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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뚜루 Apr 16. 2022

누군가의 경험을 돈 주고 사는 순간

"내가 가장 절망적이었을 때, 나는 가장 좋아하는 영화를 3초마다 캡처한 후 한 달 동안 모든 장면을 그린 적이 있다."


ㅡ고?! 작가의 이런 경험이라면 이 책을 안 살 수가 없지. 지금 당장 구매각이다!

웹툰 <닥터 프로스트>를 완결한 이종범 만화가의 책 <웹툰을 그리면서 배운 101가지>를 서점에서 시큰둥하게 들척이다 내려놓으려는 순간, 펼쳐진 페이지.


3초마다 캡처한 장면을 한 달 동안 그렸다는 문장을 보자마자 책을 집어들고 계산대로 달려갔다. 내가 이 책을 안 사려다 사게 된 결정적인 이유였다. 그런 내밀한 경험을 나에게 말해주었으므로 온당한 값을 치러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나는 영화 각본을 필사한 적은 있지만, 장면을 그려본 적은 없다. 그러나 100분짜리 각본 하나를 필사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과 엉덩이의 힘이 필요한지는 똑똑히 알고 있다.


3초마다의 장면을 그려봤다는 경험은 마치 "웹툰 콘티 짜기 어렵지? 이런 방법도 있어!" 하고 친근하게 말을 걸어주는 느낌이어서, 그런 경험을 나눠준 작가가 고마웠다.

동시에, 누군가가 기꺼이 돈을 지불하고 싶어하는 '그런 경험'이 나에게는 있는가? 를 돌아보게 된다. 나에게는, 있나? 그 경험은 얼마짜리 가치를 지녔나?


내돈내산내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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