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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제목 정하기

목차와 제목 정하기(4)

by 양은우

책 제목 정하기


어쩌면 목차를 정하기 전에 주제나 콘셉트가 정해지면 제목 먼저 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할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제목 먼저 정해도 괜찮고 목차 먼저 정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둘 다 책이 나올 때까지 끊임없이 수정되는 부분이므로 말이다.

제목을 목차보다 늦게 언급하는 이유는, 제목 짓는 것이 그리 쉽지 않기 때문이다. 어쩌면 책을 출판하는 단계에서 가장 어려운 것이 제목 정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게다가 저자가 정한 책의 제목은 어디까지나 가제(假題) 일뿐 출판사와의 편집 단계에서 수도 없이 바뀔 수 있다.

왜 그럴까? 제목은 책의 생명을 좌우하는 가장 큰 요소이다. 특히나 요즘의 트렌드는 더욱 그렇다. 예전처럼 꼼꼼하게 내용을 들여다보고 비교한 후 책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제목이 끌리면 집어 들고 본다. 좋은 책도 제목이 흥미롭지 않으면 사람들은 읽고 싶어 하지 않는다. 이 원고를 책으로 만들 때 제목을 ‘키다리 아저씨, 책 쓰기 좀 도와주세요’라고 하는 것과 ‘책 쓰기의 정석’이라고 한 것과 어떤 차이가 있는가? 전자는 ‘오, 이거 뭐야?’하며 집어 들고 싶은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지만, 후자는 고리타분하고 딱딱한 느낌이 든다. 그만큼 제목은 독자들의 구매에 큰 영향을 미친다. 특히나 요즘은 더욱 그렇다. 베스트셀러에 오른 책들 중에는 제목 덕을 본 책들이 꽤나 많다.

이 원고를 쓰면서 참고하기 위해 몇 권의 책을 구입했다. 『책 쓰기가 이렇게 쉬울 줄이야』, 『작가를 위한 집필 안내서』, 『출판사 에디터가 알려주는 책 쓰기 기술』 등이 있다. 이 외에도 살펴본 책들이 많지만 이 세 권만 예를 들어보자. 제목만 봤을 때 세 권의 책 중 어느 것이 가장 읽고 싶은가? 아마도 제일 첫 번째 책일 것이다. 제목만 보면 책 쓰기가 무척 쉬울 것 같고 따라 하기만 하면 뚝딱 한 권의 책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 같다.

그다음으로 끌리는 것은 세 번째 책이다. 이것도 다소 테크니컬하고 딱딱한 느낌이 들지만 두 번째 것보다는 훨씬 낫다. 두 번째 책은 전문서적이나 대학교재 같은 느낌을 준다. 내 생각일 뿐이지만 공교롭게도 판매 순위도 내 말과 동일하다. 첫 번째 책은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세 번째 책은 베스트셀러라고 하기에는 좀 부족하지만 어느 정도 팔린 듯하고, 두 번째 책은 그보다 못하다. 개인적으로 내용은 세 번째 책이 가장 좋고, 두 번째 책이 그다음, 베스트셀러에 오른 첫 번째 책은 저자보다는 기획자들에게 더 어울릴만한 책이 아닐까 싶다. 아무튼 이 세 권의 책이 서로 다른 결과를 얻게 된 것은 제목의 힘이 크다고 본다.

제목이 중요한 이유는 그것이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저자의 메시지를 첫눈에 심어 주기 때문이다. 입사 면접에서 채용되는 사람들의 상당수는 첫인상에서 좋은 점수를 받은 사람들이다. 사람은 상당히 이성적인 존재인 것 같지만 감성적이고 감정적인 존재이기도 하다. 인간의 의사결정에는 반드시 감정이 개입하게 되어 있다. 옷을 살 때 마음에 드는 옷, 음식을 주문할 때 먹고 싶은 것을 고르는 것처럼 책을 살 때도 ‘끌리는 것’을 집어 들게 마련이다. 그래서 제목은 사람들로 하여금 흥미와 호기심을 가질 수 있게 지어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지나치게 호기심만 강조해서는 안 된다. 그런 책을 우리는 껍데기라고 부른다. 그럴듯해서 집어 든 책이 알맹이가 없는 것을 얼마나 많이 봐 왔는가? 집에 냄비 받침으로 사용되는 책이 많이 있지 않은가? 제목은 독자들의 관심을 끌어당길 수 있도록 눈에 띄되 지나치게 자극적이지 않아야 한다.

