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ook Selene #33: by Florist Hyein]
외출하기 전, 칙- 하고 향수를 뿌리면
내게서 나는 은은하게 나는 향이 참 좋다.
서둘러 나가는 바람에 향수 뿌리는 것을 잊고 나갈 때면
다시 집에 들어와 뿌리기까지 한다.
그러고 보면 옷, 신발, 가방 등 유형의 물건들이 아니라
무형의 무언가로 나를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은
참 매력적이다.
길을 걷다가 추억이 깃들어 있는 향기나 냄새를 맡으면
자연스레 뒤를 다시 돌아보게 되고,
그 향을 따라 옛 추억속으로 빠져들 정도이니
향수의 위력은 대단한 듯 싶다.
꽃을 만지다 보면 종종
그 향을 그대로 붙잡아두고 싶다는 생각이 자주 들곤 한다.
모든 꽃잎으로 향수를 만들 수 있으면 참 좋겠지만
사실 향수가 될 수 있는 꽃의 종류는 그다지 많지 않다.
세상에는 수 많은 꽃이 있지만
향을 만드는 꽃들이
장미, 자스민, 목련, 라벤더, 오렌지꽃, 히야신스 등으로
한정되어있는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이다.
이집트 고분에서부터 발견이 될 정도로 역사가 깊은 향수.
지금은 너무나 흔하게 느껴지지만,
향수를 제조하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기술과 노력이 필요하다.
1kg의 향수 원액을 만들기 위해선 꽃잎으로
1만제곱미터를 가득- 채워야하고,
또 이 향기를 빨리 날아가지 않도록 하는
고도의 과학기술을 접목시켜야 한다고 하니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향수를 제조하는 방법 중 가장 유명한 방법은
꽃잎을 물에 담근 뒤 그 물을 끓인 원액을 뽑아내는 것이다.
이 방식은 무려 17세기,
무굴제국 황제의 목욕법에서부터 비롯되었다.
매일 장미꽃을 뿌려놓고 황제의 목욕을 준비했던 애첩은
뜨거운 물에 꽃잎을 넣으면
늘 표면에 기름기가 둥둥 떠다니는 것을 발견하고
그 기름기가 황제의 심기를 거스를까 노심초사하며
황제가 목욕하러 오기 전 항상 기름기를 걷어냈다고 한다.
이에 아이디어를 얻은 페르시아 현자 이븐 시나가
'증류'를 통해 장미 향유를 얻는 방법을 고안해낸 것이다.
눈으로 보기만 해도 아름다운 꽃들이
보이지 않는 아름다움까지 만들어 준다고 생각하니
더욱 고맙기만 하다.
누군가에게 나를 기억하도록 만드는
누군가를 기억하게 만드는
보이지 않는 악세사리인 '향수'
내일은 요즘 제철 과일인 무화과를 베이스로 만든
무화과향 향수를 뿌리고 나가,
가을 속으로 흠뻑 빠져보고싶다.
[ Flower X Culture ]
Selene Editor. Brand J
2018.09.07
더 북 셀레네는 매주 금요일에 발행되며, 여러 명의 에디터와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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