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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르셀레네 Aug 09. 2019

초록이 좋은 여름날

여기도 초록, 저기도 초록



조금만 걸어도, 아니 서 있기만 해도 등줄기에 땀이 나는 요즘.


너무 더워서 여름이 빨리 지나갔으면 하는 마음이 들다가도, 가을이 되어 서서히 물들어가며 떨어질 나뭇잎들을 생각하면 그 마음이 쏙 들어간다.


by. selene


오직 지금, 이 뜨거운 여름에만 누릴 수 있는 초록빛이 참 좋기 때문이다.


봄에 싹튼 야리야리한 연둣빛의 잎들이

점점 더 뜨거워지는 햇빛을 받으며 짙은 초록빛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관찰하는 건,

365일 중에서도 잠시나마 느껴볼 수 있는 즐거움이다.


by. selene


무척이나 더운 여름날이지만 그 즐거움을 위해 동네를 걸으면서 종종 나무 아래에 멈추어 선다.

그리고는 빤히 잎을 바라본다.


by. selene


같은 나무에서 나왔지만 조금씩 다른 초록 잎들이 겹겹이 만나 또 다른 짙은 초록색을 만들고, 태양이 내리쬐는 자리에서는 연둣빛 잎이 반짝이곤 한다.


그 모습을 눈에만 담기 아까우니, 사진으로도 남기고 영상으로도 남긴다.


그리고 가끔 미세 먼지가 많은 날, 사진첩을 뒤적이며

초록 잎들의 향연을 작은 화면으로나마 구경한다.

믿기 어렵겠지만 조금이나마 숨통이 트이는 기분이다.


밤 하늘 별과 달 by. selene


나는 밤하늘에 있는 별을 발견하는 것도 참 좋아하는데,

비슷한 맥락으로 낮 시간에 고개를 들어 하늘과 태양 그리고 초록 잎들이 주는 선물을 받자면

그 순간이 에너지가 되어 남은 하루를 기분 좋게 만든다.

(밤에 빛나는 별을 발견하며 기뻐하는 일은, 하루 동안 시간을 잘 보낸 나에게 주는 선물일까?)


해질 녘, 하늘과 잎 by. selene


여하튼 주변에 있는 자연을 바라보고 관찰하며

그를 통해 너무나 쉽게 행복한 기분을 맛보곤 한다.

쉽게 설명하기 어려운 기분이지만

맛있는 것을 먹고 좋아하는 걸 소유하고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그런 느낌들과는 분명히 또 다른 느낌이다.


초록과 함께


밝게 빛나는 초록 잎들이 주는 행복은

밖을 나서서 조금만 걷다 보면 언제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는, 가까이에 있는 행복이어서 그런 것 같다.


내가 행복을 느낄 수 있는 방법이 언제나 곁에 있으니까.


by. selene


여름날에 창문을 열어놓으면 들리는 매미소리,

그리고 산책을 하면 들려오는 풀벌레 소리도 여름에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눈으로 직접 그 생명체들을 마주하면 소리를 지르며 재빠르게 도망가기 바쁘겠지만,

귀로 들리는 소리만큼은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어준다.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고 했나.

뜨거운 여름날 창문을 통해서 바라보는 초록색들이 너무 예뻐 바깥에 나가면 너무더워 후회를 할 때도 있지만,

초록 잎을 만나면 마냥 또 좋다.


by. selene


한 두 달 뒤에면 만나기 어려운 이 초록빛을 만나러 오늘도 산책을 나서야겠다.


땀이 금방 나는 나에겐 너무 힘든 여름이지만,

일상의 행복을 느끼게 해주는 여름은

내가 무척 사랑하기도 하는 계절이기도 하다.


Selene Florist. hy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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