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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마튤립 Aug 18. 2024

일상을 여행자처럼 살아보기

100일간의 육아 감사일기 #27

2018년 가을, 남편과 함께 갔던 포르투갈에서 신혼여행 일정이 끝나갈 즈음 우리는 이런 이야기를 나눴다.


"벌써 여행이 끝나고 한국으로 돌아가야 한다니 너무 아쉬워!"

"그러니까, 어떻게 하면 아쉬움이 덜할까?"


여행이 끝나갈 즈음에 종종 느끼는 감정이지만, 신혼여행의 특별함 때문이었는지 우리의 제대로 된 첫 여행이었어서 그런지, 거의 열흘이 넘는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짧게만 느껴졌다.


그러던 중, 둘 중 누군가가 이런 이야기를 했다. (꽤 오래된 이야기라, 발화자가 누구인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서울로 돌아가도, 우리 매일을 여행하듯 살아보자! 어차피 우리 둘이 함께하는 날들도 재미있을 거야!" 하고 말이다.


그러고 보니, 여행이 끝나고 한국으로 돌아가면 우리 둘이 함께하는 신혼생활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것이었다. 이렇게 생각해 보니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그다지 아쉽지 않고, 오히려 또 다른 기대감이 부풀기 시작했다.


‘우리 함께하는 서울 여행도 재미있겠다!’


그 기대에 걸맞게, 우리는 시간이 나는 대로 동네 산책을 나섰다. 우리 집을 기준으로 동서남북을 모두 탐방해 가며, 일상을 살아가지만 때론 여행자처럼 동네 구석구석을 살펴보았다.


신기하게도, 자주 걷던 골목골목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곳이 있었어? 할 정도로 새롭게 느껴지는 가게들이 많았다. 원래 있던 가게, 새로 생긴 가게, 사라진 가게들을 보며 우리 둘만의 쓸데없는(?)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마치 여행지 골목골목에서 만나는 가게들을 모두 신기하게 하나하나 탐색하는 것처럼 말이다.


매일같이 일상을 여행처럼 살 순 없었지만, 가끔 생각날 때면 ‘이 동네를 여행하는 사람’ 모드로 전환을 하여 산책을 나섰고, 그럴 때면 어김없이 새로운 것들이 눈에 들어오곤 했다.


여행이 소중한 이유는 일상에서 벗어나 색다른 환경에서 복잡한 생각 없이 그 순간만을 즐기면 되기 때문인데, 매일 여행을 할 수 없다면 우리의 일상을 가끔은 여행하듯 살아보자고 했던 그 이야기가, 우리에겐 꽤나 소용 있는 대화였던 것이다.


사실 나는 가끔, 일상을 살아가는 때에도 내가 지구라는 행성을 여행온 사람이라는, 다소 ’N‘스러운 생각을 하곤 한다. 그렇게 생각을 하니 무겁고 어려운 일들도 조금은 가벼이 넘어갈 수 있게 되었고, 쓸데없는 것에 연연하지도 않게 되었다. 어차피 언젠간 떠날 테니 후회 없이 살자는 생각이 주를 이루어, 아쉽지 않은 하루하루를 살기 위해 노력하려는 좋은 습관도 생겼다.


우리 부부의 긴 여행길에, 작년 9월 새로운 여행자가 탄생했다. 새로운 여행자 덕에 매번 가던 길들이 더 다채롭고 즐거워진 요즘이다.


새로운 여행자로 등장한 우리 아기, 그리고 남편과 함께 앞으로도 부단히 일상을 여행처럼 즐거이 보내봐야겠다.


우리는 지구를 함께 여행하러 온 세 식구이니까!



오늘은 육아 감사일기 스물일곱 번째 날이다.


아기의 잠자리를 위해 저녁이 되면 외출은 삼가고 집에만 있는 적이 많았는데, 신나는 토요일인 오늘- 밤이 늦었지만 한강에 있는 카페로 마실을 나갔다.


남편과 종종 왔던 한강이지만 아기와 보는 한강의 야경은 처음이라서, 세 식구가 함께 기념사진을 남기고 카페로 들어갔다.


새로운 여행자인 아기가 추가되면서, 우리에게 새롭지 않은 것들이 꽤나 새로운 것들로 가득해졌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모든 것들이 새로워졌다.


아기 덕분에 오늘의 한강 나들이도 전보다 더 즐겁고 풍부해졌으니, 오늘은 아빠품에서 곤히 잠든 아기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해야겠다.


엄마아빠의 여행을 다채롭게, 새롭게 만들어줘서 고맙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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