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고기에 대한 편견에서 벗어난 날
그동안 요리를 하면서도 돼지고기나 소고기, 닭고기 같은 재료는 많이 사용했지만 오리고기는 거의 이용해 보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훈제오리는 먹기 편해서 자주 사다 먹곤 했는데 이렇게 생 오리고기를 사다가 요리를 해 먹어 본 건 처음인 듯합니다. 생각해보니 오리고기는 냄새가 나고 맛이 없다는 편견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막상 음식을 만들어놓고 보니 누린 냄새도 없고 쫄깃한 게, 소고기나 돼지고기보다 맛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게다가 건강에도 좋다고 하니 왜 진작 오리고기를 먹지 않았나 후회가 될 정도입니다.
주위에서 흔히들 그런 얘기를 하는 사람들을 종종 봅니다. 누군가 친구가 되었는데 그 친구가 처음에는 자기를 새침데기인 줄 알아서 가까이하지 않다가 막상 사귀어보니 너무 괜찮은 사람 같다고. 여러분들도 그런 경험이 있으시죠? ‘저 사람은 어떤 사람일 거야’라고 지레짐작을 해서 슬슬 피하다가 어느 순간에 계기가 되어 가까이하게 되었는데 생각보다 쿨하고 괜찮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경험 말입니다. 또는 그 반대로 누군가 나를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가 좋은 인상을 갖게 된 경우도 있을 테고요.
저 역시 그런 경험이 많이 있습니다. 제가 마지막 직장에 임원으로 자리를 옮기고 난 후, 직원들이 저를 바라보는 시각은 회사의 중역을 바라보는 시선,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부하직원이라는 생각보다는 인생의 후배라고 생각하고 친하게 지내고 싶었는데 어쩐지 사람들은 어려워서인지 아니면 불편해서인지 몰라도 가까워지질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서울 외곽의 한 펜션에서 사업계획을 수립하기 위한 워크숍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직원 한 명을 태우고 가게 되었습니다. 그 친구의 집은 제가 사는 집과 30분 정도 떨어져 있었기에 조금 돌아가야 하지만 차를 가진 사람이 조금만 불편을 감수하면 차가 없는 사람은 편하게 갈 수 있다는 생각에 그 친구를 집까지 데려다주었죠. 돌아가는 길에 그동안 사회생활의 경험을 바탕으로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었습니다. 특히나 직원들 입장에서 불편한 이야기들을 많이 나누었죠. 그리고 꽤 시간이 흐른 후 술자리에서 그 친구가 제게 그러더군요. 그동안에는 저를 직급을 앞세우는 권위적인 사람으로 생각했었는데 생각이 바뀌었다고요. 그 얘기를 들으니 참 기분이 좋았습니다. 이 친구가 나에 대해 가지고 있던 편견이 없어졌구나 하는 생각 때문에 말입니다.
편견이란 참으로 무서운 것 같습니다. 특히 사람 관계에 있어서의 편견은 더더욱 그런 것 같습니다. 편견은 누군가에 대해서 선입견을 가지고, 그 선입견에 따라 예단을 내리고, 그래서 정확한 사실 여부에 관계없이 그 사람의 본질과는 다르게 판단하고 대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은 그 사람의 외모와 행동, 말투 등을 통해 편견을 가지게 됩니다. 대부분은 편견의 주 요인이 겉모습에 의한 것입니다. 그 사람의 내면에 감추어진 품성이나 인격, 가치관, 사고방식 등 사람의 본질을 결정짓는 주요한 요소에 의해서 편견을 가지는 것이 아니란 말입니다.
편견이 무서운 이유는 사람을 내편, 네 편으로 가르기 때문입니다. 편을 가른다는 말은 울타리를 만들어 내가 싫어하는 사람들을 울타리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한다는 말이고, 울타리 안의 사람들과만 사귀겠다는 말이며, 이 말은 곧 파벌을 만든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파벌을 만들어서 자기에게 잘하고, 자기와 마음이 잘 맞고, 자기와 이해관계가 잘 맞아떨어지는 사람들과만 어울려 지내는 것이 결코 좋은 일은 아니잖습니까? 자신이 만든 파벌로 인해 울타리 밖에 있는 사람들은 이유 없이 피해를 입을 수도 있고 그것이 마음에 상처를 줄 수도 있지 않을까요?
사람 사이의 관계를 그르칠 뿐 아니라 편견은 사고의 방식을 잘못될 수 있는 방향으로 결정짓기도 합니다. 어떤 사물이나 현상에 대해 편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올바른 사고를 통해 올바른 의사결정을 내리기 어렵습니다. 예전에 제가 알던 외국인이 있었습니다. 이 사람은 외국기업의 한국 지사장으로 와 있었는데 한국의 음식들을 무척 좋아했습니다. 심지어는 외국인들이 혐오한다는 개고기조차 거리낌 없이 먹곤 했습니다. 언젠가 이 사람이 개고기를 먹으러 가자고 하는 말을 듣고 얼마나 소스라치게 놀랐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외국 사람은 개고기를 먹지 않을 것이라는 것도 알고 보면 편견에 불과한 거죠.
