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뚜루 Aug 05. 2021

나의 자존감은 어떻게 올라갔나

작은 목표 세우기

"난 나에 대해서 불만이 많다."


제목 콤플렉스. 초등학교 6학년 때 쓴 일기의 첫 문장이다. 자존감이라곤 0.01도 찾아볼 수 없는 어느 초딩(나야, 나ㅋㅋ)의 신세 한탄은 자기 외모 비하로 이어지는데...

키 작고 얼굴도 거무스름하고 얼굴도 그지 같이 못 생겼다. 거울만 보면 난 짜증이 난다...



저때 나한테 뭔 일 있었니?ㅋㅋㅋ 지금은 자존감이 기고만장에 지구 대기권을 뚫을 지경이라, 저때의 소녀 감성이 낯설게 느껴졌다.


엄마에게 물었다. 쟤(난데) 왜 저러냐고. 그랬더니 답문이 왔다.

그땐 아빠 교통사고 나고 소제동 달동네 살고  돈도 없고 다 우리 식구가 힘들었어.  생활이 그러니  더 그랬겠지.


그랬을 수도 있겠구나 싶었지만, 그래도 저 정도까지? 저렇게까지  자존감이 바닥이었다고? 곰곰이 생각하는데 역질문이 떠올랐다. 나의 자존감은 어떻게 올라갔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아주 작은 성공의 경험들이 차곡차곡 쌓여서 지금의 나를 만든 것 같다. 중학교 3학년 때 인문계냐 실업계냐를 놓고 갈림길에 섰을 때 막연히 "인문계 고등학교에 가고 싶다"고 생각했고, 평소 하지도 않던 공부를 겨우겨우 해서 턱걸이로 인문계에 진학했다.


태생이 호모루덴스(유희를 추구하는 인간)인 나는 가까스로 들어간 고등학교에서 또 다시 펑펑 놀았고 수학 100점 만점에 17점, 모의고사 400점 만점에 100점대라는 훌륭한 성적표를 얻었다^^ 그런데 펑펑 노는 주제에 양심은 없어서 대학은 서울로 가고 싶었다. 그리하여 고2 때부터 다시 집중, 고3 땐 전교 50등 안에 들게 되었다.


나의 목표는 내로라 하는 명문대가 아니었다. 오로지 A대 언론정보학과! 한 곳뿐이었다. 왜냐하면 아무리 뒷심을 발휘한들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니까^^(명문대 따윈 쏘 쿨, 하게 포기). 내가 미친듯이 몰입해서 가장 잘 갈 수 있는 학교는 저기뿐이다!  돌격하라!!! 하여 A대에 입학했다.



늘 목표를 크지 않게 잡아왔던 것 같다. 허황된 계획이나 목표가 아니라 지금의 내가 부단히 노력하면 성취할 수 있을 법한 적당한 목표들로 삶을 꾸렸다. 취업도 그랬다. 날고 기는 대기업이 아니라 이 정도의 회사면 노력해서 입사할 수 있겠다. 삼우실 인스타툰을 만들 때도 처음엔 팔로워 100명이 목표였다가 그 담엔 500명이 목표였다가 하는 식으로. 


그런 크고 작은 성공 경험들이 쌓이는 동안 어느 새 자존감은 쑤욱 올라가 있었다.


어? 이게 되네?

어? 내가 해냄!


만약 이 글을 보는 누군가가 자존감이 바닥인 상황이라면 아주 작은 목표 하나를 세워보시길 조심스레 권한다.


오늘 영화 보기

나에게 선물 하나 하기

화분에 물 주기

매일 글쓰기 등등

작은 목표와 실천이 큰 성취감으로 돌아올 ..!


최근 내 목표는 글이다. 브런치에 주 5일 글을 올리겠다 결심했고 2주째 실천하는 중이다. 이게 되네? 내가 해냄!^^  나는 때때로 글을 놓아버리지만 글은 절대 날 버리지 않는다는 걸 알기에 오늘도 글을 쓴다. (100명의 구독자 여러분 정말 고맙습니다. 제 삶을 읽어주셔서♡)

.

.

.

** 그지 같이 못 생겼다고 신세 한탄하던 꼬마는 20여년 후 이렇게 성장했다고 한다.

출처: 한국콘텐츠진흥원 N콘텐츠 11호 (삼우실 작가로 인터뷰 했던 2019년 여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