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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마튤립 Aug 20. 2024

아기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까

100일간의 육아 감사일기 #30

문득 내 앞에서 부단히 서있는 연습을 하는 아기를 보고 있자니, 새삼스레 신비로운 느낌이 들었다.


남편과 나, 우리 둘 사이에서 아기가 저 작고 귀여운 아기가 탄생했다는 사실이 말이다.

남편과 함께한 지 어언 11년이 되어가는데, (연애 5년+결혼 6년) 그 와중에 아기가 없던 세월이 거의 10년이나 되는데, 이제는 아기가 없던 우리의 삶이 전혀 그려지지가 않는 것도 그렇고 말이다.


아기가 없던 세월이 훨씬 긺에도 불구하고, 아기가 없던 삶을 아무리 떠올려보려 하지만 머릿속에서 아기의 흔적은 결코 지워지지 않는다. 그만큼 이제 우리의 삶에 아기의 존재가 너무나 당연해진 것이다.


'새로운 생명의 탄생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까?'

'그리고 아기는 이 세상에 태어나 어떤 삶을 살아가게 될까?'

조금은 생각이 필요한 질문일 수 있겠지만, 나는 아기를 키우면서 이런 생각을 종종 해보려 한다.


그저 '우리를 꼭 닮은 아기를 낳아, 세 가족이 오순도순 행복하게 살아야지!' 하는 단순한 생각으로 아기를 키우기에는, 꽤나 막중한 책임감이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 연유로, 우리가 아기를 갖기 전에 한 이야기가 있다.

'아기를 키우는 데에 있어 우리의 목표는 아이가 올바르게 부모로부터 독립을 할 수 있게 돕는 것이고, 우리 역시 아이를 우리의 소유물이 아닌 독립적인 존재로 바라보도록 노력하자.'는 식의 이야기였다.

아이도 부모도 서로에게 독립이 되지 않으면 서로가 버겁고 힘든 상황이 일어나는 경우를 본 적이 있기에, 우리는 이 마음을 꼭 되새기며 육아를 하자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사실 아기를 키우는 순간순간에는 정신없이 흘러가서 이런 깊은 생각을 할 겨를이 없지만, '오늘 아기가 나를 좀 힘들게 하네, 지친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정신을 번뜩 차리게 된다.

'아기가 이 세상에 태어나고 싶다고 해서 태어난 게 아닌데, 우리가 아기를 태어나게 한 사람들인데 이런 마음이 들어도 되나? 이래서 우리가 말한 대로 아기를 바르게 잘 키울 수 있나?' 하는 생각이 이내 찾아오기 때문이다.


그러면 조금 힘들었던 마음이 살짝 정화되면서, 다시 아기의 사랑스러움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그와 동시에, 아기로 인해 힘든 감정을 느낀 나 자신이 미워지기도 한다.


'새로운 생명의 탄생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까?'

'그리고 아기는 이 세상에 태어나 어떤 삶을 살아가게 될까?'


수많은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지만, 아직 초보 엄마여서 그런지 글로 적어내기엔 아직 어려운 듯하다.


다만, 아기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지- 그리고 어떻게 해야 아기의 삶을 잘 살도록 도와줄 수 있는지를 생각하며 키우다 보면 올바른 길이 보이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보는 그런, 생각이 많아지는 밤이다.




오늘은 육아 감사일기 서른 번째 날이다.


아기가 혼자 일어서려는 연습을 부단히 하는 요즘, 아기는 오늘도 역시 수십 번 섰다 앉았다를 반복했다.

'기어 다니기 다음은 서는 연습을 해야 해!‘하고 알려준 사람이 있는 것처럼, 어느새 아기는 스스로 걷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혼자 서고 앉기를 반복하며, 일초 이초 삼초 사초 오초가 될 때까지 서 있으면서 만세를 하고 뿌듯한 표정을 짓는 아기를 보며 순간 마음이 뭉클해졌다.

그리고는 '이 아기가 없었으면 내 삶은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눈을 마주치면 부스스한 머리를 한 채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미소를 지어주고, 내가 웃으면 이유 없이 따라 웃어주는 등.. 내게 무한한 사랑을 주는 우리 아기가 있어서 마음이 충만한 요즘이기에 말이다.


아기에게 사랑을 주며 잘 클 수 있도록 돌봐주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되려 나도 아기에게 무한한 사랑을 받고 있었다.


어떤 이유도 필요 없이 그저 서로 무한한 사랑을 주고받을 수 있는 관계. 그런 관계 덕에 요즘 나의 삶은 더 다채로워지고 있는 중이다.


내일은 고마운 나의 아기에게, 오늘보다 더 많은 사랑을 전해줘야겠다. 더 많이 웃어줘야겠다. 아기가 ‘아 오늘 엄마한테 사랑 많이 받았다~! 밤에 꿀잠 자야지!’하고 생각할 수 있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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