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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뚜루 May 23. 2024

회사가 판을 안 깔아주면 내가 판을 깔면 되지

회사가 판을 안 깔아주면 내가 판을 깔면 되지.


언젠가부터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기회가 없으면 기회를 만들면 되지, 라는 생각으로 몸과 마음을 바지런히 움직여왔다. 내가 원하는 일과 회사가 나에게 기대하는 일이 늘 일치할 수는 없는 일이므로, 삼우실 웹툰을 내려놓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닥쳤을 때 나는 결심했다. 회사에서 못 하면 내가 개인적으로 하면 되지. 그렇게 만들어진 게 웹툰 꽈따와 구갈이다. 네이버웹툰 정식연재 작품도 아니고 그저 베스트도전에, 인스타툰에, 올툰에 걸려 있기만 할 뿐인 이 만화가 나를 계속 좋은 곳으로 데려다준다. 나를 발견하고 알아봐 준 누군가로 인해 새로운 작품을 쓸 수 있는 동력을 얻었고 (비록 광탈했으나) 메이저 플랫폼에 투고까지 할 수 있었다. 나를 알아봐 준 또 다른 누군가로 인해 스토리와리얼리티 컨퍼런스라는 커다란 행사의 사회자로도 데뷔할 수 있었다. 마치 이어달리기를 하듯, 모든 일이 맞물려 연쇄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곧 책을 쓰게 될 것 같고, 의미있는 행사의 두 번째 사회자로 서게 될 것 같고, 전문가들이 모인 자리에서 하루 강연을 하게 될 것 같다. 인생에 가속도 구간이 있다면 지금이 아닐까.


회사가 판을 안 깔아주면 네가 판을 깔면 되지.


고민을 안고 있는 사람들에게 최근 이렇게 말해주었다. 회사가 당신의 열정과 진심을 받아낼 수 없는 상황이라면 기꺼이 당신 스스로 판을 깔아도 좋다고. 그리고 덧붙였다. 일을 통해 강력한 성취를 이루고자 하는 그 마음, 이른바 '일 욕심'은 아무에게나 찾아오지 않는 소중한 마음이라고.


아이러니하게도 그 마음에 혼을 불어넣는 일이 요즘 내가 회사에서 하고 있는 일이다. 굵직한 포럼 몇 개를 기획하고 있다. 혼자서 해낼 수는 없는 일이므로 여러 명과 얽혀 나가는 중인데, 여기에서는 내가 판을 깔아주는 주체가 된다. 어떻게 하면 판을 잘 깔아줄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나의 목표와 상대방의 목표를 일치시킬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나처럼 상대방도 즐겁게 일하게 만들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이 프로젝트가 상대방에게도 멋진 포트폴리오로 기억될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그 마음에 열정을 일으킬 수 있을까, 를 끊임없이 고민 중이다. 그러다 보면 특정한 단어에 가닿게 되는데,


그건 태도. 핵심은 태도라는 생각이 든다. 예의를 갖추는 것, 바른 언어를 사용하는 것,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 하는 '척'이 아니라 진짜 진심으로 대하는 것 등을 포괄하는 한 단어는 결국 태도이지 않을까. 마이크로소프트를 글로벌 시총 1위 기업으로 재도약시킨 사티아 나델라처럼, '자부심'으로 사람을 이끄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이 늦은 밤, 작업하러 카페에 와서는 이런 생각들이 허공에 흩어질까 봐 글로 꾸역꾸역 눌러 쓰고 있는 나 자신을 보고 있자니, 이런 생각이 든다. 나는 일에 대한 관점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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