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게 살려면 비교하지 마라

순댓국과 실망스러웠던 친구 이야기

by 양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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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댓국은 참 좋은 음식입니다. 추운 겨울에 뜨끈뜨끈한 순댓국 한 그릇 먹으면 속도 든든해지고 힘이 나죠. 사골국물의 진하고 구수한 맛과 순대의 씹히는 맛이 어우러지는 순댓국은 참 맛있는 요리임에 틀림없습니다.


순댓국을 보니 한 가지 얘기가 떠오르네요. 제가 요리를 시작한지 얼마 안 돼 처음으로 순댓국에 도전했을 때의 일입니다. 사골국물을 우려내기가 귀찮기도 하고 어렵다고 생각돼서 시중의 마트에서 파는 사골국물을 사다가 순댓국을 만들었었습니다. 비록 상업제품을 사다 만든 순댓국이긴 했지만 나름 맛도 좋았고 블로그에 올렸더니 사람들의 반응도 좋더군요. 그중에는 블로그에서 만나 오프라인으로 만남이 이어진 친구도 있었습니다. 요리라는 같은 취미를 가지고 있었기에 서로에 대한 이해도 깊었고 서로 격려하고 노하우도 공유해가며 좋은 친구가 될 것 같았습니다.


제가 순댓국을 만들고 시간이 지난 어느 날, 술자리에서 그 친구가 제가 만든 순댓국을 맹 비난하는 것입니다. 사골 국물을 직접 만든 것도 아니고 순대를 만든 것도 아닌데 그런 것을 요리라고 하느냐는 말이었습니다. 나름 일리가 있는 말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친구의 말을 잘 들어보니 진심으로 제게 충고하고 조언하기보다는 제가 만든 요리를 시기하고 질투하는 마음이 더 강했던 것 같습니다. 그 시기와 질투의 마음을 안에 담고 있다가 술이 들어가자 통제하지 못하고 겉으로 드러내게 된 것이죠. 참 실망스러웠습니다. 나름 좋은 친구라고 믿고 있었는데 그까짓 작은 일을 질투하고 시기하다니요, 안타까웠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시기와 질투를 합니다. 인간의 본성일 뿐만 아니라 전지전능한 신들조차도 질투를 합니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제우스의 부인 헤라도 질투를 이기지 못했습니다. 레토를 질투하여 피톤이라는 뱀에게 어딜 가든 끝까지 쫓아다니도록 하였으며, 테베의 공주 세멜레를 꼬드겨 제우스의 본모습을 보여달라고 하게 만듦으로써 번갯불에 타 죽도록 만듭니다. 칼리스토는 헤라의 질투로 인해 곰이 되었다가 제우스에 의해 큰 곰 별자리가 되었고, 이오는 염소가 되어 온 세상을 떠돌고 맙니다.


질투 또는 시기심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다른 사람이 잘 되는 것을 부러워하고 미워하는 마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미국의 저술가 해럴드 코핀(Harold Coffin)은 '시샘이란 내가 가진 것이 아닌 다른 사람이 가진 것을 세는 기술'이라고 했다는군요. 나 자신을 보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봄으로써 내가 갖추지 못한 것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마음인 거죠.


그럼 질투나 시기심은 왜 생기는 걸까요? 혹시 문재인 대통령이나 트럼프 대통령을 시기하고 질투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아마도 그러한 분들을 시기하거나 질투하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그 이유는 그들의 삶과 우리들의 삶이 아주 완전히 다르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그들과 나는 자란 배경도, 교육받은 환경도, 인생을 살아온 경험도 다르고 하는 일도 완전히 다르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분들과 우리들 사이에는 연결고리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들의 삶에 공감되지 않고 그렇기 때문에 시기나 질투를 느낄 이유도 없는 겁니다.


그러나 나의 주위 사람들을 둘러보세요. 나와 같은 학교를 다녔던 동창생들, 나와 같은 시기에 입사한 입사 동기, 나와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는 이웃 주민들, 내 아이들과 같은 또래의 다른 학부모들... 그들은 나와 비슷한 나이, 비슷한 학력이나 학벌, 비슷한 경력, 비슷한 생활환경 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 중 나와 다르게 앞서 나가는 사람이 있으면 그들에게 시기심과 질투심을 느끼게 되는 겁니다. 즉, 그들과 나를 동일시하고 비교하는 과정에서 시기심이 부풀어 오르는 겁니다.


양귀비.jpg [키 큰 양귀비 신드롬. 자기보다 키가 큰 양귀비를 질투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미지 출처 : pixabay.com]


시기심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을 다른 사람이 가지고 있는데, 나는 가질 수 없기 때문에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것을 깎아 내림으로써 나와 다를 바 없는 사람이라고 만들고 싶은 심리에서 비롯됩니다. 즉 내 수준을 높일 수 없으니 다른 사람의 수준을 끌어 내려서 나와 동일한 정도로 만들고 싶은 것입니다. 다른 사람을 빈정대거나, 깔보거나, 지나치게 칭찬하는 것은 모두 시기심의 발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시기심은 왜 오는 걸까요? 시기심은 바로 비교에서 옵니다. 즉 다른 사람과 나를 나란히 놓고 보니 나에게는 없는 것을 누군가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러한 차이가 시기심을 불러일으키는 겁니다. 특히 그 차이가 크지 않으면 크지 않을수록 시기심은 커집니다. 문재인이나 트럼프 대통령 같은 사람을 시기하지 않지만 우리 주위의 사람들에게 시기심을 더 많이 느끼는 이유가 바로 그 때문입니다.


