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쓰기의 3요소(1) - 저자

전장에 나선 장수와 넘어야 할 관문(1)

by 양은우

책은 저자가 쓰는 것이긴 하지만 저자 생각대로만 쓸 수 없다. 저자가 생각하는 주제가 하나의 책으로 만들어져 세상에 나오기 위해서는 다양한 요소들이 김장 양념처럼 잘 버무려지지 않으면 안 된다. 그중에서도 특히 중요한 세 가지 요소가 있는데, 바로 저자, 출판사, 그리고 독자이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이 세 가지 요소들이 삼위일체라는 말처럼 하나로 잘 어우러져야 좋은 책을 만들어낼 수 있다.

저자는 자신의 지식이나 경험, 노하우, 성공이나 실패 사례 등을 차별화된 주제와 콘셉트로 녹여내야 한다. 저자가 가진 지식과 지혜, 깨달음과 노하우가 얼마나 폭넓고 깊이 있으며, 대중에게 공감될 수 있느냐에 따라 책의 질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저자가 가지는 역할은 막대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저자라고 해도 그 사람이 주장하는 내용을 책으로 엮어내 줄 출판사가 없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저자의 입을 통해 사람들에게 퍼져 나갈 수는 있겠으나 활자화된 서적을 통해 대중에게 전달될 수는 없을 것이다. 저자의 사상을 다수의 독자들에게 전달해줄 수 있는 매개체로써의 책을 만드는 출판사 역시 저자만큼이나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출판의 세 번째 요소는 독자이다. 세 가지 요소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독자이다. 독자는 최종적으로 세상에 나온 책을 선택하고 읽어주는 사람이다. 독자가 없다면 저자가 존재할 수 없으며 출판사도 존재할 수 없다. 저자와 출판사, 궁극적으로는 책이라는 가치 있는 창작물을 존재할 수 있게 한다는 측면에서 독자의 역할은 막대하다고 할 수 있다.

책 쓰기에 관한 내용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에 앞서 이 세 가지 요소를 언급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일반적으로 책을 쓰는 사람들은 눈을 가린 채 앞만 보고 달리는 경주마와 같다. 주위를 넓게 둘러보지 못한다. 우물을 팔 때처럼 자신의 생각에만 매몰되어 ‘이런 책을 쓰면 잘 팔릴 거야’라고 생각할 뿐, 자신의 생각이 책이 되어 독자들에게 전달되기까지 거쳐야 할 과정은 생각하지 못한다.

성공하는 책은 저자, 출판사, 그리고 독자의 니즈가 일치되는 것이다. 물론 좋은 책이 늘 독자의 선택을 받는 것은 아니고, 독자가 선택하는 책이 늘 좋은 책도 아니다. 아무리 좋은 책이라도 베스트셀러가 되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베스트셀러에 오른 책이 반드시 좋은 책도 아니다. 항간에는 정말 좋은 책을 사고 싶다면 베스트셀러는 피하라는 말도 있다. 하지만 저자의 글이 출판사와 독자의 니즈를 맞춰야만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저자는 베스트셀러라는 성을 점령하게 위해 전장에 나선 장수와 같다. 그 성으로 가는 길에는 출판사와 독자라는 커다란 관문이 있어 단단히 문을 지키고 있다. 성을 점령하기 위해서는 그 두 개의 관문을 넘지 않으면 안 되지만 문을 통과하는 것이 그리 호락호락하지는 않다. 관문마다 저자는 혼신의 힘을 다해 전투를 치러야 한다.

어렵긴 해도 관문을 통과하는 것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수많은 저자들이 관문을 뚫고 책을 내고 베스트셀러라는 성을 점령하기도 하니 말이다. 그래서 알아야 한다. 출판사에 대해서도 알아야 하고 독자에 대해서도 알아야 한다. 안다고 해서 다 이길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알면 아는 만큼 이길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다. 알고 시작하는 것과 모르고 무작정 달려드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 그래서 책 쓰기에 앞서 그 얘기를 먼저 시작하고자 한다. 고백하자면, 비록 아홉 권의 책을 내기는 하였지만, 나는 지금까지 출판사와 독자에 대한 고려는 그다지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이 글은 어쩌면 나 자신에 대한 반성이 될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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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무기를 들고 싸움터로 나서는 장수


저자가 전장에 나선 장수라면 든든한 무기가 있어야 한다. 장수의 역량이 중요하지만 무기 없이 맨몸으로 싸울 수는 없다. 날카롭고 강력한 무기가 있으면 싸우기가 훨씬 수월하지만, 둔탁하고 허약한 무기로는 싸움에서 이기기 어렵다. 그러므로 저자는 수월하게 싸움에서 이길 수 있도록 무기를 갖추어야 하는데 저자가 휘두를 수 있는 무기는 곧 자신의 글이다.

