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갈비 조림
소고기나 돼지고기 요리를 하다 보면 항상 사전 준비가 필요합니다. 뼈가 들어간 재료는 항상 차가운 물에 서너 시간 동안 담가 핏물을 빼주는 건데요, 핏물을 빼는 이유는 고기가 가진 누린내를 없애기 위해서라고 하네요. 게다가 핏물을 빼지 않고 삶게 되면 국물에 핏물이 떠오르고 엉겨 붙어 지저분해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가급적이면 사전에 핏물을 빼고 요리를 하는 게 좋습니다. 물에 담가 놓으면 물이 고기 속으로 차 들어와서 맛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고 걱정하는 분들도 계시지만 아무리 맛이 있어도 냄새가 심하다면 먹기 힘들겠죠.
요리도 마찬가지지만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도 사전 준비는 항상 중요한 것 같습니다. 어떤 일을 하든 사전 준비가 잘 되어 있는 사람과 사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사람 사이에는 그 결과에 있어 확연한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여행을 떠난다고 가정해 볼까요? 가끔씩은 삶에 지쳐 예정에 없이 훌쩍 여행을 떠날 수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목적지도 없고 사전 준비가 없어도 상관이 없겠죠. 여행을 떠난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힐링이 될 테니까요. 그러나 모처럼만의 해외 가족여행을 떠난다고 생각해보죠. 국내 여행도 아니고 해외여행을 떠나는데 아무런 준비도 되어 있지 않고 그냥 부담 없이 떠나보자고 하면 알찬 여행이 될 수 있을까요?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듯이 준비한 만큼 알찬 여행이 될 수 있겠죠.
새벽편지를 통해 배달된 글을 잠깐 인용해 보겠습니다. 천재적인 미술가이자 철학자이며 과학자이고 의학자이기도 한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아시죠? 과연 천재라는 수식어로도 모자랄 정도로 그는 수많은 분야에서 위대한 업적을 남겼는데요, 미술 분야에서도 혁혁한 작품들을 남겼습니다. 모나리자나 최후의 만찬을 모르시는 분들은 안 계시겠죠? 이 레오나르도 다빈치도 처음부터 마음에 쏙쏙 들도록 그림을 잘 그린 것은 아닙니다. 본격적으로 그림을 배우기 이전에 그는 산과 들로 쏘다니면서 스케치북에 사람의 얼굴이나 근육, 뼈, 각종 동물의 모양 등을 스케치하거나 메모를 했습니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면서 사람들은 그림은 배우지 않고 쓸 데 없이 엉뚱한 짓만 한다고 비웃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레오나르도 다빈치 스스로 준비가 다 되었다고 생각되자 그는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가 남긴 작품들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위대한 작품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우리가 천재적인 미술가로 알고 있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조차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리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을 준비에만 매달렸습니다. 만약 그가 그렇게 어린 시절 충분한 준비를 하지 않았다면 그가 그렇게 위대한 작품들을 남길 수 있었을까요?
말콤 글레드웰이 쓴 ‘아웃라이어(outlier?)’라는 책을 보면 ‘만 시간의 법칙’이라는 얘기가 나옵니다. 어떤 분야에서 전문가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그 분야에서 최소한 만 시간 이상을 보내야 하고 그렇게 되면 두뇌가 자연적으로 자신이 하는 일을 알아서 잘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 만 시간이란 전문가로 인정받게 되기까지 준비하는 과정이라고 보면 되겠죠. 요리를 잘하는 사람은 만 시간 이상 요리를 해야 비로소 독자적인 맛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경지에 오르게 되고, 야구선수는 만 시간 이상을 타격 연습을 하거나 수비 연습을 해야만 두각을 나타내는 선수가 될 수 있다는 말입니다. 모두가 준비하는 시간이라고 볼 수 있죠.
