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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마튤립 Aug 19. 2024

쓱싹쓱싹 꺄르르, 행복이 난무하는 아기의 목욕시간

100일간의 육아 감사일기 #29

요즘같이 더운 날에는 바깥에 잠깐만 나갔다 와도, 아기의 머릿속이 땀으로 송골송골하다.

그리고 침대에서 잠을 자고 일어나면, 방이 덥지 않아도 머리가 침대에 닿은 부분이 축축하게 젖어있곤 한다.


아기는 나를 닮아 땀순이로 태어난 듯하다. (미안해 아기야.)


땀을 많이 흘리고 집으로 돌아온 때나 저녁잠을 재우기 전에 아기의 목욕을 시키곤 하는데, 매일같이 찾아오는 아기의 목욕시간에는 '꺄- 까르르' 하는 소리로 화장실이 가득 채워진다.

(아기의 목욕은 거의 남편이 담당하고 있지만, 가끔 내가 할 때도 있다.)


부엌에서 내가 저녁을 준비하거나 설거지를 하고 있을 때 보통 아기가 목욕을 하곤 하는데, 사랑스럽고 귀여운 소리가 귓가에 들려오면 화장실로 발걸음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아빠가 치는 물장난에 꺄르르하는 아기.

거품을 묻혀 쓱싹쓱싹 닦아주는데, 간지러운지 꺄르르 해맑게 웃는 아기.


마치 광고에서나 들을법한 아기의 '끼약- 꺅! 꺅~'하는 웃음소리를 들으면, 정말 내 마음이 절로 무해해지는 듯하다. 목욕하러 가기 전에는 귀찮은지 인상을 찌푸려가며 울던 아기가 어느새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는 걸 보면, 나도 이내 행복해진다.


무해한 웃음을 짓는 아기와 그 아기를 행복한 듯 바라보는 아빠, 그리고 그 둘을 바라보며 마음이 알 수 없게 편안하고 따뜻해지는 나.


목욕을 마치고 나면 아기는 하얀 아기수건에 쏙 싸여 아빠 품에 안겨 나온다.

그러면 남편은 꼭 아기를 내게 데려와서 '엄마! 저 목욕 다 했어요~ 저 예쁘죠?' 하고 아기를 대변해 이야기해 주곤 하는데, 그때 아기의 뽀송뽀송한 모습은 정말 천사가 따로 없을 정도로 예쁘게 느껴진다. 그러면 나도 온 마음을 다해 아기에게 사랑의 표현을 해준다.


개운하게 씻고 아빠에게 안겨 엄마의 사랑표현을 받은 아기는, 그 감정을 온전히 느낀 듯 행복한 표정을 짓는다.


매일 이렇게 씻고, 사랑을 주고받으며 아가는 무럭무럭 계속 성장하는 듯하다.

욕조에 빠질까 봐 노심초사할 정도로 작았던 아기가, 어느새 욕조를 한가득 채우고 심지어는 욕조를 빠져나오려고 일어서는 행동까지 하게 된 것만 보아도 그렇다.


아기들은 씻을 때, 잠잘 때 무럭무럭 자란다고 한다.

오늘도 아기는 어제보다 조금 더 자랐겠지?


항상 함께 하고 있음에도, 아기가 불쑥불쑥 커가는 것이 아쉽게 느껴지는 밤이다.




오늘은 육아 감사일기 스물아홉 번째 날이다.


오랜만에, 남편이 퇴근하기 전에 내가 아기의 목욕을 시켜주기 위해 화장실로 함께 들어섰다.

졸린지 눈을 비비며 칭얼거리는 아기에게 '우리 깨끗하게 쓱싹쓱싹 씻자~'하고 말하며 아기를 욕조에 쏙 넣어주었다.


따뜻한 물을 틀어 몸을 적신 뒤, 거품을 내서 이곳저곳 미끌미끌 몸을 씻겨주었다.

안 그래도 피곤한데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목욕이라는 행위 자체만 하면 아기가 목욕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울기 때문에, 재미난 소리를 내며 씻겨주니 내가 좋아하는 '꺅- 꺄아악!' 하는 소리를 내며 몹시 즐거워했다.


또, 간질간질~ 간지럽히는 행동을 하려고 하니 아직 몸에 손이 닿지도 않았는데 마치 간지러움을 느낀 것처럼 또 '꺅~ 꺄아꺅!' 하며 웃는데, 그 순간을 박제하고 싶을 정도로 무척이나 행복해져서 나 역시도 소리를 내며 함께 웃었다.


목욕을 마치고, 기저귀를 채워주려고 하는데 엉금엉금 빠르게 도망가는 아기의 뒷모습이 어찌나 또 귀여운지. 포동포동 아기의 엉덩이를 통통 쳐준 뒤, 잽싸게 기저귀 채우기 미션을 클리어했다.


아기를 씻기는 일은 조금 귀찮게 느껴지긴 하지만, 막상 시작하면 행복이 가득해지는 일이다.

마치 운동을 가기 전에는 세상만사가 귀찮은데, 운동을 시작하기만 하면 에너지가 샘솟는 것처럼 말이다.


아기의 무해한 웃음을 한없이 맛볼 수 있어 행복한 하루였다.

아기는 오늘도 엄마아빠의 사랑 안에서 무럭무럭 자라난, 그런 따뜻한 하루였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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