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함께 즐긴, 완벽한 가을 하늘

100일간의 육아 감사일기 #63

by 마마튤립

9월 중순이 훌쩍 지나고 나니, 어느새 완연한 가을이 되었다.


파아란 하늘에 둥실둥실 하얀 구름들이 한가득 걸린 오늘, 그 누구도 가을 하늘임을 부정할 수 없게 깊고 또 짙었다.


밖으로 나가지 않으면 손해 볼 것 같은 그런 날씨에, 우리 가족은 나갈 채비를 마치고 나들이에 나섰다.


오늘 같은 날씨에는 한강공원이 딱이지!


목적지로 설정한 반포 한강공원은 벌써 주차장부터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차 안에서 먼발치로 보니, 푸드트럭이 즐비어 있고 사람들도 한 가득이었다.

’ 우리 함께 데이트하던 시절에는 손 꼭 잡고 편안하게 다녔는데-‘ 하는 아련한 멘트를 남기며, 잠원 한강공원으로 목적지를 변경하였다.

두 번을 돌아도 주차자리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도착한 잠원한강공원엔 다행히도 우리가 주차할 자리가 딱 나 있었다.

무사히 주차를 마치고 돗자리와 아기 짐을 챙겨 차에서 나오니, 청명한 공기가 코를 뚫고 들어와 기분이 확 좋아졌다.

꼬르륵-

배가 고파와서, 오랜만에 한강 라면도 끓여 먹었다.

분명 한 봉지씩이었는데 남편과 나 둘 다 한 그릇을 뚝딱 비우고도 배고파했다. 배에 거지가 들은 건가!

그렇다고 또 먹을만한 게 딱히 없으니, 이제 본격적인 피크닉을 즐길 차례-


그늘이 있는 푸른 잔디밭에 돗자리를 촤악 펼치고 아기와 함께 우리만의 공간에 앉으니, 우아- 제대로 가을을 즐기는 기분이었다.


색이 아주 조금씩 변하기 시작하는 나뭇잎들과 파란 하늘 그리고 뭉게뭉게 구름까지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완벽한 장소에서, 아기는 신이 나는지 엉금엉금 기어 다녔고 둥실둥실 신나서 방방거렸다.


마치 불침번 서듯, 남편과 나 한 번씩 번갈아가며 돗자리에 누워서 가을 하늘을 만끽했는데- 마음 같아서는 눈 꼭 감고 30분 정도 자고 싶을 정도로 너무나 편안했다. 그러나 엉금엉금 내 갈비뼈 위를 기어가는 아기 덕에 금세 일어나게 되는 현실!


그럼에도 풀밭 위 우리만의 작은 공간 덕에, 가을을 조금 더 가까이서 진득하게 즐길 수 있는 하루였다.

선선한 가을바람, 높은 하늘, 커다랗고 하얀 구름까지!

AI에게 ’맑은 가을 하늘을 그려줘 ‘하고 입력하면 오늘 본 풍경이 나올 것만 같이, 완벽한 가을 하늘을 만나 무척이지 행복했다.


아기가 아장아장 걷게 되면, 엄마 아빠의 두 손을 꼭 잡고 이렇게 변해가는 계절을 함께 경험해 나가겠지- 하는 기대감이 든 오늘이었다.


이렇게 우리 가족의 첫가을 피크닉은 완벽하게 끝이 났다.




오늘은 100일간의 육아 감사일기 예순세 번째 날이다.


남편 지인분의 결혼식이 있어서 세 식구가 함께 들렀다가 오는 길에 남편이 이런 이야기를 해왔다.


‘우리 아기도 훗날 결혼을 하면, 우리는 육십 대가 되어 있겠지? 아기 키우다 보니 시간이 훌쩍 갔다는 말이 절로 나올 것 같아!’


아직 삼십 년 정도가 더 남은 듯한 이야기에 피식 웃기는 했지만, 그래도 나는 그 긴 세월이 충분히 보람차고 의미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와 이렇게 대답했다.


‘그래도 시간이 빨리 간 것처럼 느껴진다는 건, 삶이 그만큼 다채로운 경험과 기억들로 채워졌다는 거니 좋은 게 아닐까?‘ 하고 말이다.


좋았던 순간은 빠르게 지나간 것 같고, 힘든 순간은 길게만 느껴진다.


아기와의 일 년이 벌써 어느새 이렇게 지나갔듯- 이 시간을 스물아홉 번만 더 지내면 아기는 서른 살이 되는 것이다.


뭐, 물론 아직 한참 남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하루하루를 더 곱씹으며 재미있고 알차게 살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든 남편과의 대화였다.


이렇게, 우리 가족이 함께하는 날들에 즐거움과 행복이 가득하기를 또 바라보는- 그런 따뜻하고 맑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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