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사람을 살아가게 해주는
담담한 용기

<스토너> 를 읽고

by 실버볼

<스토너>를 읽고

한 인간의 근원적 고독함이 잔잔하게 펼쳐진다. 특별하지 않기에, 영웅의 이야기가 아닌 소시민의 이야기이기에 더 몰입하게 만드는 책. 나의 이야기일까, 아니면 또 다른 보통 사람의 이야기일까.


"시간이 생겨도 난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를 걸세.
그런 걸 배운 적이 없으니까."

마치 내 이야기 같다. 갑자기 시간이 생겼을 때 내가 함직한 말이다. 소설 <스토너>는 보통사람의 이야기일지 모른다. 어쩌면 보통사람보다도 못한 한 인간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윌리엄 스토너의 인생은 잔잔하다 못해 실패한 인생으로 보이기까지 하다. 뭇 소설처럼 다이나믹한 사건보다는 한 사람의 인생을 그대로 보여주는 소설이다. 스토너는 실패한 인생을 살았다고 생각한다. '그는 냉정하고 이성적으로 남들 눈에 틀림없이 실패작으로 보일 자신의 삶을 관조했다'에서 보이듯이 그의 인생은 겉으로 보기에는 실패작이었다.


대학 진학 후, 영문학도의 길로 들어서게 되는 과정에서 겪게 되는 부모님과의 이별로 그의 인생은 시작된다. 첫눈에 반했지만 결국 실패작이 된 이디스 보스트윅과의 결혼생활. 사랑에 빠져 열정을 바치고 몰입하지만 끝내 헤어져야만 하는 캐서린과의 관계. 가장 사랑하여 아픔을 조금이라도 줄여주고 싶었지만, 할 수 없는 일이 없던 딸 그레이스. 그리고 학교에서의 평범한 나날들.


하지만 그에게도 열정을 불러 일으키는 대상도 있었다. 처음 맛본 소네트의 감동이라던지, 첫 책을 집필하고 학문에 몰두하면서 그는 인생에서 열정을 맛본다. 하지만 마지막에 그에게 남은 것은 없었다. 소싯적 자신이 집필했던 책만이 그의 옆에서 그의 인생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같이 있다가 그를 떠나보낸다. 하지만 무언가를 남겨야 하는 것이 인생의 목적이 아니기에, 아니 인생은 목적보다는 그냥 살아내는 것이기에 스토너의 인생은 목적과 의도하는 삶에 몰두하는 현대인에게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스토너의 인생은 우리 마음속에 스며든다. 그가 느꼈던 고독함이라던지 슬픔은 곧 우리들이 일상에서 겪는 아픔과 맞닿아 있다. 하지만, 나는 그의 고독과 슬픔에 가슴 저리면서도 가슴 아파하진 않는다.(저리면서도 아프지 않다는게 맞는 표현인지는 모르겠다.) 담담하게 인생을 살아간 스토너에게서 오히려 위안을 받는다. 매일매일은 활기찼지만, 돌아보면 쓸쓸함이 진하게 느껴지는 우리네 현대인의 일반적 모습보다 담담하게 하루하루를 담아가는 스토너의 인생을 더 닮고 싶다. 스토너보다는 나은 인생일 수 있기에, 아니 낫지 않더라도 그의 인생을 오롯이 담담하게 느껴봤기에 나는 오늘 하루도 담담하게 살아갈 용기를 얻는다. 우리가 스토너에게 빚지는 것은 그러한 담담함 속의 용기일 것이다.


이런 담담함 속의 용기는 우리네 부모님들이 보여주시던 모습이었다. 스토너를 보고 나서야 그 용기를 발견한 내 자신에게 부끄러워진다. 우리네 부모님의 영웅담을 뒤늦게 알아차린 자식의 뒤늦은 후회가 밀려오기도 한다. 스토너와 우리네 부모님, 나 역시 그 뒤를 뚜벅뚜벅 좇아가고 싶다. 실패한 인생이지만, 담담하게 살아갈 수 있는 용기를 스토너와 우리네 부모님에게서 찾아보는 저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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