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어서인지 아이를 키워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좀 물러졌다. 예전 같으면 아니어떻게 그래? 자, 싸우자! 하며 달려들었을 텐데 요새는 그래 그럴 수도 있지, 하며 꾸불텅 넘어가버리곤 한다.
#1
한 달 전쯤 회사 높으신 분으로부터 카톡이 왔다. 뭐 특별한 건 아니고 그분이 요새 꽂히신 이슈에 관한 기사 링크였다. 뭐 링크 보낼 수도 있지. 그런데 문제는 아직 출근하기 전이었다는 것이다. 평소 같았으면 아니 왜 업무시간도 아닌데 카톡을 보내? 핏대를 세웠을 터. 그런데 그분의 캐릭터와 그 의도를 알기에 맥락상 이해가 되었다. 그래, 그럴 수도 있지. (라고 생각하면서 카톡은 읽씹함ㅋㅋㅋㅋ)
#2
어떤 분과 식사를 하기로 했다. 약속장소에 먼저 도착해 기다리고 있는데 문자가 왔다. 지하철이 막혀서 좀 늦으신다고... (무슨 사고 난 것도 아닌데 지하철이막힌다는 논리는 첨 들어봄?ㅋㅋㅋ) 나에게 빅재미를 선사하셨기에 이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그래, 지하철이막힐 수도 있지.
#3
3살 막내(3호)가 생떼를 쓰더니 급기야 내 허벅지를 물었다. 악! 애미의 외마디 비명. 다른 사람을 물면 안 되는 거야! 단호한 어조로 어른답게 훈육을 했다. 그리고 생각했다. 그래, 아직 3살 아기인데 그럴 수도 있지. 언젠간 짐승에서 진짜 사람 되는 날이 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