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몬 롤과 기다림의 철학
빵을 만들면서 세 번째로 만들어본 빵입니다. 먹는 건 순식간이지만 저 정도 빵을 만드는데 시간이 꽤 오래 걸립니다. 계량하고 반죽하고 성형하고 굽고…. 적어도 2~3시간은 걸려야 맛있는 빵을 맛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빵을 만들 때는 시간적 여유가 있는 상태에서 만들어야만 합니다. 급하다고 해서 발효 시간을 줄이거나 발효 횟수를 줄인다면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가 없습니다. 빵을 만드는 과정은 인내를 필요로 한다고 할 수 있죠.
저도 성격이 급한 탓에 일을 망친 경우가 참 많습니다. 그런데 돌아보면 100% 제 손해더군요. 조금만 더 참고 기다렸다면 지금보다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을 텐데, 조금만 더 참고 기다렸다면 내 주위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지 않았을 텐데, 조금만 더 기다렸다면 내 인생이 좀 더 부드럽게 풀릴 수 있었을 텐데… 결국 급한 성격 때문에 손해를 본 건 제 자신이라는 깨달음이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이가 들 때까지 꽤 오랜 시간동안 급한 성격 때문에 고생을 했습니다.
집에서든 친구 사이에서든, 아니면 직장에서든, 사람을 사귀거나 일을 하다 보면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야 만 해결되는 것들이 있습니다. 뒤집어 생각해보면 어느 정도 일정한 시간이 지나지 않으면 해결될 수 없는 문제들이 있습니다. 아이들은 태어나서 3개월 정도가 지나야 고개를 돌리고, 1년 정도가 지나야 걷기 시작하고, 2~3년이 지나야 말을 할 수 있게 됩니다. 부모가 급하다고 해서 백일 된 아기에게 말을 하라고 재촉해봐야 소용없습니다.
가까워지고 싶은 친구가 있는데 좀처럼 가까워지지 않는다고 조바심 내봐야 소용없습니다. 내가 급하게 다가간다고 해도 상대방이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서로 가까워질 수 없습니다.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도 있죠. 신입사원은 일정한 시간이 지나는 동안 주위에서 일하는 것들을 보고 배우며, 조직 문화에 적응하는 시간이 있어야만 비로소 일을 할 수 있는 바탕이 갖추어지게 됩니다. 아무리 똑똑한 사람이라도 처음부터 모든 일을 잘할 수는 없습니다. 쉬운 일부터 시작해서 시간이 지나면서 일의 요령이 쌓여가고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업무 수행 능력이 높아지게 됩니다.
어느 기업이나 마찬가지겠지만 요즘 기업마다 신사업이 화두입니다. ‘신수종’이니 ‘미래 성장동력’이니 ‘미래 먹거리’니 하며 저마다 앞을 내다보고 할 수 있는 신사업을 찾는데 혈안입니다. 그만큼 경쟁이 치열해지고 기업을 경영하는 환경이 녹록하지 않게 되었다는 뜻이기도 하겠죠. 그런데 이 신사업은 다른 기존 사업과는 다르게 충분한 인큐베이션이 필요합니다. 아이가 엄마 뱃속에서 열 달을 다 채우고 나와야만 건강하게 잘 자랄 수 있듯이 신사업 역시 충분히 숙성하고 세상에 나올 수 있도록 준비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빵을 만들 때 발효를 하듯 말이죠.
그런데 우리나라 경영자들, 참 성질 급합니다. 신사업을 할 때도 투자 첫 해부터 매출을 잡습니다. 장담하건대 지금까지 그렇게 기획된 신사업은 성공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습니다. 아무리 기회가 좋고 기술이 좋아도 신사업이 자리를 잡으려면 일정한 기간이 필요합니다. 반드시 거쳐야 할 시간이 있어야만 합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공장을 짓고 기계만 들여놓으면 저절로 물건이 만들어져 나오는 줄 압니다. 참으로 답답한 노릇이지요. 그렇게 신사업이 쉽다면 누군들 신사업에 뛰어들지 않겠습니까? 그 얘기는 참고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유럽 등 원천기술을 가진 선진 기업들은 신사업을 하는데 오랜 시간을 참고 견딜 줄 압니다. 그리고 그러한 기다림이 바탕이 되어서 신사업이 성숙기에 접어들었을 때 별로 힘들이지 않고 큰 성과를 거두어들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회사 일 뿐 아니라 사람 사는 경우가 대게 그런 것 같습니다. 너무 급하게 서두르면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습니다. 일을 하다 보면 반드시 필요한 시간이라는 것이 있고 사람 간의 관계에서도 그러한 원칙은 존재하기 마련인데 우리는 쉽게 그러한 것을 무시하곤 합니다. 그러다 보니 말을 뱉기가 무섭게 결과를 따지고, 엊그제 입사한 신입사원에게 무리한 성과를 요구하여 상처를 주는 일을 하는 것은 아닐까요?
올챙이 때를 되돌아보시기 바랍니다.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도 처음부터 다 잘했던 건 아닙니다. 부모의 눈에는 아이들이 어수룩하고 모자라 보여도 그 아이들이 나이 들고 학식이 쌓이면 훨씬 더 똑똑한 부모가 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팀원이 지금은 어수룩하고 하는 일마다 한심해 보일지 모르겠지만 그 사람들이 나중에는 큰 성과를 내고 여러분이 오르지 못한 자리에 오를 수도 있습니다. 사람이든 일이든 잘 되기 위해서는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합니다. 기다리기 싫다면 부드럽고 촉촉한 빵 대신 밀가루 반죽 덩어리의 씹기도 어려운 빵을 드시면 됩니다.
[시나몬 롤]
(빵 재료) 강력분 180g, 박력분 20g, 설탕 20g, 드라이이스트 4g, 소금 3g, 버터 30g, 우유 110ml,
계란노른자 1개
(속 재료) 흑설탕 50g, 버터 20g, 호두 다진 것 40g, 계핀 1~2 작은술
강력분을 채친 후 구멍을 파고 소금, 드라이이스트, 설탕을 넣어 서로 닿지 않게 잘 섞어줍니다. 여기에 우유와 계란 노른자, 버터를 넣고 20여분간 잘 치댄 후 40여분간 1차 발효시켜줍니다. 1차 발효가 끝난 반죽은 크기가 2.5 ~ 3배 정도 커집니다.
1차 발효를 하는 동안 속 재료를 준비합니다. 녹인 버터에 흑설탕, 다진 호두, 계피가루를 넣고 잘 버무려 냉장실에 넣어둡니다.
1차 발효가 끝난 반죽은 밀대를 이용하여 가로, 세로 20cm 정도의 크기로 넓게 펴준 후 냉장실에 두었던 속 재료를 꺼내 고르게 펴줍니다.
김밥을 말 듯 돌돌 말아줍니다. 끝 부분을 손으로 꼬집듯 잘 눌러 반죽이 터지지 않도록 해줍니다.
적당한 크기로 잘라 머핀틀에 넣은 후 40~60분 정도 2차 발효해줍니다.
180도로 미리 예열한 오븐에서 15분 정도 구워줍니다. 다만, 굽는 시간은 오븐의 온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우유 5ml, 슈가파우더 25g을 섞어 냉장실에 두었다가 표면에 살짝 발라줍니다.
과정이 무척 복잡해 보이지만 반죽만 준비하면 그리 어렵지 않게 만들 수 있으니 도전해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