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간의 육아 감사일기 #42
음악은 나의 시간여행을 도와준다.
길을 걷다가 어떤 향수 내음을 맡으면 누군가가 떠오르는 것처럼, 어떤 음악을 들으면 나를 특정한 시간대로 순식간에 보내준다.
가령 20대 초반에 줄기차게 듣던 어반자카파 노래를 오랜만에 들으면 대학시절이 곧장 생각나, 함께 음악을 듣고 노래를 부르던 친구에게 연락해서 그 시절 이야기를 즐거이 나누곤 한다.
결혼식 때 틀었던 라라랜드 OST를 들으면, 버진로드를 걷던 그때가 생각난다.
Christina perri의 Merry christmas darling 앨범을 들으면, 추운 겨울- 첫 차를 사고 남편과 한강 드라이브를 가서 음악을 듣던 기억이 솔솔 떠오른다.
음악이 없었으면 정말, 나의 삶이 얼마나 척박했을까! 슬플 때, 힘이 들 때, 즐거울 때, 행복할 때 언제나 귓속으로 들려오는 음악 덕에 힘을 낼 수 있었고 또 행복했던 순간을 더 풍만하게 즐길 수 있었으니 말이다.
육아를 하는 요즘에는 나를 위한 음악보다 아기를 위한 음악을 듣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다.
아기에게 동요를 틀어주기 위해 유튜브를 검색했을 때, 어릴 적 엄마아빠가 들려주셨던 수많은 동요들이 지금도 여전히 건재한 게 몹시 신기했다. 몇십 년 만에 듣는데도 동요가 어제 들은 것처럼 너무나 익숙했던 걸 보면, 역시 음악은 시간이 오래 지난다고 우리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는 것 같다.
아기와 함께 동요를 들으며 가사를 음미하다 보면, 참 순진무구하고 귀엽기만 하다. 조금은 유치하기도 하고 말이다.
도깨비 빤스가 더럽고 냄새나고 이천 년 입어도 끄떡없다는 그런 일차원으로 웃긴 가사들-
그렇지만, 아기에게 그런 노래를 불러주며 율동을 하고 있으면 사실 나도 살짝 흥이 오른다. 아기가 좋아서 두 손을 흔들며 리듬을 타는 듯한 동작을 하면 엄마는 더 과장해서 노래를 불러줄 수밖에!
우리 엄마가 내게 불러주셨던 동요들을 머릿속 한편에 기억하고 계셨다가, 아기에게 주크박스처럼 노래를 끊임없이 해주시는 걸 보고 내심 놀랐던 적이 있다.
그만큼 음악은 어떤 힘을 지니고 있어, 우리에게 한 번 들어오면 다시 잘 나가지 않는다. 그 힘이 어떤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 덕에 다양한 추억도 떠올리고 기억할 수 있는 게 아닐까!
먼 훗날, 지금 매일 듣고 불러주는 동요를 접하게 되면 절로 아기의 어린 시절을 추억하게 되겠지?
그날이 올 때까지 아기와 신나는 동요를 들으며 행복한 순간을 잦게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해 보는, 그런 밤이다.
오늘은 100일간의 육아 감사일기 마흔두 번째 날이다.
아기의 할머니 할아버지댁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 차 안에서, 오늘도 역시나 아기를 위한 동요를 플레이했다.
할머니 할아버지랑 너무 신나게 노느라 낮잠시간이 훌쩍 지날 때까지 잠을 못 잔 아기는, 동요를 자장가 삼아 금세 잠에 들었다.
운전을 하고 있던 남편은 아기의 숙면을 확인하곤, 재빨리 우리가 듣기 좋은 플레이리스트로 음악을 바꾸고 막히는 올림픽대로 길 위에서 나름대로 낭만 있는 드라이브를 이어갔다.
오랜만에 동요가 아니라 우리가 듣기 좋은 음악(?)을 들으니 뒷자리에 있는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사실 아기가 차에 타면 피곤해도 잠을 잘 못 자고 칭얼거리기가 다반사이다. 근데 오늘은 카시트에 앉히자마자 바로 잘 자주니 아기 옆에 있는 내 마음도 너무나 편안한 것 아니겠는가-! 거기에 동요가 아닌 우리가 좋아하는 음악이라니!
한 낮이라서 집으로 가는 길이 조금은 막혔지만, 그래도 좋았다.
빵빵- 부앙- 다양한 경적소리와 차소리가 뒤섞인 도로 위에서, 우리 세 식구는 그렇게 오랜만에 모두가 편안한 귀갓길을 경험했다.
이렇게 공간의 분위기마저 완벽히 바꾸어주는 음악은 나의 삶에 필수불가결하다.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이런 환경, 그리고 조금 새삼스럽지만-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귀가 있음에 감사를 전해본다.
‘오늘도 다양한 음악 덕에 우리 세 식구가 즐거운 하루를 보냈어요, 내일도 아기와 즐거운 노래를 들으며 신나는 하루를 보내 볼게요!‘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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