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로워 20만 명의 인스타툰을 만들 수 있었던 건 8할이 내 노오력과 열정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도 나에게 야근을 강요하지 않았고, 퇴근 후 집에서 일하라고 시키지 않았으며, 휴직 중 일하라고 채근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난 왜 제 발로 논두렁으로 뛰어나간 소처럼흥얼거리며 일을 했을까? 세상에 없던 오리지널리티 기획 6번째 글, 오늘은 무엇이 나를 일잘러로만들었나에 대해 생각해봅뚜루!
1. 상사의 한마디, "널 믿으니까"
내가 끔찍이 싫어하는 업무 소통방식이 '탑다운'이다. 기자들은 매일 또는 주간 단위로 어떤 아이템을 취재할지 부장에게 보고한다. 그런데 뉴스는 생물이라 나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반드시 다뤄야만 하는 현안이 있다. 혹은 다루지 않아도 되는데 굳이 부장 또는 그 윗선의 주관적인 판단으로 "그냥 짧게 하나 쓰자"는 식으로 업무를 할당받기도 한다. 하기 싫은 일도 억지로 해야 하는 게 회사원의 숙명이라지만 이런 탑다운 방식은 나의 뇌를 쪼그라들게 만들곤 했다. 흥이 나질 않으니 노트북 자판을 두드릴 맛도 나지 않았다. 이런 패턴이 반복되다 보면 어느새 머릿속을 꽉 채우는 생각은 하나뿐. 아, 빨리 퇴근하고 싶다...
그런데 인스타툰을 만들 때는 달랐다. 단 한 번도상사(기자 아님)가 관여한 적이 없었다. 웹툰 주제를 정할 때도, 업로드 시점을 정할 때도, 굿즈를 만들거나 이벤트를 할 때도, 심지어 브랜디드콘텐츠를 제작할 때도 이래라 저래라 간섭하지 않았다. 마치 "뚜루 너하고 싶은 거 다해^^" 이런 느낌이었달까. 다만 상사는방향성을 제시할 뿐이었다. 이런 트렌드가 있네? 이런 사업모델이 있네? 하는 식으로.상사는 나를 정확히 간파한 듯했다. 난 탑다운이 아니라 바텀업 체질이라는 걸ㅋㅋ(시키면 안 하는 스타일)
한번은 외부일정상 회사로 출근하지 않고 현장으로 바로 가겠다고 보고했는데 상사가 대뜸 하는 말. "그래.널 믿으니까^^" 엥? 아니 난 그냥 이동동선에 대해 보고한 것뿐인데?ㅋㅋㅋ 그런데 사실은 느껴졌다. 내 업무방식과 업무태도, 궁극적으로는 나 자신이존중받고 있다는 느낌. 아, 나 지금 잘하고 있구나! 인간의 주요한 욕구 중 하나가 인정욕 아니던가. 그리고가장 중요한 건, 상대방이 날 믿고 맡기니 쓸데없는감정 소비를 할 일이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덕분에 오로지 일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후배를 감정 쓰레기통으로 여기는 상사들은 반성하고 갑뚜루•_♡)
2. 인센티브
가욋일에는 반드시 보상이 필요하다. 보상해줄 돈이 없으면 정시퇴근이라도 보장해줘야 한다. 보상도보장도 없으면 일잘러는 떠난다. 인스타툰을 만들 때는 나름 보상책이 있었다. 바로 인센티브. 업무상 저작물인 인스타툰에 나의 글을 얹어 책으로 냈을 때 일부 인세를보장받았다. 출간 초반엔 통장에 몇백만 원 단위로 돈이 찍히기도 했다. (요새는......에휴.. 이하 생략ㅋㅋ)
기업 광고가 들어와서 브랜디드콘텐츠를 제작할 때도 수익의 일부(극히 일부)를 인센티브로 받았다. 그 액수가 아주 미미해서 가계에 그닥 보탬이 되진 않았지만 인센티브를 받는다는 사실 자체가 확실한 동기부여가 됐다. 사실 인센티브는 사규상 존재해도 사장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는데 그걸 끄집어내 현실화한 사람이 그 상사였다. 만약 내가 상사인데 보상도 보장도 해줄 수 있는 형편이 아니라면 한 가지 방법이 남아 있긴 하다. 바로 립서비스. 후배한테 짜란다, 짜란다! (잘한다 잘한다) 우쭈쭈 칭찬과 격려 정도는 해주는 센스?말 한마디가 일잘러를 좌우한다.
3. 내가 선호하는 상사
물론 그 상사 외에도 내가 모셨던 상사 중엔 같이 일하고 싶은 상사가 여럿 있었고 지금도 있다. 그런 선배들이 있었기에 내가 우리 회사 최초로 생리휴가를 쓸 수 있었고, 즐겁게 아이템 발제를 할 수 있었으며, 나도 나중에 저런 상사가 되어야지 하는 생각도 품어볼 수 있었다.
갑자기 글을 급마무리하는 이유는 내가 퇴근하고 집에 다 왔기 때문인데, 후속편을 원하시면 내가 겪은 상사썰을 더 풀어보도록 하겠다. 그럼 이만.. 뚜루즈백(•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