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바심에 빠졌을 때 나타나는 증상

조바심의 증상(2)

by 양은우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은 하기 힘들어한다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지만 평소 초조하고 불안한 마음이 많으면 장기적인 일을 하기 힘들어진다. 단기간에 결과를 볼 수 있는 일은 어떻게 하던 해낼 수 있지만 오랜 시간 정성을 들여 꾸준히 노력해야만 달성할 수 있는 일은 시도하려고 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언어를 배우는 일이 그렇다. 종종 해외로 여행을 하거나 출장을 다녀오고 나면 그 나라의 언어를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중국에 다녀오면 중국어를 배우고 싶고 일본에 다녀오면 일본어를 배우고 싶어 진다. 현지에서 말이 통하지 않는 답답함을 온몸으로 느끼고 돌아왔기 때문이다.


그러한 결심은 막상 공부를 시작하려고 하면 눈 녹듯이 사라진다. 언어라는 것이 한두 달 만에 끝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한 번 시작하면 몇 년은 진득하게 계속해야 하는데 하루라도 빨리 끝을 맺고 싶은 마음이 강하니 꾸준히 공부에 매달릴 수 없다. ‘이걸 언제 배우나’하는 막막함 때문에 시작도 하기 전에 공부를 포기해 버리고 만다. 두꺼운 책을 읽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래도 300쪽 정도 되는 책은 인내심을 발휘하여 읽을 수 있지만 500쪽이 넘어가는 책들은 도저히 처음부터 읽을 엄두를 내지 못한다. 하루에 조금씩 시간을 내어 꾸준히 읽는다면 불가능한 것도 아니지만 특별히 하는 일이 없어도 늘 마음이 급하다 보니 그 두꺼운 책을 읽기가 두려워진다.


그러나 한 번 생각해보라. 언어 하나를 네이티브처럼 유창하게 하지는 못해도 어느 정도 현지인들과 대화가 통할 수 있는 수준까지 하는데 5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고 해보자. 조바심 내지 않고 꾸준히 5년의 시간씩만 투자하면 20년의 세월 동안 무려 4개의 언어를 배울 수 있다. 30년이면 6개의 언어를 할 수 있다. 하지만 마음이 급하다 보면 지레 포기할 수밖에 없고 20년, 30년이 지나도 하나의 언어도 제대로 할 수 없게 된다. 결국 시간은 시간대로 흘러가지만 손에 쥐는 것은 아무것도 없게 된다.


steampunk-2048563_960_720.jpg [이미지 출처 : pixabay.com]


기회주의자 같은 모습이 나타난다


표현이 다소 기분 나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조바심이 많은 사람들은 기회주의자와 같은 모습을 보일 때가 있다. 기회주의자란 한 가지 입장을 일관되게 지니지 못하고 그때 그때의 상황 변화에 따라 유리한 쪽으로 행동하는 사람이다. 이러한 특징은 한 가지 일에 몰입하지 못하고 이것저것 기웃거리고 다니는 특성에서 기인한다. 사실 기웃거린다기보다는 우왕좌왕 갈피를 못 잡는다는 표현이 더욱 적합하겠지만 말이다.


서둘러 마무리를 짓고 싶은 마음이 강하면 한 가지 일을 하다가도 다른 일이 더욱 빨리 끝날 수 있거나 성과가 더 잘 나올 것 같으면 하던 일을 버리고 다른 일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마치 줄 한가운데 서서 유리한 쪽으로 왔다 갔다 하는 모습처럼 말이다. 취업을 하는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대학을 졸업하고 꽤 오랜 시간 무직 상태로 지내 마음이 초조하고 불안해져 있을 때 A라는 회사에서 채용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혀왔다. A사는 규모도 그리 크지 않고 급여나 복리후생 수준도 그리 좋지 않다. 더 기다려보면 A사보다 조건이 좋은 회사로부터 입사제의를 받을 수도 있지만 급한 마음이 들면 A사의 제의를 거절하고 나면 다시는 기회가 오지 않을 것 같이 느껴질 수 있다. 참지 못하고 당연히 A회사에 입사하기로 결정을 내릴 것이다. 자신을 뽑아준 A사에 감사한 마음도 든다.


안타깝게도 입사를 며칠 앞두고 B회사에서 채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왔다. B사는 A사보다 규모도 크고 급여나 복리후생 측면에서 훨씬 뛰어나다. 이런 상황에 놓이게 되면 고민이 될 것이다. 망설이다 A사를 택할 수도 있지만 A사를 포기하고 B사를 택할 수도 있다. 기회가 지나가고 나면 다시 안 올 수 있다는 조바심 때문에 A사를 택했지만 B사가 더 자신에게 유리하다고 판단되는 순간 손쉽게 자신의 의사결정을 번복할 수 있다.


사람과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박쥐인지 사람인지 모를 정도로 이리 붙었다 저리 붙었다 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이쪽이 자신에게 유리하다고 생각하여 줄을 잡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저쪽이 더 유리해 보이고 줄을 갈아타는 것이 더 이익이라 여겨지면 손쉽게 잡고 있는 줄을 놔 버린다. 친구 간의 관계도 그러할 수 있다. 우리나라 정치권에도 그러한 사람들이 셀 수 없이 많지 않은가!


다른 사람들 눈에는 이러한 행동이 쉬운 일 혹은 자신에게 유리한 일만 찾아다니는 기회주의자처럼 비칠 수도 있다. 조바심이 클수록 이런 경향은 더욱 커진다. 갈피를 못 잡거나 줏대 없는 사람, 더 나아가 이익에 따라 손바닥 뒤집듯 입장을 쉽게 바꾸는 기회주의자의 모습이 나타날 수 있다. 초조와 불안, 결과에 대한 두려움이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를 가로막기 때문이다.


