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기념일, 너와의 첫 놀이동산

100일간의 육아 감사일기 #56

by 마마튤립

오늘은 남편과 나의 6주년 결혼기념일이자, 아기의 첫 생일날이다.

어제 몹시 신나게 아기의 돌잔치를 즐기고 났더니 피로가 몰려와, 거의 오후 12시가 되어서야 정신이 들었다.


결혼기념일이니 만큼, 맛있는 브런치를 먹고 집으로 돌아와 아기를 재운 뒤 ‘우리 오늘 뭐 하지?’ 고민을 하다가- 환상의 나라 에버랜드로 목적지를 정했다.


가는 길에 펼쳐진 맑은 하늘과 중간중간 낮게 깔린 구름에, 마음마저 둥실둥실 들떴다.


‘아기와 함께하는 첫 놀이동산이잖아!’


부디 눈치게임에 성공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저녁이 되기 전에 도착한 에버랜드에는 다행히 사람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출입구를 넘자마자 펼쳐지는 아기자기한 풍경들에, 아기는 신기한지 눈을 휘둥그레하고 여기저기 구경하기 바빴다. 도시의 풍경과는 너무나 다른 놀이동산의 세상이 신기한지, 호기심 가득한 표정을 짓는 아기를 보니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우리 부모님께서 우리들의 새로운 경험을 위해 매주마다 여행을 떠나셨는지, 이제야 조금은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남편도 비슷한 마음을 느꼈는지- 아이들을 데리고 놀이동산에 온 수많은 부모들을 보고는, 아이들을 위해 이곳에 온 부모들의 모습이 감동이라며 이야기를 해왔다.


우리 둘이 함께 왔을 때는 그저 우리 즐기기에 바빴지만 지금은 온전히 모든 포커스가 아기에게 맞추어져서, 풍경보다는 아기가 보는 시선에 무엇이 닿는지를 보게 되는 나의 모습이 신기했다.


아직 아기는 놀이기구를 즐기기 어려우니 산책 겸 나선 놀이동산인데, 놀이기구를 지나가다가 ‘재밌겠다!’ 하고 내가 뱉은 한 마디에 남편이 ’그럼 우리는 기다릴 테니까 가서 타고 와!‘하고 대답해 왔다.


대기가 10분밖에 되지 않지만 혼자 타면 무슨 재미인가 하는 생각에 계속 괜찮다고 했는데, 그럼에도 얼른 타고 오라는 남편의 성화에 못이기는 척 줄을 섰다.


‘이렇게 갑자기 난생처음 혼자 놀이기구를 타다니!’

갑작스러운 색다른 경험에 어색하기도 하면서, 동시에 즐겁기도 했다. 놀이기구를 탄다는 것보다 이런 나이에(?)도 혼자 한다는 것 자체에서 새로움을 느꼈기 때문이다.


빙글빙글 360도를 도는 놀이기구의 정중앙에 앉아, 나를 기다리는 남편과 아기를 보았다. 아기는 무슨 연유인지, 아빠 품에 안겨 발을 동동거리며 울고 있었다.

‘엄마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아기야, 빨리 타고 내려갈게-’하는 마음을 저 멀리 전하고 나니 내가 탄 놀이기구의 운행이 시작되었다.


빙글빙글 빠르게 돌아가는 놀이기구에 몸을 맡기고 있자니, 세상이 거꾸로 보였다가 바로 보였다가 아주 정신을 쏙 빼놓았다.

그럼에도 놀이기구가 잠시 멈추었을 때 보이는 저 먼발치의 풍경에서 감동도 받았다. 해 질 녘 하늘과 거의 다 차오른 달의 모습 덕에 말이다.


짧은 시간이지만 어딘가에서 받았을 스트레스가 휘융~ 날아가는 기분이 들었다. (고마워요 남편!)


놀이기구 작동이 멈추자마자 제일 먼저 출입구로 달려가 아기와 남편에게 갔는데, 아기는 여전히 으앙으앙 울고 있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커다란 물체가 움직이는데 사람들이 소리까지 지르니 아기가 겁을 먹은 모양이라고 했다.

‘미안해 아기야! 엄마도 신나는 바람에 소리를 조금 질렀어’


이내 평온을 되찾은 아기와 함께 여전히 신나는 분위기가 가득한 놀이동산을 거닐며, 우리 세 가족의 기념일을 한껏 즐겼다.


남녀노소 모두가 행복하고 즐거운 곳. 이름도 귀여운 ‘놀이동산’


아기가 조금 더 크면, 이곳을 더 재미있게 즐기겠지? 하는 기대를 가져보며 우리 세 식구의 기념일이자 첫 번째 놀이동산 탐방은 이렇게 즐거이 끝이 났다.




오늘은 100일간의 육아 감사일기 쉰여섯 번째 날이다.


집으로 가기 전에 목을 축이기 위해 출구 쪽 스타벅스에 들렀다.


음료를 기다리고 있는데, 한 아이가 울먹거리며 직원에게 ‘저희 엄마 좀 찾아주세요’ 하며 말을 했다.

매장 내에서 방송을 한차례 했지만 아이 엄마는 오지 않았다. 그러자 아이는 다시 직원에게 가서 엄마 번호를 말하며 전화를 걸어주길 부탁했다. 주문이 밀려 음료를 내어주기 바쁜 와중에 아이가 그런 이야기를 하니, 잠시 기다리라고 하며 점장처럼 보이는 분께 이야기를 전했다.


아기 엄마가 되자, 이런 상황이 어찌나 아찔한지-!

바빠 보이는 직원의 모습에, 우는 아이에게 엄마 번호를 알려달라고 해서 전화를 걸었다.

따르릉 소리가 한참 반복되다가 드디어 엄마와 연결이 되었고, 엄마가 오실 거라고 말해주며 아이를 안심시킨 뒤 함께 매장을 나섰다.


조금 뒤 엄마의 모습이 보이니 아이는 세상을 얻은 듯 엄마에게 달려가 안겼고, 나는 ‘아- 정말 다행이다!’하며 자리를 떴다. 아기와 함께 매장 밖에서 나를 기다리던 남편에게 전후사정을 이야기해 주며 가고 있는데, 저 멀리서 아이가 꾸벅하고 인사를 해주었다.


얼마나 놀라고 또 안심이 되었을까!


‘어디 갔었어요 엄마!!’ 하며 푹 안긴 채 어리광을 부리는 아이의 모습에 괜히 마음이 찡해졌다.

엄마가 되고 나니, 몰랐던 감정들을 이렇게 새로 배우는 중인 듯하다.


오늘은 아까 만난 아이가 놀란 마음을 가라앉히고 푹 잠을 자기를 바라보는, 엄마의 마음이 드는 그런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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