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개월, 나의 작은 실수 선생님
식탁 위에 물을 가득 엎질렀다.
예전 같았으면 입 밖으로 소리를 내지 않더라도 속으로 '으휴, 그걸 왜 밀어 가지고 쏟았을까'하며 스스로를 탓했을 것이다. 하지만 요즘의 내 마음에는 전혀 동요가 일지 않는다. 그저 ‘닦으면 되지’ 하는 담담한 생각이 몸을 일으켜 휴지를 찾게 할 뿐이다.
음식을 먹다가 부주의로 인해 하얀 옷에 빨간 국물이 팍 튀어도 마찬가지다. 얼른 다른 옷으로 갈아입고 얼룩제거제를 칙칙 뿌려놓은 채 식사를 이어간다. 튈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분명히 했으면서도 옷 갈아입기를 귀찮아했던 나의 선택이 만들어 낸 결과물이니 말이다.
내가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이, 마음에는 조금씩 여유가 스며들었다.
실수의 순간은 너무나 찰나여서 때때로 '하...'하고 탄식이 터져 나오기도 하지만, 인생은 되감기 할 수 없는 현재진행형이다. 이미 일어난 일 앞에서 자책하기보다,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하는 것이 낫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이 평온한 깨달음은 사실 나의 작은 미니미, 우리 아이가 선사해 준 고마운 선물이다.
이제 곧 30개월이 되는 딸은 '아기'와 '어린이' 그 중간 어디쯤에 와 있다. 참 많이 컸다 싶으면서도 일상은 여전히 실수투성이다. 옷과 바닥에 음식을 흘리고, 우유나 주스를 쏟고, 어디선가 무언가를 묻혀온다. 아이는 매일 수많은 시행착오와 함께 자라고 있다.
나는 아이의 실수가 곧 '살아있는 교육'이라 믿는다. 그래서 아이가 실수할 때면 아무렇지 않게 반응하려 노력한다. "실수했어? 괜찮아, 닦으면 되지. 우리 같이 해볼까? 아니면 엄마가 도와줄게, 잠시만 기다려봐."
언젠가 내가 실수로 커피를 쏟았을 때, 아이가 내게 물었다.
"엄마 실수했어~?"
그 순간, '어른도 충분히 실수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줄 때다'라는 생각이 스쳤다.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맞아, 엄마도 이렇게 실수를 해. 실수하면 닦으면 돼! 우와, 커피 향 좋다! 엄마가 닦아볼게." 나는 행주를 가져와 담담하게 식탁을 훔쳤다.
그 일이 있은 뒤로, 아이는 실수를 할 때마다 "엄마처럼 실수했어~"하며 이실직고를 한다. 그 모습이 어찌나 귀여운지 모른다. 가끔은 장난을 쳐놓고 "실수했어!"라며 슬쩍 무마하려는 영악함(?)을 보이기도 하지만, 그 또한 배움의 과정이라 생각하며 함께 '실수 해결하기'에 돌입하곤 한다. 물론 "일부러 하는 실수는 안 돼!"라는 따끔한 일침도 잊지 않지만 말이다.
앞으로 아이가 또 어떤 실수를 마주하고 그 끝에 어떤 배움을 얻어낼지 궁금해진다.
아이의 서투름을 지켜보며, 역설적이게도 내 마음은 점점 더 평온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