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적인 조바심의 원인(2)

조바심을 일으키는 세 가지 원인

by 양은우

우물의 덫에 빠지는 두 번째 이유 : 타고난 부정적인 성격


개인의 성격도 조바심을 부추기는 원인 중 하나이다. 지구 상에 70억이 넘는 사람들이 존재하지만 지문이나 DNA가 같은 사람이 단 하나도 없듯이 사람들의 성격도 모두 다르다. 선천적으로 부모로부터 물려받아 타고 나는 성격이 있는가 하,면 낳고 자라면서 후천적으로 습득하는 성격도 있다. 일란성쌍둥이라도 어떤 환경에서 자랐느냐에 따라 성인이 되어 나타나는 성격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대니얼 네틀(Daniel Nettle)이 쓴 『성격의 탄생(Personality)』에 따르면 인간의 성격은 크게 다섯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이를 ‘빅 파이브(Big Five)’라고 한다. ‘외향성(extraversion)’, ‘성실성(conscientiousness)’, ‘개방성(openness)’, ‘친화성(agreeableness)’, ‘신경성(neuroticism)’이 그것이다.

ensure-puppchen-2019073_960_720.jpg [인간의 성격도 조바심을 만드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이미지 출처 : pixabay.com]

외향성은 평소 관심이 자기의 내면세계를 향하고 있느냐 아니면 외부세계를 향하고 있느냐를 나타낸다. 외향성이 높을수록 자기의 내면세계보다는 외부세계에 초점을 맞춘다. 사색보다 활동적인 것을 좋아하고, 자신의 생각에 빠지기보다는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거나 어울리기를 좋아하며, 끊임없이 밖으로 나가고 움직인다. 반면 외향성이 낮은 것을 내향적이라고 하는데, 자신의 생각과 감정에만 몰두하며, 다른 사람들과 떨어져 있는 것이 보통이다. 독서나 영화감상, 공상이나 명상 등 외부인과의 접촉보다는 자기 내면세계를 탐구하는 활동에 집중한다.

성실성은 충동 통제와 관련된 성격이다. 성실성이 낮은 사람들은 충동적이고 즉흥적인 행동을 자주 한다. 의지가 약하고 제멋 대로이며 부주의한 성향을 나타낸다. 홈쇼핑 채널을 보다가 ‘매진 임박’이라는 쇼핑 호스트의 말에 계획에 없던 물품을 충동적으로 구매하거나, 노름판 같은 곳에서 제어를 하지 못해 있는 돈을 모두 탕진하는 형태이다. 반면 성실성이 높은 사람들은 자기 자신에 대한 절제가 뛰어나고 자신에 대한 통제능력이 뛰어나, 가급적 계획된 일만 수행한다. 성실성은 어떤 목표나 원칙을 위해서 즉각적인 반응을 억제하는 성향을 반영한다고 할 수 있다.

개방성은 새로움의 추구 또는 자기 외의 다른 사람들의 사고를 얼마나 잘 수용할 수 있느냐를 나타낸다. 개방성이 높은 사람은 전통에 반항하는 태도를 보이고 정치적으로 진보적이며, 기존 제도에 머물러 있지 않으려고 한다. 또한 개방성이 높을수록 창조적이고 독창적인 관념들을 보유하는데, 주로 예술가들에게서 이러한 성향이 나타난다. 개방성이 낮은 사람들은 보수적이고 완고한 성향을 나타낸다. 자기주장만 강하게 나타낼 뿐 다른 사람의 의견을 수용하지 못하는 성향이 있다.

친화성은 사람들과 얼마나 잘 어울려 지내느냐를 나타내기도 하지만 얼마나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고 협조하느냐를 나타내기도 한다. 친화성 수치가 높은 사람들은 협조적이고, 사람의 말을 잘 믿고, 타인의 감정을 잘 이해한다. 그래서 친화성이 높은 사람들은 단체행동에 적합하다. 요즘처럼 팀 단위로 일을 하는 경우 친화성이 높은 사람들이 많을수록 팀워크가 좋아질 수 있다. 반면 친화성이 낮은 사람들은 차갑고, 적대적이며, 온순하지 않다. 공감지수(EQ. Empathy Quotient)가 낮아 다른 사람들의 의견에 공감하기 어려워하고 협조성이 떨어진다.

