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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입견을 벗어던지면 인생이 바뀔 수 있다

못생긴 아귀가 준

by 양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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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귀찜을 만들어 봤습니다. 아귀찜은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받는 요리 중 하나죠? 입안이 얼얼할 정도로 매콤하면서도 속살은 아주 부드럽고 때로는 쫀득한 맛도 나는 것이, 일품요리로도 손색이 없고 술안주로도 좋은 것 같습니다. 게다가 영양도 많아서 건강에도 좋다고 하는군요.


그런데 아귀가 어떻게 생겼는지는 아시나요? 참 징그럽기도 하고 지독하게 못 생겼습니다. 아귀 요리를 좋아하시는 분들도 아마 요리하기 전의 모습을 보면 그리 좋아하지는 않을 것 같네요. 어떻게 보면 단순히 못 생긴 정도를 넘어 혐오스럽게 생기기까지 했습니다. 마치 뿔 달린 도깨비 같기도 하고 게임에 나오는 괴물 물고기를 닮은 것 같기도 합니다. 눈은 툭 튀어나왔고 피부는 지나칠 정도로 미끄덩거려서 만지면 기분이 썩 좋지 않습니다. 게다가 얼굴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큰 입과 절로 두려움이 들게 만드는 톱니 같이 날카로운 이빨, 그리고 실수로 삼키기라도 하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을 것 같은 억센 뼈. 뜯어보면 정말 정 가는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심하게 얘기하면 저주받은 생물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아귀.jpg [아귀, 무려 이렇게 생겼습니다. 이미지 출처 : 네이버]


그런데 막상 아귀찜이나 아귀수육을 먹어보면 어떤가요? 겉보기와는 180도 다르다고 느낄 겁니다. 아귀의 속살은 입 속에서 살살 녹을 것처럼 야들야들 아주 부드럽기도 하고, 하루 정도만 건조했다가 요리를 하면 쫀득하게 씹는 맛이 좋아집니다. 고소함은 기본이고요. 이렇게 겉과 속이 완전히 다른 어류가 바로 아귀입니다. 겉으로만 보면 아귀에게서 그렇게 부드러운 속살의 맛이 느껴지리라고는 상상조차 할 수 없을 겁니다.


살다 보면 사람들 사이에서도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로 일어나는 것 같습니다. 겉보기와 속이 완전 다른 경우 말이죠. 괜히 새침데기일 거라, 깍쟁이일 거라 생각하고 멀리했던 사람이 예상외로 쿨하게 보여서 속으로 미안한 마음을 가졌던 적은 없으신가요? 그 반대로 썩 괜찮아 보였던 사람이 시간이 지날수록 실망감을 안기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아마도 한 두 번씩은 그런 일이 있으실 겁니다.


우리 주변에서 외모만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경우가 참 많습니다. ‘예쁜 여자는 성격이 나쁘다’ 거나 '험악하게 생긴 사람은 모두 못된 사람'일 것이라는 생각을 갖는 것 등이 그렇죠. 꽤 오래전에 어떤 여성분이 ‘키 작은 남자는 루저(looser)’라는 말을 뱉어냈다가 인터넷에서 뭇매를 맞은 사건이 있었지만 그것 역시 ‘키’라는 외모만으로 남자를 평가한 오류가 아니었을까요? 외모는 험악하게 생겼어도 마음이 여리고 자상한 사람일 수 있고 너무나 순진하고 착하게 생긴 사람이 뒤돌아서 ‘몰래 호박씨 까는’ 사람일 수도 있겠죠. 영화에서 단골로 악역을 맡고 있는 류해진 씨의 외모는 만약 영화배우가 아니었다면 정말 건달이나 조폭이라고 여길 정도로 못 생긴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실상 그분은 아주 여린 마음을 가지고 계시고 너무나 착한 마음씨를 소유하고 계시다는 걸 아시는 분은 다 아실 거라 생각합니다.


2018년 3월에 세상을 떠난 세계적인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는 루게릭병에 걸려 온 몸은 뒤틀리고 얼굴도 일그러졌으며, 혼자서는 설 수도 없어 늘 휠체어에 의지해야만 했습니다. 게다가 증상이 심해 말을 할 수도 글을 쓸 수도 없었습니다. 만약 그분을 외모만으로 평가한다면 가까이 가고 싶지 않은 중증 장애인 정도로만 여겼겠죠. 그러나 그분은 물리학의 역사를 다시 쓸 정도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학자 중 한 분이었습니다. 말을 하거나 글을 쓸 수 없어 컴퓨터와 기계의 힘을 이용하여 대화를 하였지만 그분이 만들어낸 이론은 세계 물리학을 발칵 뒤집어놓을 정도로 대단한 것들이었습니다. 만약 이러한 분을 외모로만 평가했다면 그런 세계적인 석학을 제대로 알아볼 수 있었을까요?


