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껌딱지가 되어가는, 날 닮은 너

100일간의 육아 감사일기 #60

by 마마튤립

나는 알아주는 엄마 껌딱지였다.


내가 기억나는 시기는 대략 다섯 살 즈음.

아마 명절이었을 것으로 기억하는데- 여느 날처럼 큰엄마댁에 간 우리 가족. 나는 엄마가 일하는 게 싫어서, 그런 엄마를 돕겠다고 엄마 뒷꽁무니를 졸졸 따라다녔다. 내가 같이 있으면 엄마가 덜 힘들겠지, 일을 안 해도 되겠지 하는 생각으로 말이다.


심지어는 엄마가 가는 화장실에까지 쫓아 들어가, 누군가가 엄마에게 일을 시키지 않게 곁에 꼭 붙어 지켜주었다. 아마도 그 어린아이는 그게 효도하는 것이라 생각했겠지!


분명 어느 순간까지만 해도, 그게 효도였다고 생각했었는데- 어른이 되고 나니 그건 아주 아주 큰 불효였다. 아마 엄마는 그냥 맘 편히 일하시는 게 더 좋았을 텐데, 어린아이가 그걸 어찌 알겠는가!

나는 그저 엄마 곁에 있으면 엄마가 일을 많이 안 해도 된다는 생각만 했던, 지극히 일차원적인 꼬마 아이였다.


아니 그런데, 엄마 껌딱지를 거의 다섯 살까지 했다고?

다시 한번 생각해도 우리 엄마 참 고생이 많으셨겠다 싶다. (엄마와의 애착 형성이 너무 완벽하게 된 탓일까? 하하)


분명 아빠도 출근하기 전, 그리고 퇴근하고 나서 나를 많이 돌봐주셨다고 했는데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한 탓인지, 엄마에게 더 애착형성이 잘 되어 그랬나 보다.


어느날은 엄마가 오랜만에 약속이 있으셔서 나를 아빠에게 맡기고 나가셨는데, 내가 엄마 없는 몇 시간 동안 쉬지 않고 울어대는 바람에- 이웃 주민들이 이건 분명 엄마아빠가 아기를 혼자 두고 외출한 것이다 라고 생각해, 경찰서에 신고를 할까 했었다고 한다.

(그때의 나야, 우느랴 안 힘들었니? 정말 징하다! 아빠도 고생이 많으셨네요. 흑흑)


그렇게 오랜 시간 엄마 껌딱지 생활을 하던 나는, 여섯 살이 되고 엄마 품을 떠나 처음으로 어린이집에 갔다. 하도 알아주는 엄마 껌딱지이기에, 엄마는 내가 품에서 떨어지지 않을까 많은 걱정을 하셨는데-


웬걸!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대로 어린이집에 들어갔다고 한다.


살짝 아쉬움 반, 그리고 다행스러움 반이 뒤섞인 감정으로 나를 떠나보내셨다는 우리 엄마.

지금 돌이켜보면 참 짧은 오 년이라 느껴지지만, 그때는 얼마나 긴 시간이었을까!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다른 사람이 쳐다만 봐도 울었고 돌잔치 때도 온통 우는 사진밖에 안 남았던, 별명이 ‘울보’였던 나는 다행히도 지금 꽤나 외향형인 사람으로 자랐다.


아마 긴 시간 동안 엄마의 사랑을 가득가득 받아서 그랬으리라 생각해 본다.


문득 아기 때의 내 모습, 그리고 젊은 시절의 엄마 모습이 궁금해졌다. 나와 우리 딸의 모습과 꼭 닮아있을까? 엄마도 내가 우리 아기에게 하는 것처럼 똑같이 매일매일 사랑을 주셨겠지?


이렇게 생각해 보니 속절없이 흘러가는 세월이 야속하게만 느껴진다.


엄마도, 나도, 그리고 우리 아기도-

천천히 흐르는 시간을 함께 보내며 오래도록 사랑을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그런 밤이다.




오늘은 100일간의 육아 감사일기 예순 번째 날이다.


요즘 우리 아기가 제대로 엄마 껌딱지가 되어가고 있다. 누가 엄마 딸 아니랄까 봐!


아빠도 너무 좋아하는 우리 아기인데, 요즘은 함께 외출에 나서면 자꾸 내게만 안기려고 해서 남편이 조금 부러울 때가 있다. 하하!


남편이 아기에게 이리로 오라고 하면, 내 목덜미를 더 세게 붙잡고 가지 않으려고 한다. 아기가 재미있어서 꺅꺅 웃으며 장난칠 때도 있지만, 진짜 엄마 품에 있고 싶어서 그럴 때도 있는 걸 보면- 이제 엄마와의 애착 형성이 많이 되었나 싶어 기분만큼은 좋다.


집에 있을 때에도 내가 곁에 앉아있으면 혼자 여기저기 탐색하며 잘 놀다가, 화장실을 가거나 부엌에 가면 곧장 하던 걸 멈추고 따라온다. 그런 모습을 보면 참 신기하고 귀엽고 사랑스럽다. 물론 혼자 잘 있어주면 좋지만, 막상 엄마가 어딘가로 가는데 따라오지 않으면 또 그 나름대로 걱정스러울 것 같기도 하다.

‘나와의 애착 형성이 잘 안 되었나?’ 하고 말이다.


누구에게나 잘 안기던, 지금보다 더 아기였던 시절을 지나- 이제는 조금씩 나와 친밀한 사람을 인지하고 발달해 가는 아기를 보면 무척이지 대견할 뿐이다.


나에게서 절대 안 떨어지려 하는 우리 딸의 모습이, 나의 어린 시절 모습과 오버랩되어 보였다.


우리 아기는 앞으로 얼마나 더 엄마 껌딱지가 될 것인가! 부디 나의 옛날 모습처럼 오 년 까지는 아니기를 조심스레 바라보며-


아기가 안아달라고, 함께 있고 싶다고 신호를 보내오면 언제든 사랑으로 곁에 꼭 붙어있어 주겠다고 다짐해 보는 그런 날이다. 아기가 언제까지나 내게 붙어있지 않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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