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이 주는 호사 누리기

[The Book Selene #21: by Florist Hyein]

by 마마튤립


어찌 보면 너무나 당연한 것들, 햇살 바람 나무 풀 꽃 그리고 별-

자주 걷는 동네 길


가끔 날씨가 참 맑은 날엔 밤하늘을 바라보며 걷는 것을 좋아한다. 누군가가 같이 걸을 때면, 별을 한 번 바라보라 이야기하곤 하는데 대부분 시큰둥하게 반응한다. 짙은 남색 스케치북에 반짝이처럼 별이 콕콕 박혀 있는 모습이 참 예쁜데 말이다.

요즘처럼 온갖 나무와 풀들이 초록 옷을 갈아입는 시기에는, 자연이 주는 수없이 많은 초록색을 구경하기에 바쁘다. 길을 가다가도 잠시 멈추었다가 걷다가 또 멈추어 선다. 땅을 뚫고 나와 어느새 한 군락을 이루고 있는 풀과 꽃을 구경하다 보면, 뭐랄까 기특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다. 그리곤 가끔 엉뚱한 생각을 이어간다. ‘이 나무, 풀들이 이곳에 하나도 없으면 우리는 어떻게 될까?’ 일어날 일 없는 ‘상상’이지만 그렇게 생각하고 나면 이 도시에 있는 자연이 더 좋아진다.

제주 물영아리 오름_ 발 닿는 곳 마다 초록의 향연이다


며칠 전 다녀온 여행길에서는 온전히 자연을 더 깊게 느껴 보았다. 도시의 콘크리트와 함께 어우러진 인공 숲을 떠나, 숱한 세월이 만들어낸 울창한 숲을 찾아갔다. 질서 없이 이루어진 자연물이지만 비슷한 간격을 두고 높이 솟은 나무들을 보며, 그들만의 질서와 구역이 존재하는가 싶었다.

스치는 바람에 전해온 작은 꽃들의 향기 덕에, 두 시간 반 동안의 숲 속 산책길엔 새소리와 함께 콧노래가 가득했다. 수 없이 걸었지만 힘들다는 생각보다 좋다는 생각이 마음속에 가득했다.



너무 짧은 여행이어서 그랬는지 여독을 느낄 새는 없었고, 조금 긴 꿈을 꾼 것 같았다. 무성한 자연을 느끼고 오니 도시의 자연이 시시할 법도 한데, 여전히 초록빛은 참 예쁘게 느껴진다.

더욱 무더운 여름이 다가오면 강아지 풀이 콘크리트를 뚫고 올라와 더운 바람에 살랑일 테고, 가을이 찾아오면 언제 초록빛이었냐는 듯 빨간색 주황색 노란색 그리고 갈색으로 물들어가겠다. 사 계절이 변하면서 자연의 색이 변해가는 것이 너무 당연하지만, 이 모든 게 자연이 주는 호사라고 생각하면 참 고맙다.



가만히 귀 기울여 보면 새소리가 들려오는 요즘 날-
바쁜 하루를 보내며 피로했던 눈과 마음을 자연으로 돌려, 자연이 주는 호사를 잠시나마 즐겨 보았으면 좋겠다. 잠깐이지만 알 수 없는 차분함과 평화로움을 느껴 볼 수 있을 것이다. 복잡한 도시 속에서 살아가는 내게, 자신보다 큰 나무가 주는 조용한 위로를 받아보길 바란다.




[ Flower X Culture ]

Selene Florist. Hyein


2018.06.15



더 북 셀레네는 매주 금요일에 발행되며, 여러 명의 에디터와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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