제가 대학을 다닐 때 너무나 예쁜 여학생이 있었습니다. 요즘 김태희와 견주어도 빠지지 않을 정도로 대단한 미모를 가진 분이었는데 그 뛰어난 미모 때문에 많은 오해를 받았었습니다. 다들 누군가 사귀는 사람이 있을 거라 여겼던 거죠. 그래서 그 누구도 그 여학생에게 접근할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졸업할 때가 되자 친구 중 한 명이 용기를 내서 그녀에게 다가갔습니다. 그리곤 사귀어보자고 고백을 했죠. 그리고 그 둘은 커플이 됐습니다. 졸지에 친구는 우리들 사이에서 영웅이 되었습니다. 외모만 보고 지레짐작으로 사귀는 사람이 있을 거라 생각해서 접근조차 하지 않았던 우리들은 그 순간 땅을 치며 후회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만 이런 것이 해당되는 것은 아닙니다. 새로운 일을 하는 데 있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무언가 무척 어려울 것 같아서 지레 포기하고 도전하지 않았는데 막상 해보면 그리 어렵지 않고 재밌게 느껴졌던 일이 없으신가요? 많은 사람들이 ‘수학은 어려워, 수학은 골치 아파’라고 단정 짓고 수학을 멀리 하지만 사실 수학만큼 재미있는 학문도 없을 겁니다. 원리를 알고 나면 그 원리를 응용하는 재미가 쏠쏠한 학문이 수학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수학을 암기과목처럼 가르치기 때문에 수학이 어렵다고 느껴지는 것뿐이죠. 공부뿐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면서 새롭게 부딪치는 모든 일들이 마찬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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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입견이나 편견은 폭넓은 선택을 가로막습니다. 선입견이나 편견은 어떤 사람을 알기도 전에 그 사람을 내 잣대로 재단하기 때문에 그 사람에 대해 이해하고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를 차단합니다. '저 사람은 나랑 전혀 안 맞을 거야'라고 생각한 사람에게 가까이 다가갈 사람은 거의 없으니까요.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데도 마찬가지죠. 늘 익숙한 것, 잘 알고 있는 것만 하려고 하다 보면 매너리즘에 빠지게 되고 일에 흥미를 잃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삶의 변화를 주기 위해서는 늘 새로운 것을 낯설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는 도전정신이 있어야 하는데 선입견이나 편견은 그러한 도전정신을 말살시켜버림으로써 변화를 거부하게 만듭니다. 그렇게 되면 좀 더 풍요로운 삶을 사는데 제약을 느끼게 되겠죠.


선입견이나 편견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이 그리 쉽지는 않습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이 지켜온 가치관과 신념이 있기 마련이므로 그것을 벗어나는 것에 대해서는 그리 관대하게 받아들일 수 없는 속성을 타고납니다. 하지만 벗어나기 어렵다고 해서 자신만의 잣대를 고집하는 것은 그만큼 많은 기회를 놓칠 가능성을 떠안고 사는 것입니다. 내 가슴속에 선입견이 가득 차서 미처 새로운 사람, 새로운 일이 들어설 공간이 남아 있지 않게 되는 것이죠.


사람의 삶은 생각하는 대로 이루어진다는 말이 있죠? 선입견이나 편견으로부터 벗어나 모든 사람, 모든 사물, 모든 새로운 일들을 바라보면 그 안에서 미처 보지 못했던 새로운 기회를 발견할 수 있고 그것이 내 인생을 바꿔놓을 수도 있습니다. 보다 풍요로운 삶을 위해서 여러분의 시야를 가로막고 있는 선입견과 편견이라는 필터를 제거해 보세요.


[아귀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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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 아귀 2.5kg짜리 두 마리, 미더덕 한 줌, 미나리, 고추, 파,

(양념장) 고춧가루 12큰술, 간장 6큰술, 굴소스 4큰술, 양파즙 8큰술, 다진 마늘 4큰술, 참기름 1큰술, 맛술 2큰술, 설탕 2큰술, 매실청 2큰술, 후추 약간, 녹말물(감자전분 2큰술, 물 2큰술)


아귀는 잘 손질해서 청주 2큰술, 소금 약간, 후추 약간을 뿌려 냉장고에서 2~3시간 숙성시킵니다.

냉장고에 넣어 두었던 아귀는 냄비에 넣고 한소끔 끓여냅니다. 아귀를 데쳐낸 물은 버리지 말고 따로 놔둡니다.

콩나물은 따로 데쳐둡니다. 약 80% 정도만 익혀주세요.

웍이나 냄비 밑바닥에 데쳐둔 콩나물을 깔고 데쳐낸 아귀와 미더덕, 각종 채소, 양념장 등을 얹은 후 아귀 삶은 물을 2-3컵 정도 부어주고 중불에서 가열합니다.

어느 정도 끓어오르면 녹말물을 조금씩 넣어가며 농도를 맞춰줍니다.

마지막으로 들기름을 반 스푼 정도 넣어줍니다.


아귀찜이 꽤 전문적인 요리 솜씨를 필요로 할 것 같지만 막상 만들어보면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한 번 도전해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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