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도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해

100일간의 육아 감사일기 #62

by 마마튤립

아기와 나는 매일 꼭 붙어 함께 시간을 보낸다.

남편이 퇴근하기 전까지 함께하다가, 남편이 오면 잠시 물리적인 거리가 살짝 멀어질 뿐- 집이라는 한 공간에 있는 것은 똑같다.


아기가 조금 더 커서 이제 제법 장난도 치고 말귀도 조금씩 알아듣는 터라 하루하루가 더 다채로워지고 있는 건 분명하지만, 하루종일 붙어있으면 때론 나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함이 종종 느껴지곤 한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나를 위한 시간이 아닌 타인을 위한 시간으로 삶을 채워가다 보면 정작 나 스스로를 돌볼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잠깐이라도 좋으니- 아무것도 안 해도 좋으니- 혼자 잠시 멍하니, 누군가를 신경 쓰지 않고 편히 있고 싶을 때가 있다.


아기가 낮잠을 자는 한 시간 정도가 나의 여유 시간이라고는 하지만, 집을 정리하고 주린 배를 채우다 보면 시간이 금방 흘러서 아기가 깨버리기 일쑤다.

그나마 혼자만의 시간을 잠시라도 가질 수 있으니 다행이지만, 방 안에 아기가 자고 있음을 인지하고 있으면 괜스레 아기가 언제 깨어날까 신경이 쓰이기 마련이다.


아기가 깨지 않게 더 조심조심 행동하려 하면, 괜히 더 실수를 연발하게 되는 나. 머피의 법칙이 이런 걸까! 연달아 일어나는 실수에 마음이 조마조마하여, 혹시 아기가 깨지 않았을까 잠시 숨을 죽이고 귀를 쫑긋 세워본다.


이렇듯, 집 안에서의 나 혼자만의 시간은 결코 편안할 수 없다.


그렇기에, 내 정신 건강을 위하여 잠시 아기와의 완벽한 분리가 필요한 법. 일주일에 두 번씩 가는 필라테스가 나의 유일한 탈출구인데, 그마저도 없었으면 어땠을까 싶을 정도로 몸 건강 정신 건강을 지켜주는 좋은 운동이다.


남편이 답답하면 언제든 친구와 약속을 잡고 나가라고는 하지만, 괜히 신경이 쓰여서 잘 그러지도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나의 마음을 이해하고 이야기해 주는 남편에게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다. 남편은 나에게 나는 남편에게, 육아 동지로서의 측은지심을 가지며 고마움을 자주 표현한다. 그러면 힘들었던 마음도 이내 많이 풀리게 된다.


그럼에도 해결되지 않는 답답함이 쌓여 임계치에 도달하면, 나는 밖으로 나서야 한다.

아기를 남편에게 맡겨두고 현관문을 여는 그 순간부터 완벽한 해방감이 느껴져 기분이 좋아진다. (그렇다고 내가 아기와 함께하는 걸 싫어하는 게 결코 아니니 오해는 마시길!)


룰루랄라-

날씨가 좋으면 좋은 대로, 나쁘면 나쁜 대로 다 좋다.

내 몸에 자유가 찾아왔다는 사실이 몹시도 즐겁다.


원래 혼자 하는 것에 취미가 없던 나지만, 아기를 낳고 난생처음 혼자 영화도 본 적이 있으니 말이다. 그만큼 나 스스로가 혼자만의 시간을 갈구하게 되는 요즘이다.

자동차가 주유소에서 기름을 충전하듯, 혼자만의 시간은 곧 나의 에너지원이다.


에너지가 고갈되면 나는 밖에 나가 충전을 하고 온다.

그날이 바로 오늘이었다.

가득이 된 에너지로, 다시 또 아기와의 시간을 으쌰으쌰 잘 보내봐야겠다. 다음 에너지 충전 시간까지 말이다.




오늘은 100일간의 육아 감사일기 예순두 번째 날이다.


평생 걸리지 않던 주부습진에 걸려, 아침에 일어나 피부과에 다녀왔다. (아기 식기와 젖병을 맨손으로 닦다 보니 어느새 습진에 걸려버렸다.)


집을 나선 순간부터 완벽한 해방감을 느낀 탓에 기분이 좋았는데, 가을이 느껴지는 상쾌한 공기에 행복이 더해졌다.


피부과를 갔다 집으로 돌아가는 짧은 길이었음에도, 무척이지 행복해서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룰루 랄라-’하며 콧노래까지 불렀다. 한껏 신남을 표현하고 싶은데, 혼자 룰루랄라 하며 걸으면 조금 이상해보일까 싶어 그랬다.


그리고 오늘은 오랜만에 혼자 나가는 저녁 약속까지 있는 날!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쉴 새 없이 이야기하다 보니, 어느새 영업이 끝났다는 아쉬운 소리가 들려왔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오늘 만난 친구가 책 선물을 보내왔다. 우리 함께 멋진 사장님이 되자는 의미로 말이다. 이야기 막바지에 일할 때 참고하면 좋은 책을 추천해 줬는데, 집 가는 길에 바로 그 책을 선물해 준 것이다. 오랜만에 받은 책 선물에 기분도 좋고 그 마음도 너무 고마워서 행복이 투쁠러스로 충전되었다.


이제 이렇게 만땅이 된 에너지로, 하루하루 야금야금 써먹으며 아기와의 소중한 시간을 보내봐야겠다.


아기야, 엄마가 또 다음 주유소를 들르기 전까지 즐겁고 재미있게 놀아줄게! 엄마 에너지 감당할 준비 됐지? 우리 신나게 즐겁게 놀아보자꾸나!


많이많이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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