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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뚜루 Jan 27. 2022

접힌 죽음

삶이 무료해지거든

누군가 그랬다. 삶이 무료해지거든 한국산업안전공단 누리집에 들어가보라고. 거기엔 사망사고 속보가 띠처럼 길게 이어진다고. 삶이 무료한 건 아니었지만 그 죽음을 알고 싶어서 누리집에 들어갔. 그 누군가가 말한 것처럼 빨간색 경광등 아래 죽음의 행렬이 지나가고 있었다.


[1/26] 광주 굴삭기와 지면 사이 끼임
[1/25] 안성 PC슬래브 설치작업 중 떨어짐
[1/25] 횡성 벌목작업 중 벌도목에 흉부 맞음


나는 빠르게 흘러가는 이 사고사망속보가 사고로 인한 사망 속보만 다루는 것인지, 아니면 불행 중 다행으로 목숨만은 건진 사고속보를 포함하고 있는 것인지 알고 싶었지만 분별해내진 못했다. 어쩌면 사망속보란 걸 알면서도 사망이 아닌 사고도 있지는 않을까 마음속으로 바라고 있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글줄 하나로 요약된 죽음에서 나는 죽어가는 사람이 마지막으로 뱉었을 악, 으악, 아차, 헉 하는 소리들을 듣는다. 그때 그 장면에서 스페이스 바를 눌러 화면을 일시정지하고. 10초전, 20초전, 1분전, 10분전으로 뛰어 들어가서. 그 사람을 화면 밖으로 빼내는 상상을 한다. 하마터면 큰일날 뻔했어요, 하는 안도의 말을 읊으면서.


오늘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다는데 더는 몸이 끼거나 떨어지거나 붇거나 깔리거나 터지는 일이 없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그 몸은 그 사람만의 몸이 아니라 그에게 속한 가족들의 몸이라는 걸 사업주가 마땅히 헤아려주길 바라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예의는 공단 홈페이지에 띠처럼 뜨는 죽음들을 결코 접어두지 않고 영영 펼쳐두는 것이라고 믿으면서, 아래 글을 잇는다.



https://m.hani.co.kr/arti/opinion/column/1028744.html#c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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