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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셉트 정하기와 유사 도서 살펴보기

저자의 무기, 주제와 콘셉트(4)

by 양은우

‘한마디로 뭐라고?’, 콘셉트 정하기


엄밀하게 말해서 주제라는 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보다 중요한 것은 콘셉트이다. 콘셉트가 무엇이냐에 따라 출판사나 독자가 관심을 가질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기획력’을 주제로 한 책은 이미 수도 없이 시중에 나와 있다. 왜 그렇지 않겠는가? 기획이란 직무 자체가 이 세상 사람들 누구에게나 필요한 데다 그 분야의 내로라하는 전문가도 많으니 그만큼 책이 많은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획력을 다루는 책은 꾸준히 세상에 얼굴을 내밀고 있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책마다 주제를 다루는 방식이 조금씩 다르다. 그것이 바로 콘셉트다.

콘셉트란 저자가 쓰고자 하는 책의 내용을 한마디로 압축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책이 가진 색깔이다. 흔히 연예인들이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 '콘셉트'를 잡기 위해 노력한다는 말을 듣곤 한다. 예전에 무한도전이 한참 전성기를 구가할 때 박명수 씨는 ‘버럭’하는 ‘호통개그’로, 정준하 씨는 ‘바보’ 이미지로, 노홍철 씨는 ‘사기꾼’이나 ‘돌+I’로 자리매김을 했다. 그 사람 하면 ‘아!’하고 떠오르는 이미지가 콘셉트인데 연예인들은 이런 것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방송생명이 좌우될 수 있다.

출판사에서도 관심을 갖는 것은 주제가 아니라 주제를 전달하려고 하는 콘셉트다. 그러기에 콘셉트가 불명확한 책이라면 출판사의 관심을 끌기 어렵다. 물론 독자들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내가 쓴 『나는 회사를 떠나지 않기로 했다』의 콘셉트는 무엇일까? 한 동안 ‘욜로(YOLO)’나 ‘워라벨’과 같은 말이 유행하면서 너도 나도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떠나는 시기에 왜 이 책은 회사를 떠나지 말라고 하는 것일까? 이 책에서 주장하는 것은 이렇다.

직장인들은 미래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자기 계발에 시간과 노력을 들이지만 자기 계발은 현재 하고 있는 일과 멀어지게 만들고, 그것을 통해서 세상에 나와 당당히 버텨 나갈 수 있는 전문역량을 키우기에는 한계가 있다. 차라리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 자신이 하는 일에 전문역량을 키우고 그것을 통해 자기 전문화를 이루는 것이 두려운 미래를 대비하는 최선의 길이다. 그러므로 자기 계발은 잊고 지금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해 전문가가 되어라. 그리고 준비가 되었을 때 당당하게 직장을 떠나라.

다소 길어 보이긴 하지만 이것이 이 책에서 주장하고자 하는 핵심 내용이며 콘셉트라고 할 수 있다. 조금 더 줄이면직장인들이여, 자기 계발은 잊고 자기 전문화에 몰두하라!이다. 이것만 들으면 이 책이 어떤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콘셉트가 명확할수록 독자에게 전달하는 메시지가 분명해질 수 있으며 출판사의 관심을 끌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나의 색깔을 분명하고 선명하게 담아야 한다는 것이다. 세바시(세상을 바꾸는 시간)를 만든 개그맨 오종철 씨는 자신을 '소통테이너'라고 말한다. 소통과 엔터테이너의 합성어로 그가 처음 만들어낸 말이다. '즐겁게 소통할 수 있는 사람' 또는 '즐겁게 소통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사람' 정도로 해석할 수 있겠는데 그 사람에 대한 색깔이 분명히 담겨 있다. 이처럼 책에도 저자의 색깔이 분명하게 드러나야 하는데 이것이 콘셉트 속에 녹아들어야 한다. 그 색깔이 선명하면 선명할수록 독자에게 각인되는 효과도 커질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과거에 진행했던 책 쓰기 강의에 각종 장신구를 포함하여 개인의 옷 입는 스타일을 컨설팅하는 분이 오셨다. 이 분이 처음 얘기한 책의 콘셉트는 '사람들에게 옷 입는 방법을 코치해주는 책'이다. 그런데 이렇게 얘기하면 비슷비슷한 책도 너무 많고 무엇이 다른지 알 수 없다. 위에서 얘기한 내용을 담아서 조금 더 구체화해보면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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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콘셉트를 구체적으로 적어보면 누구를 대상으로, 어떤 차별화된 내용을, 왜 전달하려고 하는지 저자의 색깔이 보다 선명하게 드러날 수 있다. 어느 쪽에 더 호기심을 느끼는가? 콘셉트가 저자만의 분명한 색깔을 드러내려면 기존 유사 도서와 차별화되는 내용이 무엇인지 반영되어야 한다. 이 콘셉트가 매력적이면 매력적일수록 출판사의 관심을 끌어당길 수 있다.

