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를 거듭할수록 더욱 맛있는 요리를 만들 수 있다
오랜만에 감자탕을 만들어 봤습니다. 이번에 만든 감자탕은 맛이 꽤 좋네요. 비록 제가 만든 것이긴 하지만 웬만한 식당에서 파는 감자탕보다 맛이 훨씬 좋은 것 같습니다. 생각보다 결과가 잘 나온 것 같아 흡족하지만 처음부터 이렇게 맛을 잘 냈던 것은 아닙니다. 시간이 날 때마다 틈틈이 취미 삼아 요리를 하다 보니 어느덧 10여 년의 세월이 흘렀고, 음식에 대한 감이 늘어난 덕분 아닌가 합니다.
돌아보면 실패한 음식들도 꽤 많습니다. 쿠키를 만들다 떡이 되어 아이들에게 실망을 안겨주기도 했고, 주말 저녁에 만든 월남쌈은 너무 맛이 없어 부푼 기대를 안고 기다리던 식구들을 쫄쫄 굶게 만들었으며, 애써 만든 순두부찌개는 아들로부터 김치찌개라는 오해를 받기도 했습니다. '김치찌개 잘 먹었습니다, 아빠'라는 말을 들었을 때 일그러지던 제 표정을 잊을 수가 없네요. 조미료를 쓰지 않는 탓에 생태탕 등 시원한 맛을 내는 국물요리는 아직도 어렵기만 합니다. 처음 만든 감자탕은 니 맛도 내 맛도 아닌 탓에 억지로 꾸역꾸역 먹었던 생각이 납니다. 하지만 무엇이든 자꾸 하다 보면 실력이 느는 것 같습니다. 해보기 전에는 너무 복잡하고 어려워 보여서 엄두가 안 나는 요리도, 몇 번 해보다 보면 요령이 생기게 마련입니다. 물론 실패를 각오해야겠죠.
우리는 실패에 대해 알레르기 반응 같은 게 있는 것 같습니다. 실패하는 것을 참 두려워합니다. 그래서 실패하지 않기 위해 전전긍긍합니다. 학업도, 취업도, 인생도, 사업도, 인간관계도.... 하지만 무엇이든 실패 없이 성공하기는 어렵습니다. 물론 타고난 재능이나 감 같은 것이 중요하죠. 그런 것이 뛰어난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훨씬 빨리 성공에 도달할 수 있지만 그런 사람들이라고 해서 처음부터 단칼에 성공하는 것은 아닙니다. 실패가 거듭되고 그 실패 속에서 하나씩 잘못된 것들을 바로잡아 가면서 성공의 길도 열리는 것이겠죠.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식상한 말도 있지만 실패는 사람을 단단하게 만들어줍니다. 비 온 후의 땅이 더 단단해지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나 할까요? 지금은 국민 MC라는 칭호를 받고 최고의 진행자로 인정받는 유재석 씨도 어린 시절에 하는 일들이 뜻대로 되지 않고 어려움을 겪었다고 합니다. '말하는 대로'라는 노래에도 그때의 심정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죠. 그런 과정을 거쳤기에 그가 지금처럼 모든 사람들로부터 사랑받고 존경받는 자리에 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실패 없이 처음부터 잘 나가는 사람들은 교만과 거만에 취해 나락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옛 말에, 인생을 살면서 하지 말아야 할 것 중 하나가 '소년등과'라는 것이 있죠. 이 말은 소학(小學)이라는 책에 나오는 말인데, 중국 송나라의 학자였던 정이천(程伊川)이 한 말이라고 합니다. 원래는 소년등과일불행(少年登科一不幸)인데 그 자세한 의미는 다음과 같습니다.
사람에게는 세 가지 불행이 있는데, 젊은 나이에 과거 시험에서 급제하는 것이 첫 번째요, 부모의 권세에 힘입어 좋은 벼슬을 얻는 것이 두 번째 불행이라고 합니다. 요즘 말로 하면 금수저를 입에 물고 태어나는 것이겠네요. 세 번째는 재능이 뛰어나고 글 솜씨가 좋은 것이랍니다. 두 번째와 세 번째는 지금 시대에는 선뜻 동의하기 어렵지만 첫 번째 내용에 대해서는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지나치게 어린 나이에 성공한 사람들은 자기가 이룬 성공이 얼마나 값진 것인지 모를 수 있습니다. 그래서 교만과 거만의 함정에 빠지기 쉽고 더 큰 욕심을 부리며 오로지 출세지향적인 행동만 할 수 있습니다. 주위에 실패와 좌절을 거듭하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무시하거나 깔보는 것은 당연한 일이죠. 너무 일찍 성공하면 좋지 못한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는 소년등과 부득호사(少年登科不得好死)라는 말도 있고, 맹자께서는 진예자기퇴속(進銳者其退速)이라고 하여 나아감이 빠른 자는 물러남도 빠르다고 일갈했습니다.
