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저녁은 또 뭐 먹지?

100일간의 육아 감사일기 #66

by 마마튤립

저녁 시간이 다가오면, 아니 가끔은 점심이 지나고부터 오늘의 저녁 메뉴 고민이 시작된다.


오늘 저녁에는 또 뭘 먹어야 하나!


우리 먹을 밥도 고민스러운데 요즘엔 아기가 이유식과 유아식 그 중간단계에 와 있어서, 그저 만들어놓았던 것을 데우면 되는 이유식보다 손이 더 가기 시작했다.


아기 음식도 약간의 조리가 필요하고, 우리도 든든히 저녁밥을 먹어야 하기에 매일 남편과 나는 사뭇 진지하게 메뉴를 고민하곤 한다.


그런데 참 신기한 것이, 같이 살며 같은 음식을 먹어서 그런가- 그때그때 구미가 당기는 음식이 참 비슷하다. 산뜻한 걸 먹고 싶을 때 기름진 걸 먹고 싶을 때 혹은 특정 음식을 먹고 싶을 때 등 언제나 통할 때가 많아, 이견이 거의 없다.


그렇게 메뉴를 무탈하게 고른 날에는 고민이 사라지고 행복하게 밥을 먹으면 되지만, 가끔 의견 합치가 안 되는 날에는 저녁 식사가 점차 늦어져 배가 고픈 나머지 서로 조금씩 날이 서있는 적도 있다.


’아니 그깟 저녁 식사가 뭐라고!‘하며 생각할 수 있지만, 남편과 내가 맛있는 걸 먹으며 두런두런 하루의 이야기를 나누는 소중한 시간이기에 무척이지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요즘은 아기 때문에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기가 조금 어려울 때도 있지만, 그럼에도 맛있는 걸 함께 먹으면 행복해진다!)


그래서 우리는 더 진지하게, 저녁 메뉴를 고민한다.

대단한 진수성찬 보단 단출한 밥상에 더 가깝긴 하지만 말이다. 그래도 함께하는 밥상은 대단하건 대단하지 않건, 그저 함께하기 때문에 더 맛있게 느껴진다.


내일 저녁엔 또 어떤 메뉴를 골라볼까!

벌써부터 어렵지만 즐거운 고민이 시작된다.



오늘은 100일간의 육아 감사일기 예순여섯 번째 날이다.


우리의 저녁 식사 전에, 남편이 퇴근할 즈음에 맞춰 아기의 밥을 먼저 먹이려고 아기를 의자에 앉혀놨다.


평소 같으면 할머니와 영상통화를 할 때 방방 뛰며 좋다는 표현을 마구 하는데, 오늘은 뭔가 차분하다 싶었다. 그럼에도 아기새처럼 이유식을 받아먹는 아기의 모습에, 별로 문제 될 게 있어 보이지 않았다.


퇴근한 남편이 내가 준비하던 우리의 식사를 마저 준비해 주는 동안 아기의 밥을 계속 먹이고 있는데, 아기가 갑자기 칭얼거리기 시작해서 의자에서 꺼내 안아주었다.


요즘 밥태기가 온 아기이기에, 그저 밥이 먹기 싫어서 그런가 싶었는데- 뭔가 아기의 목과 이마, 그리고 겨드랑이 부근이 평소보다 뜨끈했다.

체온을 재기 싫어서 몸부림치는 아기를 붙잡고 열을 재보았더니 38도가 나왔다.


38도가 넘으면 해열제를 먹이라던 의사 선생님의 말이 떠올라, 그 즉시 해열제를 먹이고 체온과 비슷한 온도의 젖은 수건으로 몸을 닦아주었다.


신기하게도 얼마 지나지 않아, 아기에게서 느껴졌던 뜨끈한 체온이 원래대로 돌아갔고 그와 동시에 차분했던 아기가 금세 다시 활발해졌다.


휴-!

돌이 지난 지금까지 해열제 한 번 먹이지 않고 잘 지냈던 우리 아기였기에, 오늘의 해프닝이 나를 마음 아프게 했다. 아기가 아프면 내가 대신 아파주고 싶은 그 마음을, 어렴풋 느껴본 순간이었다.


아기의 열 때문에, 우리의 저녁 식사는 코로 들어갔는지 입으로 들어갔는지 모르게 끝나버렸다.


부디 내일은 우리 아기가 건강을 완벽히 되찾길,

그리고 우리도 맛있는 저녁식사를 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본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이 좋은 날이라는 걸, 또 한 번 체감한 그런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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