이렇게 말해도 지금까지 한 번도 책을 써보지 않은 사람들은 여전히 어려움을 느낄 수 있다. 그렇다면 다음 절차를 한 번 따라보자.

먼저, 나의 독자들은 누구인가?

둘째, 그들은 무엇을 원하는가?

셋째, 나는 그들을 위해 무엇을 해줄 수 있는가?

넷째, 내가 줄 수 있는 것을 한마디로 압축하면 무엇이라 할 수 있는가?

이 책으로 예를 들어보자.

먼저, 나의 독자는 책을 쓰고 싶어 하는 예비작가나 한 두 권의 책을 냈지만 여전히 책 쓰기에 대해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다.

둘째, 예비작가나 초보 작가는 주제 선정에서부터 제목 짓기, 목차 정하기, 내용 구성하기 등 글쓰기에 관한 전반의 내용에 대해 자신이 없고 어려워하며 투고 이후의 출판 프로세스에 대해 궁금해한다. 따라서 이런 내용의 지식이나 스킬, 노하우를 얻고 싶어 한다.

셋째, 나는 예비작가나 초보 작가들에게 읽으면서 따라 함으로써 주제와 목차, 내용을 보다 쉽게 쓸 수 있도록 하고 자신감을 심어주는 책을 쓰려고 한다. 또한 저자들이 궁금해하는 출판 프로세스와 단계별로 해야 할 일에 대해 조언하고자 한다.

넷째, ‘어렵지 않게 책을 쓸 수 있도록 도와주는 키다리 아저씨’

‘키다리 아저씨’라고 하면 누구나 보이지 않게 자신감을 심어주고 역경을 헤쳐 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대놓고 드러내지는 않아도 은근 ‘나도 키다리 아저씨가 있었으면…’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그래서 ‘책 쓰기의 키다리 아저씨’라고 하면 왠지 책을 쓰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있다. 만일 이 책이 출판되기로 결정된다면 콘셉트는 ‘책 쓰기의 키다리 아저씨’로 될 것이다.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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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펴보면 콘셉트에는 책의 주제와 대상 독자, 목적,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 등이 담겨 있음을 알 수 있다. 간단하면서도 저자가 쓰려고 하는 책의 내용을 핵심만 요약하여 전달할 수 있다. 이것이 명확하면 나중에 출판사와 커뮤니케이션할 때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예시적으로 앞에서 도출했던 주제들에 대해서도 콘셉트를 정리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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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여기 정리한 내용들은 이미 책으로 나왔거나 출판을 위해 편집과정에 있는 것들이다. 이 예시들을 보며 자신이 쓰고자 하는 주제에 대해 차별화된 콘셉트를 정리해보면 자신이 쓰려고 하는 내용이 보다 구체적으로 손에 잡힐 것이다.

콘셉트가 분명해지면 이제 비로소 책을 쓸 준비가 된 것이다. 책을 쓰는 과정 중 가장 어렵고 시간이 많이 걸리는 단계가 주제를 정하고 콘셉트를 설정하는 단계이다. 전체 과정이 100이라고 한다면 주제와 콘셉트를 명확히 하는 단계가 30 정도? 생각이 오락가락하기도 하고 때로는 자신이 없어지기도 하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기도 하지만 이 고비를 넘기고 나면 그다음부터는 글 쓰는 일이 조금 더 빠르게 진도를 나갈 수 있다. 그러니 너무 서두르지 않고 자신의 주제와 콘셉트를 정하는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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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사 도서나 경쟁 도서 살펴보기


쓰려고 하는 책의 주제와 콘셉트를 확정하기 앞서 한 가지 더 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유사 도서 혹은 경쟁 도서를 주의 깊게 살펴보는 일이다. 출판사와 독자는 기존에 출판된 책과 다른, 색다른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을 보기 원한다. 그러므로 책을 쓰기에 앞서 내가 쓰고자 하는 내용과 유사한 내용을 담은 책은 없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유사 도서나 경쟁 도서를 살펴보는 목적은 두 가지 정도이다. 우선은 같은 주제를 가지고 저자는 어떤 콘셉트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갔는지 살펴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 콘셉트를 전달하기 위해 어떤 내용들을 담고 있는지 목차와 함께 주요 내용을 살펴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리더십에 관한 책이나 인간관계에 관한 책들은, 주제는 모두 리더십으로 동일하지만 리더십 중에서도 어떤 영역을 부각하고 강조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책이 될 수 있다. 어떤 책은 삼국지에 등장하는 세 영웅, 유비, 조조, 손권을 통해 리더십을 설명할 수도 있고, 어떤 책은 운동경기에 비유하여 리더십을 설명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콘셉트와 내용, 이 두 가지는 모두 내가 쓰고자 하는 주제를 차별화시킬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기존 유사도서가 베스트셀러가 되었든 그렇지 않든 간에 이미 누군가가 쓴 책의 콘셉트는 상대적으로 매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누군가 이미 유비와 조조를 대비해서 리더십을 다루었는데 거기에다 손권 하나 더 끼워 넣는다고 해서 독자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을까? 그래서 특히 목차를 보면서 어떤 내용들이 담겨 있는지 분석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만일 내가 쓰고자 하는 내용이 기존의 유사 도서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과 비슷하다면 힘들게 쓴 나의 글은 아류 또는 'Me too' 정도로밖에 인식되지 않을 것이다.