직장에서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급하다고 해서, 윗사람이 결과를 빨리 보고 싶다고 해서 사전에 충분한 준비 없이 어떤 일을 시작하게 되면 나중에는 꼭 문제가 생깁니다. 일정도 틀어져 버리고 여기저기에서 생각하지도 못한 문제들이 터져 나옵니다. 기획 단계에서 충분히 시간을 가지고 다양한 관점에서 사업을 점검해보고 예상 문제점들을 검토해본 후에 대응방안을 수립하면 그 이후의 일은 비교적 수월하게 진행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은 기획단계를 소홀히 하고 넘어갑니다. 그러다가 문제가 생기면 그 문제를 해결하느라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사람 사이의 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휴먼 네트워크를 만들기 위해서는 사전에 상당한 공을 들여야만 합니다. 연락도 없던 친구가 어느 날 갑자기 부탁을 해온다거나, 별로 친하지도 않던 사람이 갑자기 부탁을 해오면 선뜻 들어줄 마음이 생기던가요? 평소 별 일 없어도 안부도 묻고 같이 만나서 커피를 마시거나 술자리를 했던 사람이라면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갑작스러운 부탁은 들어주고 싶지 않은 게 인지상정입니다. 꾸준하게 연락하고 안부를 묻고 관심을 보여야만 원하는 사람과의 관계를 좋게 만들 수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사전 준비라고 할 수 있는 거죠.
스포츠 경기에서도 사전 준비는 참 중요합니다. 상대편에 대한 철저한 전력분석 없이 시합에 나선다면 그 팀은 아주 힘든 경기를 하게 될 겁니다. 예전처럼 스포츠과학이 발달하지 않았을 때는 그렇게들 했죠. 선수들의 역량과 당일의 컨디션이 시합 결과를 좌우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요즘처럼 정보가 중요한 시대에서는 철저한 사전 준비 없이 시합을 하게 되면 그리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습니다.
사회가 빠르게 변하고 개인 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직장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도시를 떠나 귀농을 하거나 개인사업을 시작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만 많은 사람들이 꿈을 이루지 못하고 재취업을 고려하거나 예전보다 못한 삶으로 돌아가는 것을 봤습니다. 이 분들 모두 사전 준비가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귀농을 하겠다고 생각하면 어느 곳으로 가서 어떤 일을 할 것이며, 그 일을 하기 위해서는 어떤 기술과 어떤 네트워크가 필요한지 등 철저하게 준비하는 시간이 필요함에도 그러한 준비 없이 일부터 벌이고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이러한 사람들은 백에 구십 이상은 반드시 실패합니다. 개인사업을 하는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무슨 일에 앞서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하는 것은 상당히 지루하고 인내심을 요합니다. 그래서 대부분은 그 단계에서 지쳐버리거나 포기해 버리고 막연한 희망만을 남기고 맙니다. 그러나 준비가 철저하면 할수록 미래의 삶은 더욱 탄탄해질 수 있다는 것을 잊지 않아야 겠습니다.
[등갈비 조림]
(재료) 돼지 등갈비 3줄(약 2kg), 양파 1/4쪽, 통마늘 3~4쪽, 통후추 10알 정도, 월계수잎 1~2장
(소스) 와인 1컵, 간장 2큰술, 칠리소스 4큰술, 케찹 3~4큰술, 매실청 2큰술, 꿀 2큰술, 굴소스 1큰술, 청양고추 다진 것 약간(매운 맛을 원하면 고추가루를 넣거나 청양고추를 더 넣으세요)
돼지 등갈비는 찬물에 3~4시간 담궈놓아 핏물을 빼줍니다. 물을 자주 갈아주세요.
핏물을 뺀 등갈비는 냄비 바닥에 양파와 통마늘을 깔고 통후추와 월계수 잎을 넣어준 후 삶아냅니다. 저는 물 없이 삶는 저수분 요리로 했습니다. 너무 푹 익어버리면 양념이 잘 베어들지 않으므로 2/3 정도만 익혀주는 게 중요합니다.
돼지고기가 익는 동안 위의 재료들을 넣고 소스를 준비해줍니다.
삶아진 등갈비는 뜨거운 물로 불순물들을 씻어낸 후 하나씩 잘라냅니다.
냄비에 잘라낸 등갈비를 넣고 준비한 소스를 부은 후 잘 섞어가며 간이 배어들도록 적당히 조려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