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간의 육아 감사일기 #57
아기의 돌이 지나고 나니, 먹거리들의 제한이 모두 풀렸다.
이유식을 먹일 때 목이 불편한지 가끔 컥컥거리는 탓에 다녀온 소아과에서, 이유식 관련한 질문을 했는데 받은 답변이 다음과 같았다.
'이제 돌 지났으니, 종류 제한 없이 다 먹이셔도 됩니다. 달거나 간이 센 건 빼고요.'
아기의 컥컥거림은 예상과 같이 별 이상은 없었고, 괜찮다는 걸 확인받고는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이제 아무거나 다 먹여도 된다고? 너무 신나잖아!'
사실 이유식은 한꺼번에 미리 만들어놓고 그때그때 해동에서 주면 되는 식이어서 엄청나게 어려운 건 아니었는데, 유아식으로 넘어가면서는 진짜 나의 본격 요리가 시작되는듯한 느낌이었다. 이제 우리 엄마가 예전에 하셨던 것처럼, 매일 주방에 서서 '오늘은 가족들을 위해 어떤 요리를 해주지?' 하고 고민하는 시간이 시작되겠구나 싶었다.
처음에는 꽤나 어렵게 느껴질 것 같지만, 그럼에도 새로운 음식들을 먹기 시작하는 아기를 생각하면 너무 귀여워서 살짝 기대도 됐다.
곧장 마트에 들러 아기에게 새로운 음식을 해주기 위해 재료를 몇 가지 구입했다.
가장 메인으로 사본 음식은 바로 닭다리!
닭다리를 직접 뜯게 했다가는 목에 걸리지 않을까 싶어 잘게 찢어서 줘야겠지만, 그럼에도 새로 먹어보는 형태의 음식을 신기한 듯 맛있게 먹을 아기의 모습이 상상되어 기분이 좋아졌다.
마트를 나오는 길에 들러본 빵집에는 저녁이라 빵이 많이 빠졌지만, 아기가 먹기 좋은 모닝빵이 운 좋게 하나 딱 남아있어서 바로 구매를 했다. 곧장 깨끗하게 손을 씻고 집으로 가는 길에 조금씩 떼어 먹여줬더니, 처음 먹어보는 부드러운 맛이 신기하고 좋은지 발을 동동 구르며 모닝빵 하나를 게눈 감추듯 다 먹었다.
그리고는 집에 도착해서 남편이 아기띠에서 아기를 내려놓았는데, 그새 장바구니에서 발견한 귤이 탐나는지 자꾸 관심을 가져 급하게 까서 입속에 쏙쏙 넣어주다 보니, 귤 하나를 앉은자리에서 또 뚝딱 해치웠다.
이내 배가 부른 지 더 이상 먹을 것에 탐을 내지 않는 아기는, 깨끗하게 목욕을 하고 금방 잠에 들었다.
태어난지 365일이 지나자마자 먹을 것이 모두 봉인해제된 우리 아기에게 어떤 먹을 것을 해줘야 할지 고민은 되지만, 엄마가 해준 음식들을 맛있게 먹을 아기의 모습을 생각해 보면- 건강하고 맛있는 먹거리로 아기의 배를 채워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
이렇게 아기가 조금 더 크니, 엄마의 마음이 또 한 번 이해가 되었다.
매일 영양학적으로 건강하게 먹이려고 노력하시던 엄마가 있었기에, 이렇게 내가 건강하게 잘 큰 게 아닐까?
나도 우리 아기에게 좋은 것을 만들어주며, 건강하게 무럭무럭 자라도록 도와주는 그런 엄마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든 오늘 하루이다.
오늘은 100일간의 육아 감사일기 쉰일곱 번째 날이다.
아기가 밥을 먹을 때 부쩍 엄마아빠가 먹여주는 것보다 본인이 직접 먹는 것을 원하기 시작했다.
입을 쏙쏙 벌리며 엄마아빠가 먹여주는 밥을 냠냠 먹던 게 엊그제인데, 조금씩 자아가 생기는지 뭐든 직접 하고 싶어 하는 행동이 조금씩 나오기 시작했다.
사실 이유식을 직접 먹게 하면 얼굴부터 머리카락 옷 그리고 아기의자와 바닥까지, 온 사방이 이유식으로 가득해져 우리가 해야 할 뒤처리가 정말 많이 늘어난다.
때문에 처음에는 밥 먹을 때 온 사방에 이유식을 튀기며 난리법석을 하는 아기의 모습에 조금은 스트레스를 받았고, 아기가 깨끗하게 먹었으면 하는 바람도 간절히 가져보았다. 그렇지만 우리 아기는 아직 한창 아기이지 않나!
이 또한 성장 과정이라고 생각하며, 아기가 밥을 먹을 땐 어쩔 수 없다고 생각을 고쳐먹으니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 (남편이 가지고 있는 마음가짐을 따라보았다. 남편 최고!)
이제 제법 성장한 아기는, 어느새 엄마아빠한테 먹을 것을 줬다가 뺏는 장난도 치는데- 가끔 진짜 먹어버리면 '어 이게 아닌데-'하는 멍한 표정을 짓기도 한다. 귀여운 녀석!
이제 조금씩 하나하나 스스로 해나가는 아기를 보면 얼마나 신기하고 기특할까?
하루하루가 지나가는 게 지루할 틈 없는, 즐거운 육아의 나날이다.
힘들다고 생각하면 한없이 힘들고- 즐겁다고 생각하면 또 무척이지 즐겁다.
이렇게 또 힘든 순간이 올 때에도 마음을 고쳐먹고 즐겁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고 다짐해보는는, 그런- 단단한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