저자가 쓰는 글은 자신의 전문분야 혹은 관심 영역으로부터 나와야 한다. 업무적으로 오래 해 와서 잘 아는 분야이거나, 업무와 무관하게 개인적으로 잘하는 일 혹은 관심 있는 일, 나누고 싶은 경험 등이 책의 주제가 될 것이다. 한 마디로 자신 있는 주제를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저자가 직접 경험하고 그 경험을 통해 무언가 성과를 얻은 것일수록 좋다. 경험을 통해 얻은 지혜, 깨달음, 노하우를 실천으로 옮겨 얻은 성과를 독자들은 듣고 싶어 한다. 가장 좋은 것은 지식과 경험, 성과의 공통분모를 이용하여 책을 쓰는 것이고, 그다음이 지식과 경험의 결합이며, 그 후순위가 지식만 가지고 책을 쓰는 것이다. 물론 책을 쓰는 목적 자체가 지식의 전달이라면 달라질 수 있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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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의 기술』은 내가 전략기획 업무를 하면서 회사를 둘러싼 경영환경의 변화, 회사 내부의 변화, 경쟁사의 변화 등을 파악하는 과정에서 쌓은 지식과 관찰의 노하우를 담고 있다. 그것을 업무에 활용하였고 그렇게 하여 만들어낸 중장기 전략을 실행하여 얻은 조직의 변화, 매출의 성과 등을 바탕으로 하여 쓴 글이다. 최근 출판되어 베스트셀러에 오른 『당신의 뇌는 서두르는 법이 없다』역시 마찬가지다. 늘 조바심에 시달려 오면서 삶이 마치 삶은 계란처럼 퍽퍽한 상태에서 조바심의 원인을 찾고, 그 해결책을 실천적으로 적용한 결과 조바심에서 탈출하였고, 그로 인해 삶이 윤활류를 친 것처럼 매끄러워졌다는 경험과 성과를 바탕으로 쓴 글이다.

『1천 권 독서법』을 쓴 전안나 작가의 직업은 사회복지와 관련된 것이다. 그분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책을 읽기 전에는 삶이 무척이나 힘들고 퍽퍽했지만 책을 읽고 그것이 축적되면서 180도 달라졌다고 한다. 극심한 무기력과 우울증에 시달렸지만 책을 읽으면서부터 자존감을 회복하고 자기 자신을 사랑하게 되었다고 한다. 100권을 읽자 마음이 안정되고, 300권을 읽자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이 사라지고, 500권을 읽은 후에는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살아났으며, 800권을 읽자 작가가 되고 싶다는 꿈을 꾸게 되었다고 한다.

결국 그분은 자신의 경험을 글로 풀어낸 덕분에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고 이후에도 활발한 강연과 외부활동을 펼쳐 나가고 있다. 그가 가진 독서에 대한 지식, 1천 권에 달하는 많은 책을 읽은 경험,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자신에게 닥친 긍정적인 변화 등 지식과 경험, 성과가 똘똘 뭉친 결과 작가가 되겠다는 꿈을 이루게 되었고 누구에게나 인정받는 자리에 오른 것이다.

<알쓸신잡 2>에 출연했던 홍익대 유현준 교수가 쓴 『도시란 무엇인가』라는 책은 건축학과 교수로서 저자가 가지고 있는 관련 분야의 폭넓은 지식과 건축설계를 하면서 얻은 경험, 그리고 자신이 만들어낸 성과 등을 기반으로 쓴 책이다. 저자의 폭넓은 지식과 흥미로운 경험, 성과가 어우러져 읽는 재미를 쏠쏠하게 준 책이었다.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라는 하버드 협상 강좌를 글로 엮은 책 역시 마찬가지다. 협상과 관련된 차별화된 지식, 실제 업무적, 개인적으로 터득한 협상의 경험, 그리고 그러한 노하우들을 접목하여 얻은 성과들이 녹아들어 가 있어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협상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고 실천해보고 싶은 의욕을 불러일으키는 책이다.

책으로 엮어내고자 하는 분야의 직접적 경험이 부족하면 다른 사람의 경험을 이야기할 수밖에 없는데 그렇게 되면 설득력이 떨어질 수 있다. 다만, 그것이 설득력 있는 표본으로 작용할 수 있을 정도의 데이터 크기를 가지고 있다면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겠다. 저자 자신의 성과가 없는 글도 마찬가지다. 지식이나 개념은 나쁘지 않은 것 같은데 '과연 이대로 하면 효과가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 수 있다. 그런 상황에서 ‘나는 이러한 문제가 있었는데 이러이러했더니 이렇게 달라지더라’라고 하면 설득력을 높일 수 있다.