문득 한 가지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잠시 그 이야기를 해볼까요?
미국 필라델피아의 어느 한 백화점. 어느 날 오후,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지더니 소나기가 퍼붓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갑작스러운 비에 급하게 몸을 피할 곳을 찾아 주변의 상점으로 뛰어들었다. 게 중에 온 몸이 흠뻑 젖은 늙은 할머니 한 분이 비를 피하기 위해 비틀거리며 백화점 안으로 들어섰다. 하지만 모든 직원들은 남루한 그 할머니의 차림새를 보고 못 본 척하고 말았다. 그러나 그중 필립이라는 젊은 청년이 그 할머니를 보고 친절하게 다가가 물었다.
“할머니, 제가 도와드릴 일이 있을까요?”
할머니는 빙그레 웃으며 답했다.
“괜찮아요. 잠깐 비가 그칠 동안만 있다 갈 거예요.”
그러자 필립이라는 청년은 필요한 일이 있으면 불러달라는 말과 함께 미소를 띠며 사라졌다. 할머니는 백화점에서 비를 피하는 게 미안해서 머리핀이라도 살까 두리번거리며 백화점 안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그러자 다시 필립이 할머니께 다가왔다.
“할머니, 불편해하실 것 없어요. 제가 의자를 하나 갖다 드릴 테니 편안하게 앉아서 기다리다 가세요.”
두 시간 뒤 비가 그치고 날씨가 개었다. 할머니는 백화점을 떠나기에 앞서 청년에게 명함을 하나 달라고 했다.
몇 달 후, 이 백화점의 사장 제임스 앞으로 편지 한 통이 날아왔다. 필립을 스코틀랜드로 파견하여 성루를 장식할 주문서를 받아가도록 하고, 카네기 그룹에 속한 대기업들이 다음 분기에 쓸 사무용품의 구매를 맡기겠다는 내용이었다. 그 편지를 쓴 사람은 몇 달 전 백화점에서 비를 피했던 남루한 차림의 할머니였고 그 사람은 놀랍게도 강철왕 카네기의 모친이었던 것이다.
필립은 이 일로 인해 이십 대 초반의 나이에 백화점의 중역이 되었고 나중에는 카네기의 회사로 옮겨 그의 손과 발이 되어 많은 업적을 남겼다.
이 유명한 일화는 편견에 대한 깨달음을 담고 있습니다. 만약 필립이 카네기의 모친을 보았을 때, 남들처럼 가난한 사람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거들떠보지도 않았다면 그에게 그런 큰 행운이 찾아올 수 있었을까요? 필립에게 찾아온 행운은 그가 어떠한 편견도 없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입니다.
편견은 사람 사이의 관계를 불편하게 만들고 사물과 현상에 대한 객관적이고 공정한 사고와 의사결정을 가로막습니다. 편견으로 인해 다른 사람들이 상처 받을 수도 있고 다른 사람들이 피해를 입을 수도 있지만 편견의 가장 큰 피해자는 바로 편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일 수 있습니다. 편견이 없다면 보다 폭넓은 사람들과의 교류가 가능해질 것이고, 그 안에서 내가 지금껏 만나지 못했던 인연을 만날 수도 있고 객관적이고 공정한 판단을 내릴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열매는 바로 당신 것이 될 수 있습니다. 편견을 버리세요.
[오리 주물럭]
(재료) 오리고기 500g, 양파 1개, 통마늘 2~3쪽, 생강 약간, 대파, 버섯, 당근, 고추 적당량
양파 반개와 통마늘, 생강을 믹서기에 갈아 오리고기와 잘 섞은 후 냉장실에서 30분 이상 숙성시켜 누린내를 잡아줍니다.
오리고기가 숙성되는 동안 채썬 양파, 대파, 버섯(종류불문), 당근, 고추 등을 채썰어 둡니다.
고추장 2큰술, 간장 2큰술, 고추가루 2/3큰술, 다진마늘 2/3큰술, 매실청 1큰술, 올리고당 1큰술, 꿀 반큰술, 와인 1과 1/2큰술, 참기름 반큰술을 넣어 양념장을 만들어줍니다. 양념의 양은 오리고기의 양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숙성된 오리고기에 위에서 준비한 양념을 넣고 잘 주물러 섞어준 후 다시 30분 정도 숙성시켜 간이 잘 배도록 합니다.
팬에 기름을 두르지 않고 오리고기를 볶아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