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ook Selene #30: by Florist Hyein]
우리에게 너무나 흔한 물건이지만, 관심을 가져 본 적은 없었던 '코르크'
만져보면 말랑말랑한데, 어떻게 만든 걸까?
색상도 갈색이고 나무의 향도 나는 걸 보니 자연의 산물인 건가?
궁금해한 적은 있지만 굳이 찾아보지는 않았다.
며칠 전, 친구의 집들이를 위해 사 간 와인 입구에는 어김없이 코르크 마개가 덮여 있었다. 그 날은 코르크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야 하는 대망의 날이었기에, 집에 오자마자 검색을 시작했다.
코르크 마개는 너무나 단순하고 명확하게도, 코르크나무(Cork Tree)의 껍질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이보다 더 명확한 네이밍이 있을 순 없다고 생각을 하며 조금 더 깊이 알아보기로 했다. 코르크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참나무의 한 종류로 아프리카/ 유럽에서 자생하는 나무이다. 이 나무는 우리나라의 참나무와 흡사한 유전자를 지녀 도토리도 맺힌다고 한다.
가장 궁금했던 사실. '코르크 마개의 말랑말랑함'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코르크나무의 나무껍질 내에 들어있는 '수베린 Suberin'이라는 성분이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이다. 이 성분 덕에 껍질의 탄력이 좋아지고, 공기는 통과시키되 물이 빠져나오지 못하는 코르크 마개를 만들 수 있던 것이다. 예로부터 이를 발견하고 포도주의 병마개로 활용했던 선조들의 혜안이 뛰어나다는 생각이 또다시 드는 순간이다.
고맙지만 슬픈 소식은, 매 해 나무의 껍질을 벗겨도 매년 나무에 새로운 껍질이 감싸진 다는 사실! 그리하여 나무에게는 딱히 해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나무에 또 다른 해를 입히지 않으려면 기계가 아닌 숙달된 사람의 손으로 모두 처리해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다. 게다가 약 150-250년의 수명을 가진 나무가 평생에 걸쳐 열댓 번의 나무껍질을 제공해준다는데, 이러한 점들이 요즘 코르크 마개가 아닌 알루미늄 소재의 뚜껑으로 바뀌는 이유이기도 하다.
코르크나무를 더욱더 지켜줘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코르크나무가 생태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나무이기 때문이다. 코르크나무의 껍질은 산불 속에서도 씨를 보호하고 나뭇가지를 잘 지켜낸다고 하니, 숲 속 생태계를 지켜주는 든든한 수호신이 따로 없다.
나무를 닮은 말랑말랑한 스펀지와 같은 코르크 마개에, 이렇게나 다양한 이야기가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하였다. 언젠가 코르크 마개를 다시 본다면 오늘의 이야기를 다시 떠올리며 고마움을 표해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 Flower X Culture ]
Selene Florist. Hyein
2018.08.17
더 북 셀레네는 매주 금요일에 발행되며, 여러 명의 에디터와 함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