『미라클 라이팅』이라는 책을 펴낸 강현순 작가는 과거 우울증에 시달릴 정도로 힘든 삶을 살았다고 한다. 하지만 우연히 감사일기의 힘을 알게 된 후 매일같이 감사일기를 쓰자 삶이 달라졌다고 했다. 사실 처음 블로그를 시작하겠다고 나의 블로그를 찾아왔을 때만 해도 초보의 티가 물씬 풍겼다.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날 앞서고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매일매일 성장하는 모습이 두드러지게 보인다.

강현순 작가 역시 감사일기에 대한 지식과 경험, 그리고 그것을 통해 자신의 삶이 변화되는 성과를 글로 엮어낸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가급적이면 저자의 직접적 성과가 있는 것이 바람직한데, 만약 그런 것이 없다면 그것을 입증할만한 성과를 데이터로 만들어내는 수밖에 없다. 그만큼 일이 많아지는 것이다.

강의를 하는 사람들 사이에는 이런 말이 있다. 지식을 전달하는 사람은 하수(下手), 자신의 경험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중수(中手), 청중이 듣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고수(高手)라는 말이다. 어디서 들은 이야기, 책에 있는 이야기,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은 가장 낮은 단계에 있는 사람으로 주로 ‘~카더라’ 통신에 의존한다. 중수는 자신이 경험한 사례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자신의 이야기는 잘 풀어내지만 청중들이 느끼는 상대적인 울림은 적다. 반면 고수는 상대방이 공감하고 고개를 끄덕거리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다. 듣는 사람들로 하여금 ‘맞아 맞아’하며 박수를 치게 만드는 사람이 고수이다. 김창옥 씨의 강의가 재미있는 이유는 그가 말을 유머러스하게 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의 말을 듣다 보면 절로 고개가 끄덕여 지기 때문이기도 하다.

차별화도 무척 중요한 요소이다. 저자가 쓰는 글의 내용은 기존에 존재하는 수많은 책들과 달라야 한다. 세상에는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많기에 내가 쓰고자 하는 내용과 비슷한 내용이 이미 어딘가에서 책으로 나와 있을 수 있다. 책을 쓸 때는 자신의 책에서만 볼 수 있는 차별화 포인트를 담아야 한다. 그리고 이 차별화 포인트가 출판사에게 매력적으로 어필되어야 한다.

출판사는 한 권의 책을 내기 위해 적어도 2,000만 원에서 4,000만 원 혹은 그 이상의 금액을 투자한다. 흔히들 차 한 대 값을 투자한다고 한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되는 출판사는 이보다 더 많은 금액을 투자한다. 이렇게 적지 않은 금액을 투자해서 책을 만들었는데 독자들의 반응이 좋지 않으면 고스란히 손실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출판사에서 제일 먼저 고려하는 것은 저자가 쓴 내용이 상업적으로 가치가 있는가 하는 것인데, 기존에 존재하는 책들과 다르며 그것이 매력적인가를 가지고 주로 판단한다. 책의 주제, 구성, 내용, 콘셉트, 전달방법 등이 어떤 것이든 기존의 책과 차별화되는 요소가 담겨있어야 하고, 그것들이 독자들에게 통용될 수 있다고 판단이 되어야만 출판을 하려고 할 것이다.

저자의 브랜드나 인지도도 중요하다. ‘저자가 이 분야의 전문가인가, 저자가 사회적으로 이름난 사람인가, 저자가 특정 주제의 글을 쓸 만큼 경험과 성과가 충분한 사람인가?’ 하는 것도 출판사에서 출판 여부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다. 유시민 씨나 혜민 스님 같은 분들이 쓴 책은 어느 출판사에서나 환영받을 수 있지만 책을 한 번도 내지 않는 사람이 전문성 있는 책을 낼 경우 다소 의심 섞인 눈초리를 받을 수 있다.

내가 쓴 『처음 만나는 뇌과학 이야기』는 이미 5쇄를 찍었고 그로 인해 방송활동도 꽤 했으니 성공한 편이라고 할 수 있지만, 뇌 과학과 전혀 무관했던 나의 커리어로 인해 수 없이 출판을 거절당해야만 했다. 뇌과학을 전공한 것도 아니고 뇌과학 분야에서 종사한 것도 아닌데 그런 사람이 쓴 글을 사람들이 읽어줄지 확신할 수 없다는 것이다. 물론, 콘텐츠가 충분히 매력적이라면 저자의 브랜드가 그리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실제로 요즘에는 너무나 평범한 사람들이 쓴 책이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중요한 것은 저자가 가진 이야기를 독자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풀어내는 것이므로 글에 대한 저자의 지식이나 경험, 성과는 여전히 중요한 요소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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