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바심은 어떻게 삶을 망가뜨리는가?(1)

조바심이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

by 양은우

특별한 일을 앞두고 순간적으로 발생하는 조바심은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들거나 손에 땀이 나게 만드는 등 스트레스 반응을 불러온다. 하지만 원인이 사라지면 조바심도 사라지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될 것은 없다. 문제는 만성적인 조바심이다. 이러한 정서는 특별한 일이 없어도 나타날 수 있으며 그 결과 생각보다 많은 문제들을 가져올 수 있다. 구체적으로 어떠한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는지 살펴보자.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하거나 결과의 질을 떨어뜨린다


한 남자가 숲으로 산책을 갔다가 톱으로 큰 나무를 자르고 있는 나무꾼을 만났다. 자세히 보니 나무꾼의 행동이 어딘가 불편해 보였다. 지나치게 힘이 많이 들어 보였던 것이다. 조금 더 가까이 가서 보니 나무꾼의 톱날이 모두 무디어져 있었다. 그 톱을 가지고 나무를 베려고 하면 힘은 힘대로 들고 나무는 나무대로 베어지지 않을 것 같았다. 보다 못한 남자가 나무꾼에게 말했다.

"미안하지만 제가 보기에는 톱날이 너무 무디어져 있네요. 잠시 쉬면서 날을 갈아 쓰면 훨씬 잘 베어질 것 같은데요."

그러자 나무꾼이 남자에게 하소연하듯 말했다.

“나도 알아요. 하지만 그럴 시간이 없어요. 빨리 이 나무를 베어서 장작을 만든 다음 시장에 내다 팔아야 하거든요.”


조바심이 만들어내는 문제 중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결과를 만들어내는데 실패하거나 결과의 질이 현저하게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잠깐만 짬을 내어 톱 날을 갈면 더 많은 나무를 벨 수 있을 텐데, 한시라도 빨리 나무를 베지 않으면 안 된다는 급한 마음이 나무꾼을 어리석게 만들고 마는 것이다. 우리 속담에 바늘허리 매어 못 쓴다는 말이 있다. 급하다고 해서 실을 바늘귀에 꿰지 않고 허리에 감아서 쓰려고 하면 바느질을 할 수 없다. 바느질 자체가 되질 않으니 옷을 꿰매거나 단추를 다는 등 바느질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 조바심이 많은 것은 바늘허리에 실을 묶고 바느질을 하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결과를 얻을 수 없거나 운 좋게 결과를 낸다고 하더라도 품질을 기대하기 어렵다.


급한 마음 때문에 무엇을 먼저 해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하다 보니 한 가지 일에 몰입하지 못한다는 것은 앞서 언급한 바 있다. 해야 할 일에 몰입하지 못하면 일을 깊이 있게 처리하지 못하고 수박 겉핥기식으로 표면적으로만 처리할 가능성이 높다. 일을 잘하기 위해서는 본질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게 되고 핵심을 놓칠 수 있다. 마음이 급해 서두르다 보면 이성적인 사고와 합리적인 판단이 결여되어 실수가 많아지게 되고 하고자 하는 일의 성과가 만족할 만한 수준에 이르지 못한다.


하고자 하는 일의 성취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깊은 고민도 필요하고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볼 줄도 알아야 하며,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정신도 필요하다. 불확실성과 애매모호함, 불안과 두려움 등을 이겨내고 결과를 얻을 때까지 꾹 참고 견디는 인내력도 필요하다. 하지만 조바심이 큰 사람은 그런 것을 받아들일 마음의 여유가 없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대로 사고하고 즉흥적인 의사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 당연히 잘못된 판단으로 일의 결과가 나오지 않거나 결과의 질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나도 과거에는 책을 쓸 때마다 조바심을 내곤 했다. 서둘러 탈고를 하고 출판사에 알려 책으로 세상에 내놓고 싶은 욕심이 들었다. 하지만 책을 한 권 쓴다는 것은 꽤 오랜 시간의 작업과 상당한 지식을 필요로 하는 일이다. 주제와 관련된 수많은 책이나 논문, 자료들을 조사하고 읽어보아야 한다. 요즘은 인터넷을 통해서도 귀한 정보들을 많이 얻을 수 있으니 인터넷 검색도 좋은 수단이 될 수 있지만, 한 권의 책을 쓰기 위해서는 수만 혹은 수십만 페이지에 이르는 사이트를 검색해야 할 때도 있다. 단 하나라도 잘못 알고 있거나 틀린 내용이 들어가지 않도록 사실관계도 꼼꼼히 점검해야 한다.


