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스러울 수 있다는 것

by 휴운


*

아이들의 글이나 그림을 지켜본다. 화려한 수식어들 고상한 단어나 표현, 특출난 기술이 있는 것도 아닌데 어쩐지 마음이 뻐근하다. 그들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기술은 손에 연필을 꼭 쥐고 힘주어 또박 또박 천천히 글씨를 쓰는 것. 좋아하는 색을 신중하게 골라 빈 도화지에 하나 하나 모양을 그리고 채워가는 것. 그정도의 것들이다.

하지만 왠일인지 맞춤법조차 맞지 않는 그들의 전언, 머리와 몸통의 비율이 거의 같은 사람들로 가득한 그림들이 마음을 움직인다. 그것들이 내 마음으로 향해 오는 길이 굽이 굽이 돌아 오는 것이 아니라, 오직 한 지점을 향해 쭉 달려오기 때문이리라. 이것 저것 덧대지 않고 변형하지 않았기에 본질이 더 또렷하게 보인다.

아는 것이 많아지고, 할 줄 아는 것이 늘어나고 머릿속에 여러가지 것들이 채워지는 것과 동시에 소위 '멋'을 내고 싶은 마음이 생겨난다. 조금 더 멋져보이고 싶고, 능숙해지고 싶은 마음. 그렇다고 너무 대놓고 나의 멋짐을 으스대고 싶지는 않은데, 그래도 누군가는 나의 제법 신경 쓴 노력과 정성을 알아차려 주었으면 하는 마음.

사실은 그런 마음들이 자리잡기 시작하면 진짜 멋과는 멀어지는 것 같다. 조금만 더, 의 마음으로 자꾸만 덧칠을 하다보면 탁해지고 번져가는 수채화처럼. 커져가는 욕심과, 다른 사람에게 보여지는 모습을 의식하며 나에게 맞지 않는 것들을 좇아가다 보면 정작 나만의 색과 매력조차 제대로 찾지 못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어쩌면 촌스러울 수 있다는 것은, 용기이자 특권이라는 생각을 한다. 모두가 원하는 모습을 따라가지 않고, 조금 덜 세련될지라도 나만의 것을 지키겠다는 마음. 그리고 많은 기교와 기술, 생각들에 사로잡히기 전의 순수한 상태. 그 두 마음과 상황이 이루어내는 촌스러움은 오히려 더 특별하고 귀하다.

촌스러움이 촌스럽게 느껴지지 않는 사람.

그런 사람을 곁에 두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거짓말을 잘 하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