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Book Selene # 46 : by Curtis ]
'유행은 돌고 돈다'
요즘은 이 말이 특히나 실감된다.
10년을 주기로 패션의 유행이 다시 온다고 하는데
과거에 유행했던 짧은 기장의 푸퍼(Puffer), 일명 숏 패딩이 다시 인기다.
뿐만 아니라 떡볶이 단추가 달린 더플코트나
코듀로이 소재의 바지부터 재킷까지
옛 것이 골고루 인기다.
무엇 때문일까.
현대인들은 바쁜 생활 속에서 옛 추억들을 하나씩 꺼내기 시작하는 듯하다.
너무 빠르게 변해가는 고도화된 사회와
아날로그가 사라진 디지털 세상 때문인지
생각만 해도 따뜻한 기분이 드는 레트로가 다시 뜬다.
아니 이미 떴다.
유튜브 채널 "와썹 맨"부터 Olive TV의 "밥 블레스 유"에서도
힙한 젊은이들의 을지로를 찾는다.
아직 수십 년 전에 머물러 있는 것 같은 모습의 을지로가 떴다.
생삼겹살만 먹던 사람들이 다시 냉동 삼겹살을 찾는다.
https://www.youtube.com/watch?v=tY9HSqtnJR8&feature=youtu.be
이러한 레트로 무드에 대한 관심은
여러 브랜드에서도 나타난다.
1952년부터 판매되기 시작한 곰표 밀가루는
올드한 이미지를 벗기 위해 "곰표 레트로 하우스"를 열었고,
밀레니얼 세대들의 취향에 맞는 다양한 굿즈를 기획하기도 했다.
지난 4월에 오픈한 동서식품의 "맥심 플랜트"는
짧은 시간만에 한남동의 핫플레이스로 자리매김하며
젊은 세대들이 브랜드를 새로이 경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전의 '커피는 맥심'이라는 이미지에서 탈피하여
보다 친숙하고 젊은 브랜드로의 변모를 위한 시도가 잘 이뤄진 셈이다.
이러한 요즘의 유행은..
옛 것이 편안한 어른 세대와
옛 것이 재미있는 젊은 세대의
마음이 맞아 생겨나지 않았을까.
여기에다 불을 지핀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까지.
진짜 시린 강추위는 지금부터 라지만,
왠지 모르게 마음이 추웠으니까
정겨워서 따뜻한 기분마저 드는 옛 것이 그리웠으리라
생각이 들기도 한다.
집 안 찬장에 감춰져 있던
오래된 꽃무늬 유리컵들을 찾기에 나설 정도니 말이다.
또 한편으로는
우리도 옛날의 것을 이제 더 이상
창피하거나 이상한 것이라고 여기기보다는
아버지의 옷을 물려 입는 유럽인처럼,
지켜가고 싶고, 자랑스럽게 내보일 수 있는 소중한 것이라는
건강한 마음이 생겨난 건 아닐까 싶다.
[Flower X Culture ]
Selene Editor. Curtis
2018.12.07
더 북 셀레네는 매주 금요일에 발행되며, 여러 명의 에디터와 함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