필요하면 경험을 가진 사람들과 만나 이야기도 나누어야 한다. 죽은 지식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저자 혹은 주변 사람들의 실천적 경험도 필요하다. 사례가 다양하면 다양할수록, 그리고 그 사례들이 책을 읽는 독자들로부터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공감을 얻으면 얻을수록 좋은 책으로 인식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러니 더욱 많은 사람을 만나고 더욱 많은 경험을 하고 더욱 많은 사례를 찾아볼수록 책의 내용이 알차질 수 있다. 설득력을 높이기 위해 자신이 주장하고자 하는 내용을 이론적인 측면에서 보다 탄탄하게 백업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나는 책을 읽는 속도가 늦은 편이라 책 한 권 읽는데 꼬박 하루 정도가 소요된다. 어떤 경우에는 하루 이상 걸릴 때도 있다. 50권의 책만 읽으려 해도 꼬박 50일 이상이 걸려야 한다. 논문검색이나 필요한 자료에 대한 검색은 마음처럼 쉽게 되지 않아 작업이 더딜 수도 있다. 사례를 찾는 일은 더욱 어렵다. 만일 책을 빨리 내고 싶다는 욕심에 굴복해서 알고 있는 지식이나 경험만으로 대충 써내려 간다면 만족스러운 책이 나올 수 없을 것이다. 물론 다루고자 하는 주제의 분야에 권위 있는 전문가이고 높은 수준의 경험과 지식을 가지고 있다면 그렇게 해도 문제 될 것이 없다. 그래도 수준 높은 책을 만들어낼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권위 있는 전문가라 해도 책을 쓰기 위해서는 다양한 참고자료가 필요하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세계적인 대가들이 쓴 책에 실려 있는 참고자료 목록이 그것을 잘 말해준다. 그러므로 욕심에 굴해서 단기간에 휙휙 써 내려간다면 결코 좋은 책을 만들어낼 수는 없을 것이다.


박경리 씨의 소설 『토지』는 20권의 책으로 완성되는데 무려 26년이 걸렸다. 조정래 씨는 소설 『태백산맥』을 쓰기 위해 4년을 준비하고 6년간 집필기간을 거쳐 완성하였다. 황석영 씨가 쓴 『장길산』은 1974년부터 1984년까지 무려 10여 년에 걸쳐 신문에 연재된 것이다. 그 긴 시간 동안 글을 쓴다는 것이 쉬운 일을 아닐 것이다. 서둘러 마무리하고 싶다는 조바심이 들었다면 지금처럼 훌륭한 역작들은 우리 곁에 없었을지도 모른다.


집중하지 못하는 것도 성과를 저하시키는 요인 중 하나다. 조바심이 많은 사람들은 일에 집중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필히 쓸 데 없는 짓을 많이 한다. 책을 보다가도 특별한 이유 없이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고, 과제를 하다가도 자주 게임을 하고, 일을 하다가도 쓸 데 없이 인터넷을 뒤적거리곤 한다. 한 가지 일을 잠깐 하다가 다른 일을 들춰내고 그 일을 또 잠깐 하다가 또 다른 일을 들춰낸다. 그러다가 아차 싶어 다시 원래 하던 일로 돌아가지만 잠시 후면 또 다른 짓을 한다. 이렇게 되면 해야 할 일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해야 할 일들을 ‘떠도는’ 것이 된다. 마치 물 위를 떠다니는 소금쟁이처럼 일과 일 사이를 잠시 스쳐갈 뿐이다.


이러니 해야 할 일에 진도가 나갈 리 없다. 시간은 시간대로 흐르지만 일에 진척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자리를 지키고 앉아 있는 시간은 길지만 정작 해야 할 일에 몰입하는 시간은 얼마 되지 않는다. 좋은 성과는 집중하고 몰입할 때 얻어질 수 있다. 조바심의 가장 큰 문제는 초조하고 불안한 마음으로 인해 집중하고 몰입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이다. 그러므로 성과의 질이 높아질 리 없다.


때로는 급하게 처리하는 것보다 오랜 시간 정성을 들여야만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경우도 있다. 된장이나 간장은 오래 묵을수록 깊은 맛을 낸다. 갓 담은 장은 깊은 맛을 내지 못한다. 오랜 시간을 거치며 재료가 가진 본연의 맛을 우려내고 숙성시켜야만 제대로 된 맛을 얻을 수 있다. 갓 담근 김치는 신선한 맛이 나기는 하지만 묵은지가 가진 깊은 맛을 따라갈 수 없다. 오랜 시간을 숙성시킨 묵은지는 어떤 요리 재료와 만나도 훌륭한 궁합을 이루지만 갓 담근 김치는 다른 재료와 어울리지 못하고 자신의 맛만 낼뿐이다.


포도주나 위스키는 또 어떤가? 숙성 시간이 오래될수록 깊은 풍미가 풍긴다. 좋은 환경에서 오래 숙성된 포도주는 입안에 넣는 순간 그 느낌이 다르다. 묵직하면서 입안을 꽉 채우는 풍성한 향과 맛이 잠자던 오감을 일깨운다. 잘 숙성된 포도주를 마셔 보면 그 질감과 풍미가 다르다는 것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좋은 장, 좋은 술을 만들기 위해서는 궁금한 마음을 꾹 참고 오랜 시간 기다릴 수 있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조바심은 인내심을 앗아간다. 필요한 시간만큼 기다리지 못하면 그만큼 제대로 된 품질을 얻을 수 없다. 서둘러 일을 끝내고자 하는 조바심을 이겨내는 것이 성과의 품질을 높이는 방법이다.


‘시간 압축의 불경제’라는 말이 있다.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서 무리해서 많은 것을 한꺼번에 실행하려고 하면 시간을 들여 꼼꼼하게 만들어 갈 때와 비교해 효율이 더 떨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시간을 들이지 않고 제대로 된 성과를 만들어 내기는 어렵다는 것을 나타내는 말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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