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간의 육아 감사일기 #64
오늘 아침은 어제 늦게 잠에 든 탓에 일어나기가 특히 더 힘들었는데, 우리 아기의 활동적인 움직임에 잠에서 깨어났다. 정확히 말하면 몸은 아니고 정신만 살짝 말이다.
몸은 침대와 찰싹 붙어있는 채로, 아기의 옹알이 소리를 자장가 삼아 눈을 살짝 다시 감아보려고 하는 순간-
어떤 그림자가 내게로 다가오더니 이윽고 얼굴 위를 덮쳤다.
그 그림자의 정체는 바로 아기의 얼굴!
내가 다시 눈을 감으려 하자, 엉금엉금 기어와 내 코에다가 자신의 입술을 뭉갰다. 그리고는 재미있는지 다시 또 입술을 내 턱과 입술 그 중간즈음에 갖다 대더니 배시시 웃어 보였다.
단잠에 빠지려고 하는 찰나 아기의 뽀뽀 비슷한 것을 받고는 깜짝 놀라 잠이 홀딱 깨버렸고, 그 덕에 기분 좋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다. 앙증맞은 입으로 엄마를 깨우기 위해 노력해 준 귀여운 아기의 모습에 한 번 감동했고- 아기가 직접 나에게 해준 제대로된 뽀뽀였기에 두 번 감동했다.
작디작은, 앙증맞은 우리 아기의 입술.
그 입술에 뽀뽀를 쪽- 해주고 싶었지만 어른이 연약한 아기들에게 뽀뽀를 하면 감염 위험이 있을 수 있다고 해서 그간 제대로 한 적이 없었는데, 이건 아기가 내게 해준 것이니 어쩔 수 없지 않은가! 엄연히 말하면 자의가 아니라 타의이니 말이다.
그렇게 하루를 잘 보내고, 아침 뽀뽀에 뒤이을 저녁 뽀뽀 사건이 또 발생되었다.
아기와 나 모두 씻은 뒤, 남편이 씻을 동안 아기를 재우고 있기로 해서 우리 둘이 함께 침대에 누워 있었다.
몹시 졸린지 눈을 비비적 비비적거리면서 침대를 뒹굴거리던 아기가, 갑자기 내게 기어와 인중 부근에 뽀뽀를 한 번 쪽 하고 갔다.
아니 이런 기습 뽀뽀가 어딨어!
하루의 피로가 녹는 기분에 아기가 또 한 번 더 해줄까 싶어, 눈을 감고 기대를 한가득하고 있는데- 두 번은 없었다.
아기가 잠을 자려고 할 때에는 과한 액션은 삼가기 때문에, 마음속으로는 너무 행복했지만 그 행복을 겉으로 표현할 순 없었다. 그렇지만 오늘 아침 그리고 저녁에 걸쳐 일어날 때, 잘 때 모두 뽀뽀를 받으니 감격스럽기 그지없었다.
진짜 입술에 쪽- 하고 100% 명중한 적은 없지만, 오늘은 아기에게 제대로 된 뽀뽀를 받은 날이다.
이렇게 아기와의 소중한 첫날들을 기록해 놓으면, 아기의 이런 행동들이 한창 익숙해졌을 때 감회가 참 새로울 것 같다.
‘2024년 9월 23일, 아기가 내게 해준 제대로 된 첫 뽀뽀 기념일’
이렇게 말이다.
오늘은 100일간의 육아 감사일기 예순네 번째 날이다.
남편이 퇴근을 하고 한 베이커리 쇼핑백을 들고 왔다.
회사에서 받아왔나? 하는 생각을 하며 무엇인지 물었더니 갑자기 오늘 우리가 무슨 날인 줄 아냐고 되물어왔다.
흠, 잠시 당황한 나는- 대략 계산을 해서
‘결혼한 지 2000일 된 날인가?’하고 임기응변을 보였다.
나의 대답에 완전히 실망한 듯한 느낌은 아닌 걸 보니, 비슷은 한가 보다 싶었다.
정답은 결혼한 지 2200일 되는 날!
사실 남편보다 내가 이런 숫자에 더 의미부여를 하는 편인데, 이렇게 정신없이 지내다 보니 2200일인 것도 잊고 있었다. 아니 생각해 볼 겨를 조차 없었다.
그러나 저러나 숫자에 의미 부여하는 것을 좋아하는 아내를 위해, 신경 써준 남편에게 몹시 고마웠고-
2200일을 기념하기 위해 케이크를 살까 하다가, 아기 돌잔치 케이크가 아직 남아있어서 내가 내일 먹을 샌드위치를 사 왔다는 말에 한 번 더 고마웠다.
(케이크를 많이 먹진 않기 때문에!)
사실 내가 숫자에 의미 부여하는 이유는 참 단순하다. 매일 비슷하게 느껴질 수 있는 일상에, 다양한 날들을 기념하며 지내다 보면, 특별하게 보낼 수 있는 시간들이 더 늘어나기 때문이다.
남편은 가끔 그렇게 따지면 챙겨야 할 기념일들이 너무 많다며 이야기하곤 했다. 하지만 말만 그렇게 하고 막상 별로 신경 쓰지 않고 지냈던 내게 오히려 더 예쁜 마음을 전해 준 오늘- 무척이지 감동스러운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
아기에게 뽀뽀를 받고, 남편에게 감동을 받은 하루.
소소하지만 자잘한 행복으로 마음이 따뜻해진, 오늘은 그런 소중한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