시기심이나 질투는 열등감과 아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습니다. 아주 오래 전에 유행했던 '엄친아'라는 말처럼 엄마 친구의 아들은 공부를 잘하고 좋은 직장에 다니고 돈을 많이 벌어오는데 나는 공부도 못하고, 백수에 돈벌이도 못한다면 당연히 열등감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고등학교 때에는 나보다 공부도 못했던 친구가 어느 날 고급 승용차를 타고 거들먹거리며 동기모임에 나타나면 기가 죽고 맙니다. 같은 대학을 나온 친구가 나보다 빨리 진급을 하고 나보다 연봉이 많아지면 기가 죽습니다. 나보다 나이도 어리고 '후진' 대학을 나온 사람이 나보다 잘 나가는 경우에는 질투 폭발이 되고 맙니다. 이렇게 열등감이 생기면 나를 열등감으로 몰아넣은 상대방을 시기하고 질투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다가 심해지면 자기 자신을 평가 절하하고 남의 칭찬이나 비판에 예민하게 반응하며 오히려 남을 깔보기도 합니다.


서울대 정신과 상담 전문의 정도언 박사의 말에 따르면 남을 깔보는 것은 내 열등감이 상대방에게 투사되어 옮겨진 것이라고 하는군요. 제 생각에 질투나 시기심은 내 마음속에 심어져 있던 열등감의 씨앗이 나보다 잘 나가는 사람을 보는 순간 자라난 싹이라고 생각됩니다.


이 모든 것의 근원에는 '비교'라는 씨앗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우리는 항상 비교 때문에 불행해집니다. 비교를 통해 나보다 뛰어난 사람을 바라보고 나를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노력하면 긍정적으로 나아갈 수 있겠지만 비교는 대부분 부정적인 방향으로 흐릅니다. 나보다 위에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면서 그들이 가진 것을 내가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해 부정적인 마음을 가지게 되니 불행해지는 겁니다. 그래서 행복하게 살려면 무엇보다 비교하는 마음을 버리지 않으면 안 됩니다.


중국의 학자인 자오위펑이 쓴 책에 보면 비교에 관한 글이 나옵니다. 비교를 한자로 써보면 비교(比較)가 되는데요, 그 뜻은 '서로 대조하여 견주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비(比) 자는 비(匕) 자가 두 번 중복된 것입니다. 비(匕)는 날카로운 칼, 즉 비수를 가리킵니다. 결국 비교할 때의 비(比)는 비수(匕)를 두 개 나란히 붙여 놓은 겁니다. 두 개의 비수가 어디로 향할까요? 하나는 타인이고 다른 하나는 나 자신입니다. 두 개의 날카로운 칼 끝이 타인과 나를 겨누고 있는 것이 바로 비교의 본질입니다. 그러니 비교는 다른 사람은 물론 나 자신을 불행해지고 상처 나도록 하는 도구가 아닐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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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러움, 시기심, 질투, 열등감은 삶을 불행하게 만드는 요소들입니다. 이것들은 꽤 강한 접착력이 있어 서로 잘 떨어지지 않고 뭉쳐 다닙니다. 그래서 한 번 이러한 마음을 가지게 되면 거머리처럼 들러붙어 떼어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행복하지 않은 삶을 가져다줍니다. 그 모든 기저에는 '비교'라는 원죄가 똬리를 틀고 있습니다.


인생은 참 짧습니다. 요즘은 100세 시대라는 얘기도 나오지만 그래 봐야 우주의 영원한 시간 앞에서는 새 발의 피도 안됩니다. 이렇게 짧은 인생을 살다 가는데 조금이라도 행복하게 살아야 하지 않을까요? 그렇다면 비교하는 마음부터 버려야 합니다. 비교를 버리면 난 나 자신만 돌아볼 수 있고 진정한 내면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게 됩니다. 물론 쉽지는 않겠죠. 그러나 한 번뿐인 삶을 행복하게 살 수만 있다면 힘들어도 한 번 도전해볼 만한 가치는 있는 것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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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댓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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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는 찬물에 담가 핏물을 빼준 후 푹 삶아 국물을 우려냅니다.

사골국물이 충분히 우러나면 국간장과 새우젓으로 간을 합니다.

순대를 너무 일찍 넣으면 푹 퍼져 버리기 때문에 천천히 넣어주세요. 순대를 넣고 끓기 시작하면 들깨 가루와 송송 썬 파, 다진 청양고추 등을 넣어줍니다.

매콤하게 드시려면 다대기를 함께 넣어주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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