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이 판타지 영화는 아니지만

100일간의 육아 감사일기 #65

by 마마튤립

아기가 태어나고 우리 부부의 삶은 완벽히 바뀌었다.

시간과 날씨에 구애받지 않고 이곳저곳을 걸어 다니며 산책하던 날들- 늦은 밤까지 이야기를 나누다가 새벽이 되어 잠을 청하고 느지막이 일어나던 날들- 먹고 싶은 게 생기면 갑자기 집을 나서 음식점을 찾아가던 날들-


그 밖의 수많은 날들을 접어두고, 이제는 생활 전반을 모두 아기에게 맞추어 살고 있다.


우리는 때로 아기가 없던 날들을 떠올려본다. 이제는 아기가 없던 때가 쉬이 떠올려지지 않지만 말이다.

그때를 추억하면 딱 한 단어, '자유'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사실 그 당시는 그 모든 것들이 자유로움이었단 걸 알지 못했다. 그저 하루하루 삶을 살아갈 뿐, '우리 원하는 곳을 어디든 산책할 수 있다니, 정말 자유롭잖아?' 하는 생각까진 미치지 못한 것이다.


마찬가지로 그 당시에는 아기가 있는 삶이 도무지 상상되지 않아, '우리를 꼭 닮은 자식을 낳아 키운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하며 그 감정을 지레짐작해 볼 뿐이었다.


우리가 아기를 낳기로 결심한 순간부터 그리고 내 배 속에 아기가 생겼을 때부터 우리는, 아기가 태어난 후의 현실을 궁금해하며 행복한 상상의 나래를 펼쳐왔다. 그리고 아기가 태어난 순간부터 조리원에 있을 때까지 갓 태어난 아기와 함께 시간을 더 보내고 싶어서, 병원에서는 모자동실을 하고 조리원에서는 아기를 방으로 자주자주 데리고 왔다.


이렇게, 우리를 꼭 닮은 자식을 낳아 키우는 감정을 조금씩 알아가면서 '이 아기가 우리의 아기라니!' 하는 신기한 감정도 문득문득 느꼈다.


그러나 아주 가끔은 이런 소중한 감정을 뒤로하고, 그저 '아기가 빨리 잠에 들었으면, 투정 부리지 않고 말을 잘 들어주었으면, 잠시 나를 가만히 있게 해 줬으면' 하는 감정들을 지닌 채로 시간을 보낼 때가 있다.

그렇게 궁금해하고 바랬던 아기와의 시간인데, 처음엔 어떻게 해서든지 아기와 꼭 붙어있고 싶어서 안달이 났던 나였는데 말이다.


그럴 때면, 나는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곤 한다.

'지금 이 순간들은, 미래의 내가 우리 아기와의 시간을 충분히 행복하게 보내지 못해서 후회를 하는 바람에 하늘에서 단 한 번이자 마지막 기회를 주신 거야.' 하고 말이다. (영화 어바웃타임을 통해 배운 교훈이다)


이런 생각을 하고 나면, 정신이 번뜩 들고 아기와의 시간이 금세 행복하고 또 소중해진다.

내 삶은 영화가 아니기에 판타지스러운 일이 결코 일어날 순 없지만, 스스로 판타지스럽게 삶을 각색해 보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고 나니 이제는 더 이상 이전의 자유가 그다지 그립지 않아 졌다. 언제나 아기 생각으로 가득한 나의 정신은 자유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가끔 육체적 자유는 여전히 필요로 하지만 말이다.


지금 가진 것에 집중하자.

갖지 못한 것 또는 전에 가졌던 것에 집착하게 되면, 지금 가진 소중한 것도 제대로 돌보지 못할 테니 말이다.


나는 오늘도 예쁜 아기의 모습을 하나하나 눈에 가득 담아보았다.

아기가 엄마를 사랑하는 게 조금씩 느껴지기 시작하니, 그렇게 예쁠 수가 없는 요즘이다.


나도 이제 드디어 아기에게 사랑표현을 가득 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인가! 아기에게 안기고 뽀뽀세례를 받는 그런 날들이 무척이지 기대되는, 그런 밤이다.




오늘은 100일간의 육아 감사일기 예순다섯 번째 날이다.


장난기 가득한 표정과 행동을 아기에게 보여주면, 이제는 아기가 여지없이 깔깔거리며 웃어주곤 한다.

한없이 무해한 웃음을 보기 위해, 오늘도 나는 아기 앞에서 한없이 망가졌다.


가끔 남편과 함께 아기를 의자에 앉혀두고 예전 개그 프로그램처럼 합동 공연을 펼치곤 하는데, 그럴 때면 아기가 까르르 깔깔깔 하는 소리를 내며 쉼 없이 웃어준다. 그러면 엄마아빠는 또 그 웃음에 힘입어 더 격하게, 더 과하게 몸짓을 하고는 이내 장렬히 전사한다.


태어나고 일 년 사이에 '웃기다'는 감정이 어떤 것인지 느끼고 또 표현할 수 있게 된 우리 아기의 모습이 신기한 나와 남편은, 이렇게 종종 찾아가는 공연을 벌이곤 한다.


혼자라고는 못하겠는가! 아기와 함께 있는 침대가 나의 주 무대.

그 무대 위에서 단 한 명의 관객을 위해 혼신을 다해 관객에게서 웃음을 이끌어낸다. 그 관객의 행복은 곧 나의 행복이기 때문이다.


오늘도 다양한 표정을 보여주고 이상한 소리를 내주며 아기를 많이 웃겨주었다. 그 덕에 아기의 해맑은 웃음소리를 맘껏 들어, 육아 에너지를 충전시킬 수 있었다.


아기도 엄마 덕에 하루가 즐거웠길, 그리고 행복한 내일을 기대하며 깊은 잠에 들었길 바라보며-

오늘을 즐겁게, 그리고 무사히 마무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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