시야가 좁아지고 근시적이 된다


조바심이 많은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자신의 일에 치여 주위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거나 다른 사람들을 살펴볼 수 있는 여유를 잃게 된다. 마치 옆에서 달리는 다른 말의 모습을 보지 못하고 오직 목표점만 바라보고 달리도록 눈에 가리개를 한 경주마와 같은 모습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오로지 앞만 보고 달린다. 물론 그 달리기의 효율조차 형편없이 낮은 것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이를 터널 비전(Tunnel Vision)이라고 한다. 터널 비전이라고 하는 것은 심리학 또는 의학에서 사용하는 용어로 숲을 보지 못하고 나무만 보는, 제한된 사고와 시각을 일컫는 용어이다. 터널 안으로 들어서게 되면 사방이 가로막혀 있어 주위를 둘러볼 수 없게 된다. 오로지 터널 내부만 볼 수 있을 뿐이다. 어두운 터널 안으로 들어갔을 때 주위를 보지 못하고 오로지 출구만 바라보고 달리는 것처럼, 주위를 돌아보지 못하고 자신이 할 것만 하는 것을 터널 비전이라고 한다. 터널 비전은 집중이나 몰입과는 다르다. 집중이나 몰입은 주위를 둘러보고 자신의 적절한 위치를 끊임없이 찾아가면서도 해야 할 일의 성과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이지만 조바심이 큰 사람은 주변을 둘러볼 여유가 없을 뿐이다.


person-731151_960_720.jpg [이미지 출처 : pixabay.com]


썩 좋은 비유는 아닐지 모르겠지만 화투를 칠 때의 예를 들어보자. 돈을 잃을까 봐 초조하고 불안한 사람은 오로지 머릿속에 승리만 생각한다. 이기는 것에만 관심이 있다 보니 자신이 점수를 얻는 것에만 신경 쓸 뿐, 다른 사람들의 점수에는 신경을 쓰지 못한다. 자신이 가져오고 싶은 패를 다른 사람이 가져가지나 않을까 전전긍긍하며 경쟁자들의 작전과는 무관하게 먹고 싶은 패를 먼저 가져온다. 그러다 보면 어느 사이엔가 경쟁자가 점수가 나 있다.


시야가 좁아지면 다양한 관점에서 사고하는 능력이 떨어지게 된다. 주어진 상황이나 문제의 원인을 바라보는 관점, 또는 문제의 해결책을 바라보는 관점이 다양하지 못하고 편향될 수 있다. 사고의 스펙트럼이 좁아지는 것이다. 관점이 다양할수록 다양한 해결책을 찾을 수 있지만 관점이 편향되면 사고의 폭도 제한되고 해결책을 도출할 수 있는 범위도 좁아질 수밖에 없다.


직장을 그만두고 백수에 가깝게 지내는 동안, 나는 그 상황을 평소 할 수 없었던 여행을 하면서 좀 더 폭넓은 경험을 쌓을 수 있는 발전적 계기로 받아들였을 수도 있다. 그 경험을 통해 직장생활에서는 얻을 수 없었던 삶의 교훈이나 통찰을 얻었을 수도 있다. 아니면 적어도 지친 심신을 재충전하는 효과는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서둘러 경제적 기반을 마련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조바심으로 인해 여행은 사치처럼 여겨졌고 그런 생각은 할 수조차 없었다. 지금 와서 돌이켜 보면 그때 여행을 떠났어도 큰 문제가 될 건 없었건만 초조하고 불안한 마음이 나의 시야를 좁게 만들고 말았다.


시야가 좁아지게 되면 전체를 바라볼 수 없게 되므로 사고력과 판단력도 저하될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문제 해결 능력도 떨어지게 된다. 문제 해결에 필요한 전략적 사고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시스템적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보는 것이다. 이 세상의 모든 문제는 생태계와 같다. 하나의 문제는 다른 문제와 얽혀 있고 긍정적 측면이 있으면 반대급부도 있게 마련이다. 서로 얽히고 얽혀 있는 것이 세상살이다. 그래서 먹이사슬의 한 측면이 달라지면 전체 생태계에 변화가 생기는 것처럼 하나의 문제는 문제를 일으킬 수 있고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고 나면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최저임금을 시간당 10,000원으로 인상하면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부정적인 측면도 있다. 최저임금만으로도 어느 정도는 생활이 가능하므로 가난한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생계에 대한 위협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그다지 큰 효과는 없겠지만 소비도 증가할 수 있어 경제적으로도 긍정적 효과가 있을 수 있다. 반면에 인건비에 부담을 느끼는 자영업자의 경우 채용을 줄이거나 무인 편의점처럼 기계로 대체되는 업소들도 등장할 수 있다. 이는 다시 실업률을 높이는 원인이 될 수 있고 소비가 줄어들어 경제가 침체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이렇듯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이 또 다른 문제를 일으키고 연쇄적으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문제를 해결할 때는 전체적인 시스템 측면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즉 문제를 하나의 독립된 것으로 보지 않고 문제를 둘러싼 전체 시스템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문제 해결이 미치는 영향을 전체적인 관점에서 파악하고 대응하는 것이다.


조바심이 큰 사람들은 이렇게 큰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보지 못한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것에만 신경을 쓴다. 그러다 보면 잘 보이지 않는 이면의 문제들을 놓치고 갈 수 있다. 문제를 엉뚱하게 해결하거나 부분적으로 해결하는 등 성과의 질이 낮아질 수 있는 것이다. 직장에서도 업무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은 시야를 넓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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