제목을 정할 때 또 하나 고려해야 할 것이 있다. 글의 제목을 알고 읽는 것과 모르고 읽는 것은 이해도에 있어 두 배의 차이가 난다는 말이 있다. 제목을 알고 읽으면 글 내용에 대한 이해가 훨씬 쉽고 빠르다는 것이다. 따라서 책의 제목은 저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가 분명하게 드러나게 정해야 한다. 무조건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자극적으로 한다고 해서 책 내용과 무관한 제목을 짓는다면 그 책을 열어본 사람들은 실망에 빠질 것이다. 어쩌면 저자가 우리나라 출판시장의 침체에 한몫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런 책을 읽은 사람들은 ‘두 번 다신 책 안 사본다’라는 결심을 할지도 모르니 말이다.

정리하자면, 책의 제목은

• 주제와 콘셉트를 드러낼 수 있어야 한다

• 독자의 호기심을 끌어당길 수 있어야 한다

• 독자로 하여금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게 해야 한다

• 지나치게 자극적이어서는 안 된다

이러한 조건에 잘 부합하는 책이 아마도 채사장이 쓴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이 아닐까 싶다. 참 잘 지은 제목이란 생각이 든다. 이 제목을 보면 ‘깊이는 없어요. 폭넓은 분야의 주제를 다루고 있어요. 그러나 어느 정도 수준 있는 대화를 나누기에는 좋아요’하는 저자의 의도가 담겨 있는 것 같다. 독자의 입장에서 볼 때도 흥미롭게 느낄 수 있다.

이 원고를 책으로 낼 때의 제목은 『키다리 아저씨, 책 쓰기 좀 도와주세요!』로 할 생각이다. 이 책을 쓰는 동안 생각한 가제(假題)이다. 만약 이 글이 책으로 나온다면 이 제목이 살아남을지 모르겠다. 만약 제목이 다르다면 어떻게 달라졌는지 비교해보는 것도 즐거움이 될 수 있겠다. 아무튼, 여기서 ‘책 쓰기’는 이 책의 주제이다. ‘키다리 아저씨’는 콘셉트를 나타낸다. ‘도와줘요’라는 단어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을 얻는다. 지나치게 자극적이지도 않다. 호기심을 느낄 수 있을까? 그랬으면 좋겠다, 제발!

사람들의 관심사를 고려하는 것도 중요하다. 요즘에 인기 있는 책은 워라벨, 욜로(YOLO), 살고 싶은 대로 살기, 소확행 등과 관련된 것이다. 그러다 보니 직장생활 열심히 하고, 꾸준히 자기 계발하고… 등의 이야기는 별로 인기가 없다. 비록 읽어보면 모두 맞는 말이지만 사람들이 그런 책을 읽으면서 ‘꼰대’ 같은 느낌을 받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쓴 책 『나는 회사를 떠나지 않기로 했다』는 제목이 판매실적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다들 한 번뿐인 인생,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떠나자고 하고 책을 읽는 사람들도 온통 관심이 그곳에만 가 있는데 회사를 떠나지 않겠다니…. 사람들의 호기심을 끌어 모으기에는 한계가 있었을 것 같다. 전철을 타고 가다가 아무 의미 없이 예시적으로 던진 것인데 당시 출판사 대표가 강하게 ‘꽂히는’ 바람에 결국 바꿀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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