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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마튤립 Aug 16. 2024

그저 맑은 하늘을 보면, 그게 바로 행복이지 뭐

100일간의 육아 감사일기 #26

어느새 내가 느끼는 행복의 감정은 무척이나 소소해졌다.


좋은 곳에 가고 좋은 것을 갖고 좋은 것을 먹는 등의 행위도 물론 행복을 가져다주긴 하지만,

내가 정말 '아 너무 좋다!' 하고 느끼는 감정들은 주로 자연에서 오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자면, 요즘같이 뜨거운 여름날 만날 수 있는 깨끗한 파아란 하늘과 새하얀 뭉게구름 그리고 뜨거운 햇살 아래에서 무럭무럭 자라는 초록 잎들 같은 소소한 것들 말이다.

그저 맑은 날에 밖에 나가 고개를 살짝 들면 볼 수 있는 것들이라 소소하다고 쓰긴 했지만, 내게는 꽤나 큰 행복이다.


요즘에는 미세먼지다 뭐다 하며 하늘이 흐린 날들이 많기 때문에, 언제든 마음 편히 콧구멍 활짝 열고 바람을 들이마시기가 쉽지 않은데, 앞서 이야기한 날이라면 깨끗한 공기를 한껏 들이마셔야 한다. 그 바람의 온도가 조금은 높을지라도!


하늘이 맑으면 왜 기분이 좋을까?

골똘히 그 이유를 생각해 보았지만 딱히 별다른 이유가 떠오르지 않는다. 어떤 행위에는 반드시 정당한 이유가 필요하다면, 그저 별다른 이유 없이 '그냥!'이라고 말해도 괜찮은 것이 있어야 균형이 맞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적당히 얼버무려봐야겠다.


나는 하늘에 구름 움직이는 모습이 너무 신기하고 예뻐서, 때론 창틀에다가 휴대폰을 올려놓고 타임랩스를 찍어 몇 번이고 구경하기도 한다. 특히 하늘이 맑은 날 해질녘이 되면 하늘색이 순식간에 수채화 칠한 듯 주황빛으로 가득한데, 이 순간은 정말 찰나이기 때문에 그런 날엔 어김없이 휴대폰을 들어 사진 또는 영상을 남긴다.

타임랩스를 찍는 이유는 구름이 움직이고 변하는 모습이나 해가 지면서 어둑어둑해지는 풍경을 몇십 분 동안 하염없이 보고 앉아있기는 어렵기 때문인데, 타임랩스를 찍으면 그 모습을 온전히 그리고 조금 더 빠르게 감상할 수 있기에 종종 사용하곤 한다.


사실 요즘에는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아기의 사진과 영상을 담느라 저장공간이 부족해 하늘을 담은 타임랩스는 찍지 못하고 있지만, 그래도 하늘이 예쁜 날이면 어김없이 사진을 찍고 있다.


매일 보는 같은 하늘인 듯 하지만, 가끔 특별히 더 예쁜 하늘을 만나면 그때의 기억은 더 짙게 남는 듯하다.

남편과 함께 여행했던 여수에서 서울로 돌아가는 KTX를 타기 위해 역에 도착했는데, 마침 하늘색이 정말 동화 속 풍경같이 황홀해서 감탄사를 몇 번이고 내뱉으며 그 짧은 찰나를 마음껏 누린 적이 있었다. 그리고 훗날 산책을 하다가 비슷한 색상의 하늘을 본 적이 있었는데, 여수에서 만난 예쁜 하늘을 이야기하며 자연스레 추억 속으로 빠지게 되었다.

여수의 하늘색과 비슷했던 어느날의 저녁하늘

만약 여행이 예쁜 하늘로 아름답게 마무리되지 않았더라면, 지금보단 그때를 덜 추억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예쁜 하늘이 주는 힘은 꽤나 강력한 듯하다.


그렇기 때문에 고개를 들면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하늘일지라도, 하늘이 주는 그 특별함 때문에 우리는 저 먼 곳으로 석양 오로라 별똥별 등을 보러 떠나나 보다.


맑은 하늘에 떠있는 것들은 그냥, 그냥 다 예쁘다.

물론 아무것도 떠 있지 않은 맑은 하늘도 그렇다.




오늘은 육아 감사일기 스물여섯 번째 날이다.


남편의 샌드위치 휴무 덕에, 하늘이 예쁜 오늘 세 식구가 나들이를 나섰다.

올림픽대교를 가로지르는 동안 한강 너머로 보이는 맑은 하늘과 구름에 신이 난 나는, 창문을 열어 찰칵! 사진을 찍었다.


곤히 자고 있던 아기가 카메라 소리에 놀라 잠이 깼다가, 이내 다시 잠이 들었다.

아기야 미안! 오늘 날씨가 좋아서 엄마가 기분이 좋아 그만,


목적지까지 가는 동안 아기가 잠을 자준 덕에, 오랜만에 맑은 하늘과 예쁜 구름들을 많이 만났다.

고속도로 방음벽에 예쁘게도 피어난 쨍한 능소화도 보고 말이다.

오랜만에 예쁜 하늘과 구름을 마음 편히 본 날이다.

내가 소소하지만 큰 행복을 느낄 수 있던 날이었단 이야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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