모두가 실패 없이 성공함을 경계하는 말이라고 할 수 있겠죠. 그런데 저는 조금 다른 측면에서 보기도 합니다. 실패 없는 인생을 사는 사람들은 실패를 이겨내고 무엇인가를 달성했을 때의 성취감이 주는 달콤한 보상을 느낄 수가 없습니다. 모든 일을 어렵지 않게 성공한 사람들은 모든 일이 너무 쉽게만 여겨지겠죠. 무언가를 하기 위해 수 없이 실패를 거듭한 끝에 어렵사리 목표를 달성할 경우 뇌에서는 보상회로가 가동되고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되어 기분을 좋게 만들어줍니다. 그런데 이 도파민은 무언가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을 때보다는 기대하지 못하고 있던 것을 성취했을 때 더욱 큰 효과를 나타냅니다. 어려서부터 쉽사리 성공체험을 하고 무엇을 하든 늘 성공하는 사람들은 무언가를 성취했을 때도 그리 큰 기쁨을 느낄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계속 실패를 거듭하다가 어렵사리 성공에 이른 사람들은 그 성취감으로부터 얻는 기쁨이 말로 할 수 없을 만큼 크죠.
인생은 끊임없이 도전하며 성장하는 과정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 세상에 존재했던, 그리고 존재하는 사람들 중 완벽한 사람은 그 누구도 없을 겁니다. 투자의 귀재라는 워런 버핏도, 경영의 구루였던 피터 드러커도 평생 도전하고 성장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이름을 날린 사람들입니다. 누구나 실패하고, 누구나 좌절하고, 누구나 아픔을 겪지만 그 아픔을 이겨내고 실패 속에서 성공을 일구어내는 것이 진정한 삶의 기쁨 아닐까 합니다.
오늘도 무언가 일이 잘 안 풀리고 있나요? 그렇다면 그만큼 내가 단단해지고 있다고 생각해 보세요. '내 인생은 왜 이렇게 힘들지?'라는 생각이 들거든 그만큼 달콤한 성공의 열매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품어보세요. 인생을 쉽게만 살았던 사람들은 깨닫지 못하는 삶의 진정한 기쁨을 누릴 날이 반드시 올 겁니다.
[감자탕]
(재료) 돼지등뼈 2kg, 우거지, 묵은지, 감자, 깻잎, 들깨가루, 청.홍 고추, 된장
(우거지 양념) 고추가루 4큰술, 국간장 2큰술, 청주 2큰술, 다진마늘 3큰술, 새우젓 3큰술, 다진고추 2큰술, 들기름 1큰술
돼지등뼈는 찬물에 넣어 핏물을 빼줍니다. 물을 갈아가며 3시간 정도 핏물을 우려냅니다.
우거지는 위의 양념을 넣고 잘 주물러 섞은 후 냉장실에서 2-3시간 정도 숙성시켜 줍니다.
핏물을 제거한 등뼈는 센 불에서 10분 정도 데쳐냅니다. 완전히 삶아지지 않게 데쳐내는 게 중요합니다.
삶아낸 물은 버리고 등뼈는 따뜻한 물로 샤워하여 불순물을 제거합니다.
깨끗한 물에 다시 등뼈를 넣고 된장 2큰술을 푼 물에 소주 약간, 양파, 대파, 월계수잎, 생강 1톨, 통후추 7-8알 정도를 넣고 충분히 삶아줍니다.
빈 냄비에 돼지등뼈와 우거지, 감자, 묵은지를 넣은 후 돼지등뼈 삶은 물을 거름망을 이용하여 부어줍니다.
물이 끓기 시작하면 중불 정도에서 재료의 맛이 우러나도록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삶아줍니다.
마지막에 깻잎을 듬뿍 넣고 들깨가루를 두 스푼 정도 넣어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