유사 도서나 경쟁 도서를 살펴보기 위해서는 직접 서점이나 도서관에 나가 어떤 책들이 있는지 살펴보는 것도 좋고, 온라인 서점을 통해 유사 도서를 검색해 보는 것도 좋다. 가급적이면 대형 서점에 나가 어떤 책들이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온라인에서 목차만 보고서는 책의 내용을 명확히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조심해야 할 것은, 대부분의 책들이 제목에서 주제를 노출하기는 하지만 주제와 다른 제목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므로 제목만 검색해보고 내가 쓰려고 하는 주제와 일치하는 책은 없다는 안이한 생각은 버리는 것이 좋다.


주제와 콘셉트 점검하기


아주 긴 프로세스를 거쳐 주제와 콘셉트가 확정되었다. 전장에 나가는 장수로서 확실하게 무기를 손에 넣은 것과 다를 바 없다. 이제는 그 무기만 들고 출판사와 독자라는 관문을 뚫어야만 한다. 그렇다면 과연 손에 든 무기가 출판사와 독자라는 관문을 뚫을 수 있을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물론 무기가 통할지 안 통할지는 실제 전장에 나가봐야만 알 수 있겠지만 사전에 그 점검 여부를 체크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l 출판사 입장에서 점검해보기

먼저 1차 관문인 출판사의 입장에서 주제와 콘셉트를 점검해 보자. ‘조바심을 버리면 인생이 행복해진다’는 주제가 출판사 입장에서 매력적인지 여부를 점검해보면 출판사라는 관문을 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앞서 언급했지만 출판사는 철저하게 상업적인 관점에서 바라본다. 과연 이 글이 돈이 될 것인지가 중요하다. 그러므로 주제와 콘셉트를 선정했다고 해서 바로 글쓰기에 들어갈 것이 아니라, 출판사의 관점에서 내가 고른 주제와 콘셉트가 적당한지 한 번 점검해보는 것도 바람직하다.

저자가 쓰고자 하는 글에 흥미를 나타내는 사람은 명확히 누구인지, 그 사람들의 수는 충분하여 시장이 형성될 것인지, 그렇다면 그 규모는 얼마나 될 것인지, 기존에 유사한 서적들과 차별화 포인트는 있는지, 영업과 마케팅 포인트는 분명한지 등을 출판사 관점에서 미리 체크해 보는 것이다. 다음은 조바심이라는 주제에 대한 점검 내용이다.

table17.png [예시적인 것이므로 참고만 해 주세요. 실제로 쓴 내용은 다릅니다]

이 내용들도 저자의 주관적인 판단에 따르지만 가급적 타당성 있는 분석이 이루어지면 좋다. 이렇게 정리한 내용을 바탕으로 조바심이라는 주제로 글을 쓰는 것이 괜찮을지 여부를 판단해볼 수 있다. 물론 이렇게 해도 예상과는 상당히 빗나갈 수 있다. 하지만 내용이 맞고 틀리고를 떠나서 정해진 주제로 글을 쓰기에 앞서 출판사 입장을 헤아려보려 한다는 것이 큰 의미가 있을 것이다. 아래에 여러분이 선정한 주제의 내용을 채워 넣어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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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 독자 입장에서 점검해보기


출판사 입장에서 주제와 콘셉트를 점검하고 나면 2차 관문인 독자 입장에서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최종적인 선택은 저자나 출판사가 아닌 독자의 입장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독자 입장에서의 점검은 주제와 콘셉트 확정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내용을 바탕으로 독자 입장에서의 주제에 점검 요소를 생각해보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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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저자가 도출해낸 주제와 콘셉트에 대해 출판사와 독자 입장에서 소구점을 정리해보면 상대적으로 내가 쓰고자 하는 글이 실제 경쟁력이 있을지 여부를 미리 가늠해볼 수 있다. 물론 이 내용이 다분히 주관적인 탓에 이미 콩깍지가 낀 저자의 입장에서는 잘못된 판단을 내릴 수도 있겠지만 나름대로 의미 있는 작업이기도 하다. 이 내용들은 원고가 완성된 후 혹은 출판 기획서를 작성할 때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자 이제 모든 것이 끝났다. 마지막으로 종합적인 관점에서 한 번 더 점검해보자. 저자의 입장에서 이 주제로 책을 쓰는 것이 가능할지 체크해 보는 것이다. 모든 질문에 대해 솔직하게 답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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