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바심에 빠졌을 때 나타나는 증상

조바심의 증상(3)

by 양은우

앞서 나가지 못하고 뒤따라 다니게 된다


지금은 그러한 풍경이 거의 사라지고 없지만 어릴 때만 해도 개천에서 족대를 이용하여 물고기를 잡는 광경을 흔하게 볼 수 있었다. 물고기를 잡을 때 물고기를 쫓아다녀서는 절대로 잡을 수 없다. 물고기가 지나갈 만한 길목에 그물을 드리우고 물고기를 몰아 오거나 물고기가 지나가기를 기다려야 한다. 길목을 지키게 되면 대어를 건져 올릴 수도 있지만 뒤를 따라다니게 되면 피라미조차 잡을 수 없다. 물고기의 뒤를 따라다니는 이유는 마음이 급하기 때문이다. 서둘러 물고기를 잡고 싶지만 물고기는 보이지 않으니 기다리지 못하고 지나간 물고기의 꽁무니만 따라다니는 것이다.


마음의 여유가 사라지면 무언가를 끈기 있기 기다리지 못한다. 기다리지 못하면 취할 수 있는 행동은 눈에 보이는 것을 쫓아가는 것뿐이다. 하지만 이미 앞서 달려가는 무언가를 쫓아가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는 어린 시절 달리기 경험을 통해 충분히 알고 있다. 잡을 수 있을 것 같지만 상대방도 나와 같은 속도로 달리고 있기 때문에 따라잡기가 쉽지 않다. 힘은 힘대로 들고 성과는 성과대로 나지 않는다.


무언가를 앞서 기다리는 것은 스스로 통제력을 갖는 것이지만 뒤따라가는 것은 통제력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자기 자신에 대한 통제력과 상황에 대한 통제력 모두. 통제력을 쥔 사람들은 상황을 리드할 수 있지만 통제력을 잃어버린 사람은 상황에 끌려 다닐 수밖에 없다. 주위에서 보면 늘 일에 치여 사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면서도 성과는 성과대로 저조하다. 반면 늘 여유 있어 보이면서도 성과는 좋은 사람들도 있다. 두 사람의 차이는 앞에서 기다리느냐 뒤에서 쫓아가느냐의 차이다.


삶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자기 통제(self-control)가 중요하다. 이와 관련된 마시멜로우 실험은 너무나도 유명하다. 1960년대에 미국 스탠퍼드 대학교의 심리학 교수였던 월터 미셸(Walter Mischel)은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간단한 실험을 진행했다. 아이들을 방에 놓고 마시멜로우를 주고 그것을 먹지 않고 참으면 마시멜로우를 하나 더 주겠다고 약속한 후 자리를 비웠다. 그중에는 실험자가 방을 나서기 무섭게 마시멜로우를 먹어 치운 아이도 있었지만 끝까지 먹고 싶은 유혹을 참고 기다린 아이들도 있었다.


세월이 흐른 뒤 미셸 교수는 그 아이들이 어떻게 자랐는지 추적 조사를 하였다. 그러자 어릴 때 실험에서 마시멜로우를 먹지 않고 오래 버틴 아이들이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학업에서 뛰어난 성적을 거두었고 친구들과의 관계도 우수했다. 자기 통제력이 뛰어난 아이들이 더 나은 삶을 살고 있었던 것이다. 긍정심리학의 대가인 마틴 셀리그만(Martin Seligman) 교수가 앤젤라 덕워스(Angela Duckworth) 교수와 함께 진행한 실험에서도 자기 통제 능력이 지능보다 2배나 더 학업성적에 영향을 끼친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통제력을 갖는다는 것이 얼마나 삶에 있어 중요한 일인지를 보여주는 실험들이라 할 수 있다.


mouse-bacon-2692474_960_720.jpg [이미지 출처 : pixabay.com]


자기 자신을 통제하지 못하고는 오랜 시간을 기다릴 수 없다. 기다리려면 먼 앞을 내다볼 수 있는 혜안이 있어야 한다. 멀리 내다보고 변화의 흐름을 감지해야 길목이 내다보이는 것이다. 투자의 귀재라고 하는 워런 버핏은 멀리 내다본 사람들의 대표적인 경우이다. 뛰어난 기술을 가졌으면서도 저평가되어 있는 회사의 주식을 골라 긴 안목을 가지고 장기적으로 투자하였고 그것이 대박을 가져다주었다. 반면 주식투자에서 손실을 입는 사람들은 대부분 기다리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짧은 시간에 이익을 좇다가 변하는 상황에 적응하지 못하고 투자한 돈을 날리는 것이다.


