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던 문어 삼합
오래 전에 만들어본 문어 삼합입니다. 맛있어 보이나요? 홍어삼합에서 홍어를 빼고 문어를 대신 집어넣은 것입니다. 홍어의 역한 냄새를 싫어하는 분이라면 홍어 대신 문어로 삼합을 만들어보세요. 문어의 부드러우면서도 동시에 쫄깃한 맛은 또 색다른 맛을 제공합니다.
그런데 맛도 맛이지만 비주얼(visual)이 참 좋지 않습니까? 사진만으로는 맛이 어떤지 알 수 없겠지만 일단 보는 것만으로도 먹음직스럽다는 느낌이 듭니다. 돼지고기는 기름이 적당히 들어 있는 것이 질기지 않고 식감이 부드럽고, 문어는 시원하면서도 촉촉하고 쫄깃한 맛이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묵은지는 짜지 않으면서도 아삭한 느낌이 듭니다. 돼지고기 수육 위에 뿌려진 깨는 고소함을 더해줄 것 같고 문어 위에 놓인 무순은 매콤한 맛 외에 멋스러움을 더해줍니다.
우리 속담에 '보기 좋은 떡이 먹기에도 좋다'는 말이 있지요? 요리는 기본적으로 보기에 좋아야 합니다. 고급 레스토랑에 가서 아주 멋스럽게 차려진 음식을 보면 저절로 탄성이 나오고 침이 고이지 않습니까? 아무리 맛있는 음식일지라도 보기에 좋지 못하다면 선뜻 손이 가지 않습니다. 그래서 음식을 좀 더 맛있게 보이기 위해 푸드 스타일리스트(Food Stylist)라는 직업이 있기도 합니다.
요리뿐만 아니라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람이 겉으로 드러나 보이는 모습이 그 사람에 대한 호감을 좌우할 수 있습니다. 틸버그 대학(Tillberg University)의 롭 넬리슨(Rob Nelissen) 교수는 명품 옷의 사회적 효과에 관한 일련의 실험을 했는데 유명 디자이너의 옷을 입었을 때 직장 추전서를 훨씬 더 많이 받았고, 자선모금에서 기부금을 더 많이 모을 수 있었으며, 상금이 걸린 게임에서 더 많은 도움을 얻었다고 합니다. 조교들에게 고급 브랜드가 새겨진 스웨터를 입고 쇼핑몰에 나가 쇼핑객들에게 설문 조사를 하게 만든 결과 52%가 설문에 응했다고 하네요. 브랜드 표시 없는 스웨터를 입은 경우에는 응답률이 고작 13%에 불과했는데 말이죠. 더 재미있는 것은 조교가 입은 명품 옷이 누군가에게 공짜로 얻은 것이라고 말하자 다시 설문 응답률이 낮아졌다는 겁니다.
어찌 보면 인간의 속물 근성을 나타내는 것 같아 서운하기도 하지만, 사람들은 겉으로 드러난 모습, 그중에서도 첫인상에 크게 좌우됩니다. '초두효과'라는 말이 있는데 무언가를 보고 처음 보았을 때 평가를 내린 것이 나중에 최종 결정을 내릴 때도 영향을 미친다는 얘깁니다. 첫인상이 인간관계의 70%를 결정한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그만큼 첫인상이 중요하다는 얘긴데, 첫인상에서 호감을 얻게 되면 그 이후의 일은 그것이 어떤 것이 되었든지 간에 잘 풀릴 확률이 높습니다. 첫인상이 좋음에도 불구하고 일이 잘 풀리지 않는다면 그건 분명 심각한 잘못이 있는 것이고, 반면 첫인상이 나빴음에도 불구하고 일이 잘 풀렸다면 그것 또한 드문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첫인상을 주제로 한 MBC 스페셜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그에 따르면, 기업 인사담당자의 86%가 첫인상에 호감을 느낀 지원자에게 가점을 줄 수 있으며 76%가 첫인상이 좋지 않은 지원자는 감점 처리할 수 있다고 답했습니다. 물론 반대 의견도 많습니다. [권력의 법칙]을 쓴 로버트 그린(Robert Greene)은 그의 책 [마스터리의 법칙]에서 첫인상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실수를 저지르지 말라고 합니다. 누군가를 처음 만날 때 우리는 대개 긴장하고 마음을 열지 못하며 내향적 태도를 보이기 때문에, 첫인상이 그 사람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알랭 드 보통도 어떤 사람의 작은 일부분을 가지고 사람됨 전체를 판단하는 것을 속물근성이라고 말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상이란, 그리고 겉으로 드러나 보이는 외모란 상당히 중요합니다. 어떤 여자가 교통사고를 내서 사람을 죽인 사건을 다룬 모의법정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형량을 결정하는데도 피고의 외모가 크게 작용했다고 합니다. 피고인 여자가 아주 매력적이라면 15년 형이 최대 5년까지 감형될 수 있는 반면 매력적이지 못한 피고는 겨우 2년밖에 감형받지 못했다고 합니다.