마지막으로 신경성은 부정적인 감정 시스템의 반응성을 나타낸다. 신경성 수치가 높은 사람은 낮은 사람에 비해 일상에서 부딪치는 어려움에 더 많은 영향을 받는다. 신경성 수치가 높은 사람들은 감도를 아주 높게 만들어 놓은 화재경보기와 같아서 사소한 걱정거리에도 예민하게 반응한다. 쓸 데 없이 걱정이 많고 쉽게 스트레스를 받으며 회복탄력성도 떨어진다. 반면 신경성 수치가 낮은 사람들은 감정적으로 안정되어 있고 쉽게 동요하지 않는다. 이를 도표로 나타내면 다음에 보이는 표와 같다.

이 중 조바심과 관련하여 특히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이 성실성과 신경성이다. 성실성이 낮으면 부주의하고 충동적이기 때문에 무언가 계획적으로 일을 진행하지 못하고 즉흥적으로 처리할 가능성이 높다. 게으른 경향이 있으므로 일을 즉시 처리하지 못하고 뒤로 미루기도 한다. 따라서 이러한 사람들은 일상적인 불안과 조급증에 시달릴 가능성이 크다.


성격유형.png 다섯 가지 대표적인 인간의 성격(출처 : [생각의 탄생], 다니엘 니틀)


이 중 심각한 것은 신경성이다. 신경성의 특징은 ‘고민하는 사람은 고민하지 않는 사람보다 실제로도 더 많은 걱정거리를 갖게 된다’는 것이다. 신경성 수치가 높은 사람들은 사소한 고민과 걱정으로부터 해방 되질 못한다. 사소한 일에도 긴장하거나 불안해한다. 일어나지 않은 일이나 일어날 가능성이 낮은 일에도 지레 걱정하는 경우도 있다. 보통 사람들이 50% 정도의 쓸 데 없는 걱정을 하고 산다면, 신경성 수치가 높은 사람들은 100%의 쓸 데 없는 걱정을 안고 산다.

회사를 잘 다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느 날 갑자기 회사에서 잘리면 어떡하지?’라며 걱정을 하거나, 건강하게 잘 자라는 반려견을 보면서 ‘어느 날 갑자기 병이 들어 죽으면 어쩌지?’라며 쓸 데 없는 걱정을 사서 한다. 여자 친구를 잘 사귀고 있으면서도 ‘이 여자가 나를 버리고 다른 사람에게 가버리면 어떡하지?’라며 끊임없이 걱정하기도 한다. 그러다가 그러한 걱정이 빌미가 되어 여자 친구와 헤어지기도 한다. 이러한 사람들은 사소한 걱정을 달고 살기 때문에 무언가에 집중하기가 쉽지 않고 늘 크고 작은 조바심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다. 뚜렷한 이유 없이 일이 제대로 안 될 것을 걱정하다 보니 제 때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초조하고 불안해하는 것이다.

결국 사람이 타고난 기질, 그리고 낳고 자라는 동안 경험한 모든 주위의 환경과 사람들도 조바심을 일으키는 하나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게다가 사람의 성격은 뇌의 기능과도 관련되어 있다. 신경과학자인 다니엘 G. 에이멘(Daniel G. Amen)이 쓴 『그것은 뇌다』에 따르면, 시상과 시상하부 등 인간의 감정조절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 심층변연계가 지나치게 활성화되어 있는 사람들은 짜증이 심하고, 매사를 부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많으며 동기가 저하된다고 한다. 또한 기저핵이 지나치게 활성화되어 있는 사람은 불안해하고 초조하며, 비관적이거나 강박적인 성향을 나타낸다고 한다. 자신이 원하지 않더라도 뇌가 사람의 성격을 규정해버리고 마는 것이다.

brain-3438742_960_720.jpg [인간의 성격은 뇌의 기능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미지 출처 : pixabay.com]

따라서 성격은 고치기 힘들다는 측면에서 해결이 쉽지 않은 원인이다. 특히나 성인에게 있어서는 더욱 그렇다. 다만 신경성의 동기 이점(motivation advantage)이라는 것이 있는데, 신경성 수치가 높은 사람들은 부정적인 감정을 동기 삼아 더 열심히 노력해서 높은 성취를 이루려 한다는 것이다.


