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해서 출강 나가면 다 어른인 줄 알았지

어른이 된 줄 알았지만, 아직은 어른이 되어가는 중

by 마마튤립

꽃을 막 시작했을 무렵, 나에게는 원대한 꿈이 있었다.


'꽃으로 나만의 길을 개척해서, 내 차를 직접 운전하며 기업 출강을 다닌다!'


이십 대 중반을 막 넘어선 그 당시에는

1. 내 차를

2. 직접 운전하며

3. 출강을 다닌다

는 세 가지가 모두 그저 선망의 대상이었기에, 이 세 가지를 하나라도 이룰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하곤 했다.


꽃집을 내는 것은 나의 목표가 아니었다. 대신 공간을 대여해 원데이 클래스를 진행하고, 온라인으로 완제품과 DIY KIT를 판매하고, 크라우드펀딩으로 제품 개발을 시도하며, 나는 일에 대한 작은 근육을 천천히 키워갔다.

아니 키워갔다기보다 서서히 내리는 눈발처럼 아주 조금씩 기록이 쌓여갔다고 말하는 편이 더 맞을 것이다.


(공간에 얽매이고 싶지 않았던 그때의 마음, 사람을 좋아하면서도 오프라인보다는 온라인에서 ‘친절한 사장님’이 되겠다고 결심했던 선택이, 육아 중인 지금 돌이켜 보면 참 탁월한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꾸준히 다양한 업체에 입점하며 온라인상에서 수많은 고객들을 만나오다가, 아주 우연한 계기로 기업 강의를 시작하게 되었다.


코로나가 기승이던 시절, 대부분의 강의들은 온라인으로 진행되었다. 비록 내가 꿈꾸던 '내 차를/ 직접 운전하며/ 출강을 다닌다'의 모습은 아니었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나의 기법을 알려주고 결과물을 함께 나누고 있는 나의 모습이 참 신기하고 또 조금은 기특했다.


취미로 시작한 꽃을 업으로 삼겠다고 고군분투하던 시절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기에 말이다.


(아주 몹시 추운 겨울, 꽃의 시장성을 확인해 보겠다며 꽃을 이고 지고 신촌으로 가 졸업식 꽃다발을 팔았던 기억도 있다. 내 앞을 지나가다 다시 돌아와 지갑을 열던 손님들을 보고 조금은 자신감을 얻었던 그 시절. 지금 하라고 하면... 아마 못 할 것이다.)


그 시기, 나는 내 차를 직접 운전하며 다니는 '(내가 생각하는) 준 어른'이 되었고 코로나가 끝난 뒤에는 내 차를 직접 운전하며 출강을 다니는 '(내가 생각하는) 어른'이 되었다.


그리고 아이를 낳은 2023년을 지나, 2024년을 건너 어느덧 2025년의 끝자락에 서 있었다.


여느 연말과 다름없이 출강을 마치고 지친 몸을 차에 구겨 넣으며 '아- 그래도 잘 끝나서 다행이다!' 하며 운전을 하던 중,


'내가 진짜 어른이 맞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어느새 세 살이 된 딸도 있고, 내 브랜드 르셀레네를 운영한 지도 10년 차가 되었으며, 운전도 한 손으로 할 줄 알고 아이스 아메리카노도 자연스레 마실 만큼 익숙한 어른이 되었는데도, 정작 나는 여전히 ‘진짜 어른이 맞을까’라는 질문 앞에 서 있었다.


여전히 남편과 아기 앞에서 우스꽝스러운 표정과 행동도 하고, 아기랑 음악에 맞춰 땀 흘리며 춤추고 노래하고, 친구들을 만나면 실없는 소리도 하며 푸하하하 웃는 나를 보며,

그런 나를 보며 어른이라는 이름이 아직도 조금은 낯설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깜깜한 밤. 자동차의 불빛이 반짝 빛나는 도로를 막힘없이 빠르게 달리며 '나는 여전히 장난기 많은 아이의 마음을 품은 채 어른의 몸을 빌려 살고 있는 것 같다'라고 스스로를 정의해 보았다.


어른의 모습으로만 살면 너무 퍽퍽하고, 또 아이의 마음으로만 살면 너무 가벼우니까.


그리고 문득, 내 곁에 어른들은 어떤 마음으로 살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아마 나와 비슷한 마음이겠지'하고 혼자 그렇게 결론지으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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