자주 짜증이 나거나 화를 내는 경우가 많다

조바심에 시달리게 되면 전두엽의 기능이 저하된다는 것은 앞서 언급한 바 있다. 이는 집중력의 저하뿐 아니라 감정조절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전두엽은 변연계에서 올라오는 각종 감정을 조절하고 충동을 억제한다. 변연계는 각종 신경전달물질이나 호르몬을 통해 다양한 감정이나 정서상태를 좌우하는 기능을 하기 때문에 ‘화학적 뇌(chemical brain)’라고도 하는데 감정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게 되면 짐승과 다를 바 없다. 아무리 화가 나거나 짜증이 나는 일이 있더라도 상황에 따라서는 참을 수 있어야 하며, 아무리 기쁘고 즐거운 일이 있더라도 그 감정을 제어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역할을 해주는 것이 전두엽이다.


전두엽이 손상되거나 기능이 제대로 발달하지 않으면 감정을 조절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사춘기 아이들이 충동적인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속에 있는 감정을 그대로 발산하는 이유도 변연계는 완전히 발달이 끝난 반면 그것을 억제할 수 있는 전두엽이 완전히 발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조바심은 이미 변연계에 불이 들어와 있는 상태이다. 만성적인 조바심에 시달리는 사람은 늘 머릿속에서 비상벨이 울리는 것과 마찬가지다. 변연계에 불이 들어오게 되면 전두엽의 기능은 저하되고 부정적인 감정은 제어되지 못할 가능성이 커진다. 변연계가 전두엽을 제어하는 기능이 전두엽이 변연계를 제어하는 기능보다 훨씬 뛰어나기 때문이다. 변연계에서 불안하고 초조한 마음이 계속되면 그것을 해소하기 위해 에너지가 밖으로 분출된다. 주위 사람들에게 괜히 짜증을 내거나 대수롭지 않은 일에도 화를 내는 일이 생길 수 있다. 자신도 감정적으로 피폐해질 뿐만 아니라 주위 사람들의 감정도 해칠 수 있는 것이다.


정신이나 육체적인 건강 측면에서도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초조하고 불안한 감정이 지나치게 되면 아드레날린이 증가하게 되고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솔의 분비 조절에 애를 먹게 된다. 아드레날린은 몸을 긴장상태로 만든다. 교감 신경에 작용하여 심장박동을 빠르게 하고 혈압을 상승시키는 역할을 한다. 자주 초조함과 불안을 느끼는 사람일수록 고혈압과 같은 질병에 시달릴 확률이 높다. 코티솔은 스트레스 호르몬으로 몸에 가해지는 스트레스를 견딜 수 있도록 해주지만 스트레스 상황이 지속되면 마치 고장 난 수도꼭지에서 수돗물이 흘러나오는 것처럼 코티솔이 과다하게 분비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기억과 학습에 관련된 해마라는 두뇌 기관이 위축되거나 시냅스를 구성하는 축색돌기가 파괴되어 뇌세포가 사멸된다. 뇌 기능이 저하되는 것이다.


세로토닌의 분비도 줄어든다. 세로토닌은 행복 호르몬이라고도 하며 각성상태를 유지시켜주고 명랑한 마음과 행복한 감정을 느끼도록 만들어준다. 세로토닌의 분비가 줄어들면 전두엽의 기능이 저하되어 감정조절 능력이 약화되고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사고가 저하된다. 귀차니즘이 발동되고 조울증 등의 증세가 나타날 수 있으며 은둔형 생활을 선호할 수 있다. 조바심이 심해지면 기분이 나쁘거나 바닥으로 착 가라앉는 등의 감정을 느낄 수 있다.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 조바심으로 인한 신경전달물질 혹은 호르몬 분비가 영향을 받는 일이 오래 지속되면 신체를 건강한 상태로 유지하려고 하는 항상성(恒常性)이 저하되고 이로 인해 신체의 밸런스가 깨질 수 있다. 면역력이 떨어지고 각종 신체질환이 나타날 수 있는 것은 물론 우울증과 같은 질환으로도 전이될 수 있다.

brain-3168269_960_720.png [이미지 출처 : pixabay.com]


지금까지 언급한 내용들이 조바심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게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특징이다. 하나의 특징은 다른 특징과 연결되어 있다. 우왕좌왕하다 보면 하는 것 없이 시간을 흘려보내게 되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은 하지 못하게 되며 실행력도 약해진다. 이것 찔끔 저것 찔끔하다 보니 성취감도 낮아진다. 마음이 조급 해지다 보니 자기 통제력을 잃게 되어 일을 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일을 뒤쫓아 다니게 되고, 눈 앞에 보이는 것만 쫓다 보니 시야도 좁아질 수밖에 없다. 이런 사이클이 반복되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번 아웃되어 삶 자체에 의욕을 잃을 수 있다. 그러니 조바심의 굴레는 한 번 빠져들면 빠져나오기 힘든 미궁과 같을 수 있다.