우물의 덫에 빠지는 세 번째 이유 : 타인과의 비교와 열등감


조바심의 원인을 조금 더 근본적으로 파고 들어가면 그 바닥에는 자기 자신을 누군가와 비교하는 마음이 자리 잡고 있다. 만일 비교 대상이 없다면 무엇인가 절대적인 개념과 비교하는 것일 수 있다. 우스개처럼 이야기하는 것이지만, 인간은 두 가지 기본적인 본능을 가지고 있다. 하나는 자기 자신을 다른 사람에게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고, 다른 하나는 다른 사람을 헐뜯는 것이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트위터 같은 SNS가 인기를 끄는 이유가 무엇인가? 우리는 주로 자기 자신을 다른 사람에게 알리거나 자랑하고 싶을 때 SNS를 하곤 한다. 값비싸거나 맛있는 음식을 먹었을 때, 좋은 영화를 보았을 때, 새로운 지식을 습득했을 때, 낯선 곳으로 여행을 떠났을 때, 유명인을 만났을 때, 승진이나 포상 등 무언가 신상에 변화가 생겼을 때 주로 SNS를 통해 사람들에게 그것을 알리려고 한다.

twitter-292994_960_720.jpg [사람들이 SNS를 하는 이유는 자랑하기 위해서다. 이미지 출처 : pixabay.com]

자랑은 노골적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은밀하게 실마리를 제공할 뿐이다. 해외여행을 다녀와서 멋진 풍광 사진과 함께 ‘가끔은 삶의 여유를…’이라며 짐짓 허세를 떠는 식이다. '상쾌한 아침을 커피 한 잔으로 시작하는 여유'라며 커피를 들어보이는 손목에 명품 시계가 있는 식이다. 그러면 보는 사람들이 알아서 ‘좋아요’를 눌러준다. ‘좋아요’의 숫자가 늘어나는 만큼 뿌듯함을 느낀다. 비싸거나 맛있는 음식을 먹었을 때도 노골적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그냥 어디에서 무엇을 먹었다는 정도만 언급한다. 심혈을 들여 찍은 사진과 함께. 그러면 보는 사람들이 알아서 해석한다.

반면에 자신이 힘들거나 자랑할 일이 없을 때는 SNS에 글을 쓰지 않는다. 회사에서 잘렸거나, 진급에 누락됐거나, 실연을 당했거나, 취업 면접에서 낙방했을 때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서 사실을 털어놓는 사람들이 있는가? 위로받을 목적으로 자신의 힘든 사정을 드러내는 사람들도 게 중에는 있을 수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랑할 일이 없으면 SNS로부터 멀어진다.

다른 사람을 흉보는 것은 또 어떤가? 두 사람만 모여도 다른 사람을 흉보는 것이 사람들의 특성이다. 소위 말하는 ‘험담’이다. 친한 사람들끼리 모이면 대화의 상당수는 다른 사람을 비난하는 것이다. 친한 사람들끼리 모여 다른 사람을 침이 마르도록 칭찬해본 적이 있는가? 하지만 다른 사람을 침이 튀도록 흉본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직장인들에게 ‘상사는 영원한 안주’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이처럼 자기 자신을 자랑하는 것과 다른 사람을 흉보는 것은 인간의 타고난 본성 중 하나인데 두 가지 모두 자신의 심리적 서열, 다시 말해 지위감을 높이기 위한 수단이다. 이처럼 자신의 심리적 서열을 높이려는 마음은 기본적으로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마음이 없다면 굳이 자신이 한 일을 다수의 사람들이 보는 인터넷 공간에 드러낼 이유가 없다. 자기 자신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마음이 없으면 굳이 그 사람을 미워하고 비난할 이유도 없다. 비교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에 자랑도 하고 싶고 흉도 보고 싶은 것이다.

자기 자신을 누군가와 비교하게 되면 좋은 것보다는 나쁜 것이 더 눈에 뜨이게 마련이다. 이것이 인간의 본성이다. 아래를 내려다보며 가진 것에 만족하기보다는 위를 올려다보며 더 많이 가지지 못한 것을 아쉬워한다. 그러므로 자신을 누군가와 비교하는 순간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이 두드러져 보인다. 아무리 많은 것을 가진 사람도 자신보다 더 많은 것을 가진 사람을 보면 부족함을 느낀다. 9999를 가진 사람도 10000을 가진 사람을 보면 부러움을 느끼게 마련이다. 비교는 비교하는 대상과 자기 자신 모두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 비교하는 대상에게는 독설과 험담 등으로 흠집을 낼 수 있고 자기 자신은 열등감이라는 상처를 안겨줄 수 있다. 그리고 상대적인 열등감은 조바심을 유발할 수 있다.

