, 때로 날것의 진실보다 더 깊은 진심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오늘도 누군가의 마음을 다치게 하지 않는, 가장 다정한 거짓말쟁이가 되기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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