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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를 낳고 깔끔쟁이가 되어가는 중입니다

100일간의 육아 감사일기 #32

by 마마튤립

결혼을 하기 전, 부모님과 함께 살 때 자주 듣던 잔소리가 있었다.


‘방이 이게 뭐야! 깨끗하게 해 놓고 다녀! 나중에 결혼해서 어떻게 하려고 그래~’


내 방이 돼지우리 같이 발 디딜 틈 없게 지저분하진 않았지만, 매일 깨끗하게 청소하며 지내시는 엄마아빠의 눈엔 몹시도 맘에 안 드셨던 것이었다. ‘흥! 결혼하면 깨끗하게 해 놓고 살 건데~!‘ 하고 속으로 생각하며, 입을 삐쭉 내민 채 방을 정리하곤 했다.


그리고 지금- 결혼도 하고 아기까지 태어나고 나니, 엄마아빠가 잔소리하던 철없는 예전의 나는 어디론가 홀연히 사라져 버렸다. 청소는 귀찮은 것이 아닌 그냥 당연히 하는 것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런 나를 보면 엄마아빠는 생각보다 내가 집안 미화에 신경을 쓰며 사는 것 같아 보이시는지, 내심 안심을 하시곤 한다.


’아니 엄마아빠! 제가 제 집까지 그렇게 쓸 줄 아셨나요~?‘


이렇게 얘기하면 서운하실 수 있겠지만, 사실 엄마아빠와 살던 집은 내가 꾸린 공간이 아니었기에 ‘내 방은 늘 깨끗하게 써야지! 화장실 머리카락, 용납 못해!’ 하는 식의 깔끔 모드가 전혀 장착되지 않았었다.


가끔 바람에 문이 쾅 닫히면, 아빠께서는 문이 상할까 걱정되시는지 ‘딸, 너 집 아니라고 막 쓰지 말고 문 좀 살살 닫아~!’ 하고 말씀하시곤 했는데, 그마저도 이해가 잘 되지 않았었다. 문은 그냥 문이지, 혹여나 문이 좀 부서지면 어때~ 하는 식이였던 것이다.


그렇지만 이제는 다르다.

내 살림을 꾸리고 나서는, 특히 아기가 태어나고 나서는 먼지 한 톨 나오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하루에도 몇 번씩 청소기를 돌린다.

그렇게 청소를 하는데도 어디선가 먼지가 와서 내려앉긴 하지만 말이다.


엉금엉금 기어 다니며 눈에 보이는 온갖 것들을 집게손가락으로 콕 찍어 입으로 맛보는 아기가 있어서, 청소기가 쉴 새 없이 돌아가는 요즘이다.


아기가 있어서 집안이 엉망진창일 때가 많지만, 하루 일과를 모두 마치면 되도록 정리정돈을 하려 노력한다. 그래야 아기와 함께 다음날 깨끗한 집에서 기분 좋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엄마아빠의 걱정과 달리, 나는 깨끗함이 내재되어 있긴 했나 보다.


이렇듯, 아기가 태어나니 나 스스로 많은 부분이 변해간다.

그렇다면 다음에는 또 어떤 변화가 발견될까, 궁금증이 생겨나는 그런 밤이다.




오늘은 육아 감사일기 서른두 번째 날이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어제 정리를 많이 하지 못하고 잠이 들어, 정신없는 집안을 치우는데 바빴다.


화장실에 들어간 김에 바닥 청소도 싹 하고, 어제 남편이 해놓은 설거지거리도 다시 찬장에 차곡차곡 넣어놓았다.


뽈뽈거리고 돌아다니는 걸음걸음마다 아기가 엉금엉금 쫓아다니는 탓에, 아기띠로 아기를 안고 남은 정리정돈을 이어갔다.


해도 해도 티가 나지 않는 집안일이지만, 해도 해도 금세 지저분해지는 집이지만, 그래도 아기가 집안을 활보할 때 위험한 것이 없도록 최대한 치우고 또 치웠다.


언제나 깨끗함을 유지하며 지내려고 노력하셨던 엄마아빠를 본받아, 우리 집도 언제나 깨끗한 집이 되었으면 좋겠다.


아기가 훗날 ‘우리 엄마아빠는 정말 깔끔하셔! 나도 깨끗하게 지내야지’하고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도록 말이다. (어릴적 나를 닮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본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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