채용에 관한 얘기나 모의법정 이야기나 세상 참 불공평한 것들이 많지만 그렇다고 불평해봐야 달라지는 것은 없습니다. 채용도 인사담당자들이 내리는 결정이고 형량을 선고하는 것도 판사 또는 배심원들이 하는 일이니까요. 그들이 그렇게 느낀다면 그것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오히려 그러한 것을 받아들이고 자신을 보다 호감 가는 사람으로 바꾸어 나가려는 노력이 더 중요하다고 여겨집니다.
음식이 되었든 상품이 되었든 아니면 사람이 되었든, 겉보기가 좋고 호감을 갖게 만드는 것은 성공적인 삶을 위해 아주 중요합니다. 한 번 생각해 보세요. 멋스럽게 쫙 빼 입는 것만으로도 후줄근하게 입은 것보다 훨씬 자신감이 생기지 않던가요? 사람들이 명품을 찾는 것도 어느 정도는 그러한 측면에서 이해가 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명품 옷을 입거나 명품백을 들게 되면 그만큼 자신감이 높아질 수 있으니까요. 허례만 아니라면 말입니다.
대한민국은 성형 공화국이라고 비아냥대는 얘기도 많지만 사실 얼굴이나 외모에 자신감이 없던 사람이 성형을 통해 자신감을 가지게 될 수 있다면 그건 절대 나쁜 일이 아니라고 봅니다. 치아가 가지런하지 못한 사람들이 치아교정을 통해 치열을 교정하고 자신감을 갖게 되듯이, 신체에 모자란 부분이 있는 사람이 그 부분에 대한 성형을 통해 자신감을 가지고 자신의 일을 더 잘할 수 있다면 꼭 나쁘게 볼 일 만은 아니지 않을까요? 꼭 필요한 경우라면 말입니다.
로히트 바르가바가 쓴 [호감이 전략을 이긴다]는 책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좋아하는 사람들을 신뢰하고 믿는다' 그렇지 않은가요? 사람들은 자신이 느끼는 호감도에 따라 친구나 동료를 선택합니다. 물건을 살 때도 마찬가지죠. 성능이나 기능, 가격이 거의 차이가 없는 비슷한 제품이라면 이왕이면 호감이 가는 제품을 선택하게 됩니다. 그 호감이 디자인일 수도 있고 색상일 수도 있고 상표에 그려진 그림일 수도 있지만 아무튼 호감이 높은 쪽으로 감정이 끌리게 됩니다. 우리들은 매우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것 같지만 실상 많은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논리보다 관계이며, 이러한 관계는 신뢰를 통해서 형성될 수 있고 그 바탕에는 호감이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겉보기에만 신경 쓰다 보면 내면이 부실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음식의 경우도 겉보기에 그럴듯해서 먹어보면 맛이 없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런 경우에는 실망감과 함께 짜증이 우러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사람들로부터 호감을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하되 그에 상응한 내실을 갖추도록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될 것입니다.
[문어 삼합]
(재료) 묵은지, 문어 1마리, 수육용 돼지고기, 마늘, 청양고추, 무순, 깻잎, 상추, 새우젓
묵은지는 양념을 다 털어내고 물에 씻어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둡니다.
문어는 너무 삶으면 질겨지므로 적당히 삶아 줍니다.
돼지고기는 월계수와 통후추, 파와 양파 등을 넣고 냄새가 나지 않게 잘 삶아줍니다.
마늘과 고추는 편썰고 무순을 곁들여주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