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간의 육아 감사일기 #31
'하루도 빠짐없이 무언가를 꾸준히 한 적이 있었는가?' 하는 생각을 하면, 수능공부를 하던 시절 외에 기억나는 게 전혀 없다. 기억나는 게 없다는 건, 그런 적이 전무하다는 것이다.
그런 내가 호기롭게 100일간의 육아 감사일기를 쓰겠다고 다짐하면서, 오늘로 서른한 번째 글을 쓰게 되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한 달의 시간 동안, 나는 매일 노트북 앞에 앉았다. 그리고 그날의 감사했던 순간을 떠올리며 글을 적어 내려갔다.
매일 감사일기를 쓰겠다고 다짐한 순간부터 매 순간을 살아가며 '오늘은 어떤 감사한 일이 있을까? 어떤 글을 써볼까?'하고 생각하게 되니, 부정적인 감정이 들어올 틈이 없어졌다. 육아를 하며 조금 힘든 날에도, 그 안에서 좋았던 순간을 찾아보려 노력하니 어떻게든 그 순간이 용케 발견되었다.
육아를 하다 보니 지금껏 살아왔던 삶과는 다르게 온갖 감정을 느끼게 되었는데, 그 감정을 날려 보내기가 무척 아쉽다고 생각되었던 때가 있었다. 감정도 사진과 영상에 담긴다면 편히 내 감정을 촬영하고 저장해 둘 수 있을 텐데, 하고 쓸데없는 생각을 잠시 해보다가, 이 감정들을 글로 남기자는 결심을 했다.
힘든 순간이 자주 찾아왔던 왕초보엄마 시절에는, 가끔 육아 일기장에 마음을 다잡는 참회의 글을 남겨보기도 했고, 또 아기가 특히 더 사랑스럽게 느껴졌던 날에는 사랑이 가득한 글을 남기기도 했다. 그렇지만 나의 육아 희로애락이 담겨있는 일기장은 그저 생각이 떠오르는 대로 쓰여서, 두서도 없고 주제도 딱히 없었다. 그야말로 의식의 흐름기법으로 쓴 일기이기에, 조금 정제된 글을 꾸준하게 써봐야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리하여 이렇게 쓰고 있는 100일간의 육아 감사일기.
가끔은 고단하기도 했고, 저녁시간에 일을 해야 할 때도 있어서 시간이 촉박할 때도 있었지만 한 달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글을 썼음에 스스로 박수를 보내고 싶다. 짝짝짝!
이 글이 발행되면 이제 69일이 남았다.
처음 시작할 때보다는 글쓰기 근육이 조금은 생긴 듯 하니 앞으로 힘을 내서 더 정진해 보아야겠다.
오늘은 육아 감사일기 서른한 번째 날이다.
남과의 약속은 잘 지키는데, 나와의 약속은 지키기가 어찌나 어려운지.
이제 실현하기 어려울 것 같은 다짐은 새해 목표에 적지도 않게 되었다. 원대한 목표를 적어 내려 가며 올해는 꼭 해야지! 하고 결심하던 지난날들과 작별인사를 하고, 조금은 더 현실적인 내가 된 것이다.
매년 이루지도 못하면서 적어온 목표 중 하나가, '매일 글 쓰기'였다. 짧은 글이라도 좋으니 매일 나의 족적을 남기자는 취지의 목표였는데, 늘 한 달을 채 넘긴 적이 없었다. 그랬던 내가, 매일 이렇게 한 달째 글을 쓰고 있다니! 스스로가 무척이나 대견하다.
이게 바로 엄마의 힘인 것인가!
아기가 없었더라면 이런 글을 남겨보겠다는 다짐도 하지 않았을 테니, 깊은 꿈나라로 간 아기에게도 고맙다는 인사를 이렇게나마 전해본다.
+ 감사일기를 쓴 지 서른한 번째가 된 오늘, 브런치에서 메일이 하나 날아왔다.
안녕하세요, 작가님!
브런치스토리의 스토리 크리에이터가 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다른 작가분들께 달려있던 배지가 내게도 달리다니, 신기하고 또 기뻤다.
앞으로 남은 69일 동안에도 감사할 일들이 가득하길, 그리고 일상에서 감사한 감정을 자주 느끼는 내가 되길 바라보며! 오늘의 글을 이만 마쳐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