terrorist-2481808_960_720.jpg [다른 사람과 비교하고 열등감을 느끼는 것은 조바심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이미지 출처 : pixabay.com]

이 글의 첫 부분에서 언급했던 조바심을 느끼는 순간들을 되돌아보자. 큰 시험이나 대학입시를 앞두고 친구들에 비해 자기 실력이 뒤떨어진다고 느끼면 조바심을 느끼게 마련이다. 경쟁상대가 있기 때문이다. 절대적으로 자기 실력이 부족하다고 느낄 때도 조바심을 느낄 수는 있지만, 경쟁상대가 없다면 자신의 실력이 부족하다고 해도 그다지 조바심을 크게 느낄 이유는 없다. 자신이 경쟁상대에 비해 뒤쳐진다고 느끼고 그로 인해 불리한 결과를 얻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조바심을 느끼는 것이다.

친구나 동료가 나보다 잘 나가는 것을 보며 조바심을 느끼는 것도 당연히 비교 상대가 있기 때문이다. 내가 사고 싶은 물건이 품절될까 봐 조바심을 내는 것은, 불특정한 누군가를 경쟁 상대로 비교하는 것이다. 홈쇼핑의 상품이 매진될까 봐 조바심 내는 마음도 마찬가지다.

출근길 정체로 인해 강의 시작 시간에 도착하지 못할까 조바심이 나는 것은 경쟁상대가 없다. 하지만 강의를 하는 강사는 늦어도 강의가 시작되기 전까지는 강의실에 도착해 있어야 한다는 보편타당한 절대적인 개념과 비교하고 있는 것이다. 백수가 되어 경제활동에 대한 조바심을 느끼는 것은, 가장으로써의 역할이라는 절대적 개념에 대한 비교이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결혼에 대해 조바심을 내는 것도 마찬가지다.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하지 못하는 시기가 길어지면서 조바심을 느끼는 것도 이미 취업을 한 사람과 자기 자신을 비교하기 때문이다. 아니면 사회적인 관념이라는 절대적인 개념과의 비교일 수도 있다. 보편적으로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대학을 졸업하면 취직을 해야 하고 취직을 못하는 사람은 무능한 사람으로 보일 수 있다는 관념이 자리 잡고 있다. 그래서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업을 못하면 자기 자신이 무능한 사람으로 보일 수 있다는 생각이 조바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요즘처럼 초연결사회에서는 비교의 대상과 비교의 순간이 더욱 많아지고 있다. 각종 매스미디어, 인터넷, SNS 등을 통해 수많은 사람들의 소식을 거의 실시간으로 접할 수 있다. 연결상 대가 많아지면 그만큼 비교할 대상도 많아지고 질투심을 느끼거나 상대적으로 열등감을 느끼는 대상도 많아질 수밖에 없다.

IT나 방송기술이 그리 발달하지 못했던 과거에는 오프라인에서 만나는 내 주위 사람들에게만 신경 쓰면 되었지만 지금은 그게 아니다. 굳이 알고 싶지 않은 사람, 나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는 사람의 일까지 강제적으로 알지 않으면 안 된다. 그만큼 신경 써야 할 대상도, 비교해야 할 대상도 늘었다는 말이다. 물론 나와 상관없는 사람들이라고 여기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면 그만이지만 사람들의 특성이 또 그렇지 않다. 그러므로 누군가와의 비교에 의한 조바심 역시 늘어날 수밖에 없는 환경에 살고 있다.

언뜻 생각하면 비교라는 것이 상대가 있거나 절대적인 비교의 개념이 있기 때문에 조바심을 유발하는 내부 요인이 아니라 외부요인처럼 여겨질 수 있다. 즉 자신의 잘못 보다는 환경적인 요인으로 돌릴 수 있고 이는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요인처럼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자기 자신을 누군가와 비교하거나 절대적인 개념과 비교하는 마음은 자신의 내부에서 일어나는 감정적 반응이므로 외부요인이라기보다는 내부 요인에 가깝다. 즉 자신의 노력으로 충분히 통제할 수 있고 개선할 수 있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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