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가 나에게 기대하는 것들
우리 동네는 장이 일주일에 세 번 선다. 그중 월요일과 화요일에 각각 다른 돈까스가 오는데 월요일 돈까스는 만원에 6장, 화요일돈까스는 만원에 5장을 준다. 크기도 비슷하다. 당연히 월요일 돈까스를 더 선호할 것 같지만 우리 동네는 화요일 돈까스가 인기가 훨씬 좋다. 11시에 와서 두시에 다 팔려 간 날도 자주 있다. 왜 그럴까.
사실 맛이나 튀김 수준은 비슷하고 크기도 비슷했다. 두 돈까스 다 기름을 수시로 새로 갈아서 깨끗하다. 양은 오히려 월요일 돈까스가 더 많다. 월요일 돈까스의 주인은 40대 중후반 느낌의 남자였는데 친절하고 예의 바르고 깍듯했다. 화요일 돈까스의 주인은 20대 후반이나 30대 초반의 남자인데 싹싹하고 살갑다. 어머니 아버님이라는 단어를 편안하게 사용했고 사람이 지나가면 안녕하세요 를 먼저 외쳤다. 현금이 없다고 하면 계좌이체를 해주던가 정 안되면 다음 주에 달라고 한다.
단순히 이 이유일까. 사람들이 돈까스 장에 기대하는게 뭘까, 저렴하면서 정이 있는, 편안하고 푸근한. 말 한마디에도 마음을 둘 만한 정을 찾지 않을까. 그런 면에서 화요일 돈까스 주인은 단순히 본인이 싹싹하고 성실한 것을 넘어, 사람들이 아파트 장에 대해 기대하는 것들을 잘 충족시켜주고 있다. 내가 기대하는 걸 채워주는 쪽으로 사람들은 끌리기 마련이다. 단순히 내가 열심히 하면 되지 라는 걸 넘어 내가 있는 환경에서 내가 어떤 무언의 메시지를 내고 있는지 한 번쯤은 생각해 볼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