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괴물 아니고 사람입니다

루카X아프간

by 김뚜루

출근길 페북 담벼락에서 지인의 글을 봤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일했던 적 있는 유엔 직원 K였다. 글의 첫 문장은 이랬다.


"아프가니스탄 동료들이 한국에 온다"


K에 따르면 기사에 나오는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은 단순한 남이 아니라 K가 현지에서 매일 같이 일했고 아프가니스탄을 가르쳐준 선생님과도 같은 존재였다.


동료.

그 끈끈한 단어를 보며, 나는 우리나라에 입국한 아프간인들이 남이 아니라 나의 지인인 것처럼 느껴졌다.



디즈니 픽사에서 만든 <루카>라는 영화가 있다. 바다에선 인어와 물고기를 합쳐놓은 형상으로 살지만, 으로 올라오면 인간으로 변하는 존재들에 관한 영화다. 마을 사람들은 그들을 '바다괴물'이라 부르며 괴물 사냥에 열을 올린다.


그 중심에 소년 루카알베르토가 있다. 바다에 사는 이 소년들은 인간의 모습으로 마을로 몰래 숨어 들어가 모험을 시작하는데, 그 과정에서 또래 소녀 줄리아와 바다괴물 사냥꾼인 그의 아빠를 만난다. 밥상에서 같이 스파게티도 먹고 같이 이야기도 나눈다. 루카와 알베르토가 인간의 모습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언더커버 장르가 으레 그러하듯 루카와 알베르토도 나중에 마을 사람들이 보는 한가운데에서 정체를 들키고 만다. 인간 루카가 아닌 바다괴물 루카를 바라보는 마을 사람들의 시선이 따갑고 험악하다. 누군가는 당장 작살을 꽂을 태세다.


그때! 내로라 하는 바다괴물 사냥꾼인, 줄리아의 아빠가 군중 틈에서 걸어나온다. 그리고 이렇게 외친다.


저 아이들이 누군지 압니다.
저 아이들은
루카와 알베르토입니다!!


모든 관념을 걷어낸 한마디. 그 대사가 주는 울림에 울컥했다. 아무리 바다괴물 사냥꾼이라 한들, 루카와 알베르토를 알게 된 이상 그에게 아이들은 이제 바다괴물이 아니라 아이들, 그것도 루카와 알베르토라는 고유한 이름을 가진 사랑스러운 아이들이었던 것이다.



이름으로 불리는 순간 타자는 더 이상 남이 아니다. 내가 아는 얼굴이 된다. 유엔 직원 K가 A의 이름을, B의 이름을 불렀을 때 나는 생각했다.


내가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이 오고 있구나.
아는 사람이 오는 구나.
저기, 사람이 오네.


여러 시선이 있다는 걸 안다. 생각은 다를 수 있다. 다만, 루카를 루카라는 이름으로 부를 때 우리는 훨씬 더 근사한 어른이 될 수 있다는 걸 얘기해보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