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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마튤립 Aug 18. 2024

아기에게 처음으로 뽀뽀를 받았다

100일간의 육아 감사일기 #28

오늘은 우리 아기가 339일째 되는 날이다.


갓 태어나 속싸개에 싸인채로 매일매일 먹고 자고 먹고 자고 하던 때가 엊그제인데, 어느덧 많이 자라 이제 혼자 서있기를 연습하고 있다.


왕초보 엄마아빠 시절에는 아기가 우는데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기가 어려워서, 우왕좌왕하며 기저귀도 갈고 밥도 주고 재워도 보고 하는 식으로 불편함을 해소해 주고자 노력했었다.

이제는 아기의 패턴을 알기도 할뿐더러, 아기가 원하는 것이 눈에 보이면 직접 소리를 낸다든지 표정을 짓는다든지 하는 덕에 조금은 더 빠른 해결이 가능해졌다.


11개월의 시간 동안 아기는 급속 성장을 이뤄냈다.


요즘에는 문화센터에서 배운, 손을 쓱싹쓱싹~ 하며 비비는 행동을 참 좋아한다. 쓱싹쓱싹~하는 노래를 불러주면 아기는 즐거운지 해맑게 웃으며 두 손을 모아 박수를 치거나, 조심스레 두 손을 비비곤 한다.


한 번은 남편이 아기를 태우고 지하주차장에서 나가는데, 뒷자리에 혼자 있어서 무서웠는지 으앙 하고 울다가 ‘쓱싹쓱싹~~’ 하고 노래를 불러주니 울면서도 자동으로 손을 쓱싹쓱싹 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는데, 너무 귀엽고 기특해서 (아기가 으앙 울어 안타까운 것과는 별개로) 마음이 뭉클했다.


또, 위험한 행동을 하려고 하거나 집히는 대로 다 입에 넣으려고 하면 ‘안돼! 위험해’ 혹은 ‘안돼! 지지야’ 하며 제지를 시키는데, 그 말을 들으면 하려던 행동을 멈추고 엄마 혹은 아빠를 쳐다보는 것도 무척이나 신기하고 신비롭다.


아기는 안된다고 말하면 하던 행동을 멈추라는 것이라는 걸 언제 알게 된 걸까?

쓱싹 쓱싹이 손을 비비는 것이라는 건 어떻게 배운 걸까?


우리는 아기가 아무것도 모를 것이라 생각했지만, 아기는 300여 일 동안 무럭무럭 성장하며 우리의 이야기를 다 듣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엄마 아빠가 사랑한다고 말해주면 방긋 웃어주고, 웃긴 표정을 지어 보이면 재미있다는 듯 소리 내며 웃고, 어떤 말에 맞는 행동(짝짜궁, 곤지곤지, 쓱싹쓱싹과 같은)을 알려주면 다 듣고 숙지하고 있다가 그 행동이 가능해질 즈음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이었다. 뿌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이다.


아기는 다 알고 있다. 아기들은 우리의 생각보다 더 똑똑한 것 같다.


때문에 원래도 그랬지만, 앞으로 더 말과 행동을 조심하며,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부모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제법 말귀를 알아듣기 시작한 아기가, 종알종알 재잘재잘 말을 하게 되면 얼마나 또 귀엽고 사랑스러울까! 벌써 기대가 한가득이다.

아기 덕분에, 앞으로 우리에게 다가올 날들 역시 풍부하고 행복하게 채워질 걸 생각하니 시간이 흘러가는 것이 아쉽지 않아 졌다.


아기야, 새로운 행복과 감동을 전해줘서 고마워!

앞으로 엄마아빠가 좋은 모범을 보이며, 바른 아기가 될 수 있도록 잘 키워줄게!


하고 다짐해 보는, 그런 결의에 찬 밤이다.



오늘은 육아 감사일기 스물여덟 번째 날이다.


세 식구가 달콤한 잠에서 깬 뒤, 함께 침대에서 뒹굴거리고 있었다. 아기에게 장난을 치니까 재미있는지 까르르 웃으며, 요리조리 침대를 옮겨 다녔다.


그러던 중, 남편이 ‘아기야- 아빠 뽀뽀!’ 하고 이야기하며 입을 쭉 내밀자 아기가 입을 아- 벌리고 다가와 아빠 입술에 도장을 찍듯 아- 벌린 입을 갖다 대고 갔다.


‘우아! 아빠한테 뽀뽀해 준 거야? 엄마도, 엄마 뽀뽀해 드리자!‘ 하고 남편이 이야기하자 아기가 방향을 틀어 내게 왔다.


입을 아- 벌리고선.


삐쭉 내 입술을 내밀고 아기의 뽀뽀를 기다리니, 조그마한 아기의 입술이 오므라든 내 입술과 만났다. 아기의 입은 아- 벌어져 있어, 아기의 침이 입술에 조금 묻었지만 기분이 너무 좋았다! 아기가 해준 첫 뽀뽀였으니 말이다!


오늘 아기는 뽀뽀를 얼추 익힌 듯하다.

내일 다시 잠시 까먹을 수 있지만, 깨끗한 입으로 아기에게 종종 뽀뽀를 해줘야겠다. 아기가 뽀뽀를 완벽하게 숙지할 수 있도록 말이다.


아기가 해준 뽀뽀가 생각난다.

말랑하고 조그만 입술의 감촉이 정말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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