더 나아가 이러한 생활이 습관으로 굳어질 우려도 있다. 습관이라는 것은 뇌가 에너지를 최소한으로 사용하기 위해 조금 더 편한 방식을 요구하는 것이다. 조바심의 굴레에서 벗어나려면 초조하거나 불안해하지 않고 여유 있는 마음으로 무언가 한 가지 일에 집중해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의식적 노력이 늘어나고 뇌에서의 에너지 소모는 증가된다. 에너지를 적게 쓰는 방식에 익숙해지면 뇌는 에너지 소모가 많은 일은 반사적으로 거부할 수밖에 없다. 그런 일을 힘들게 여기는 것이다.


조바심을 내는 것은 인생을 늘 시험 마감 5분 전의 상태로 사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시험이 시작되고 5분이 지난 후에는 집중력이 최고도로 높아질 시간이지만 시험 마감 5분 전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시간에 쫓겨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아직도 풀지 못한 문제 때문에 초조하고 불안하여 집중을 할 수 없다. 서둘러 답을 못 쓴 문제를 훑어보고 ‘가장 그럴 것이다’라는 답을 찾아 ‘찍기’에 바쁘다. 요행을 바라면서.


그 시간이 되면 더 이상 의미 있는 사고 작용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다행히 ‘찍은’ 답이 맞을 수도 있지만 매번 그런 행운이 반복되지는 않는다. 만일 객관식이 아닌 주관식 시험이라면 시험 마감 5분 전은 이미 포기상태나 다름없다. 시험 장소에 앉아 있는 것 자체가 고통처럼 느껴질 수 있다. 시간이 어서 지나 시험이 끝나기만 기다릴 뿐이다.


이렇듯 조바심이 깊어지면 심한 경우 요행을 바라거나 체념한 상태로 인생을 살게 된다. 누군가는 이런 말을 했다. 조바심은 땀은 쏙 빼고 열매만 얻고 싶은 욕심이라고. 이런 삶이 즐겁거나 행복하게 느껴질 리가 없다. 피곤하고 힘들게만 여겨질 뿐이다. 이제 조바심이 많은 사람들이 맞닥뜨릴 수 있는 실질적인 문제들을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조바심 테스트]


아래의 항목에 대해 해당사항이 있는 것에 모두 체크해 보라.


1. 병원에서 진료순서를 기다리거나 지하철이 도착하기를 기다리는 등 무언가를 기다리는 것이 힘들다.


2. 늘 시간이 부족하다고 생각된다.


3.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시간을 무의미하게 흘려보내는 것이 아깝다.


4. 끊임없이 핸드폰을 만지작거린다.


5. 한 가지 일을 꾸준히 하지 못하고 이 일, 저 일 번갈아 가며 한다.


6. 자꾸 쓸 데 없는 걱정이 든다.


7. 짜증을 자주 내거나 조그만 일에도 화가 난다.


8. 무언가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힘들다.


9. 다른 사람들에 비해 밥을 빨리 먹는 편이다.


10. 잠자는 시간이 아깝게 여겨진다.


11. 자주 성과에 대한 압박감을 느낀다.


12. 운전 중에 길이 막히면 화가 난다.


13. 하루 동안 아무것도 한 것이 없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다.


14. 항상 무언가를 하고 있지 않으면 불안하다.


15. 운전을 할 때면 이상하게 교통신호에 자주 걸린다.


16.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에 신경을 많이 쓴다.


17. 퇴근 무렵에는 늘 쫓겨 다니는 기분이다.


18. 편법이나 불법으로 성과를 얻고 싶은 충동을 느낄 때가 있다.


19. 다른 사람의 시선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다.


20.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은 쉽사리 시작하지 못한다.


21. 폭넓게 생각하지 못하고 단편적으로 사고하는 편이다.


22. 늘 일에 치여 산다.


23. 해야 할 일을 뒤로 미루는 경우가 많다.


24. 기회주의자처럼 행동할 때가 있다.


25. 긴 글은 보기가 힘들다.


26. 자주 딴짓을 한다.


27. 해야 할 것은 많아도 집중해서 하질 못한다.


28. 자주 심장이 뛰고 호흡이 가빠진다.


29. 무언가를 시작하기가 쉽지 않다.


30. 다른 사람들에 비해 욕심이 많은 편이다.


[진단 결과]


위에 나열된 항목들은 모두 조바심의 증상 또는 조바심을 만드는 원인과 관련된 것들이다. 그러므로 체크한 항목이 많을수록 조바심에 짓눌려 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만약 체크한 항목이 15개 이상이라면 조바심이 만성적으로 진행되고 있을 가능성이 높으며 30개에 가까우면 심각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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