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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자까야 Apr 28. 2023

시간 관리로 다시 꿈을 꾸게 되다

8만6400의 가치를 아시나요?

학생을 대상으로 시간 관리 강의를 할 때 먼저 여러 제안을 한다.


1) “여러분, 제가 오늘 자판기 커피 한 잔씩 사려고 합니다. 대신 제 마음대로 여러분의 시간 4분을 써야합니다. 하나, 둘, 셋 하면 동의하는 사람은 머리 위로 동그라미, 아니면 손을 내려주세요. 하나, 둘, 셋!”

거의 대부분의 학생은 머리 위로 동그라미를 한다. 적어도 커피를 좋아하지 않는 친구들을 제외하고 말이다. 커피 말고 다른 것을 사달라고 하는 학생들도 몇몇 있다.


2) “그럼 다음으로 넘어갈게요. 여러분, 가고 싶은 여행지가 있나요? 여러분이 원하는 곳까지 제가 모셔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대신 제 마음대로 여러분의 2시간을 써야합니다. 동의하는 사람은 머리 위로 동그라미 표시 해주세요. 하나, 둘, 셋!”

어떤 학생은 바닷가로 데려다 달라며 무조건 동의한다고 했고, 어떤 학생은 2시간 동안 노예로 부려먹는 것이 아니냐며 의심하기도 했다.


3) “여러분, 더 강력한 제안을 드립니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차 페라리를 한 대 뽑아드리겠습니다. 대신 여러분 인생 59년을 제 마음대로 사용해야 합니다. 동의하는 사람은 머리 위로 동그라미 표시 해주세요. 하나, 둘, 셋!”

이 제안에 학생들은 누가 머리 위로 손을 올리고 있는지 서로 두리번거릴 뿐 아무도 자신의 59년을 비싼 자동차와 바꾸지 않았다. 손을 올렸다 내렸다하며 장난치는 학생들은 더러 있었다.


4) “마지막으로는 상황 설정을 해 볼게요. 지금 당장 가족이나 친구에게 8만 6400원을 빌려달라고 부탁 해보는 거예요. 서점에서 책을 구매하려는데 갑자기 결제할 카드에 문제가 생겼다고 말이에요. 과연 여러분은 가족이나 친구에게 돈을 빌릴 수 있을까요? 빌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은 머리 위로 동그라미 표시 해주세요. 하나, 둘, 셋!”

대부분의 학생들은 8만원이 작은 돈은 아니지만 책 구매를 위한 것이라고 하면 부모님이 용돈을 보내주신다고 대답했다. 대신 구매한 영수증을 보여드리거나 사진을 찍어서 인증해야 한다고 했다.


이렇게 학생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주고 난 뒤에는 2011년 개봉작 영화 ‘인타임’인트로를 보여준다. 다음은 영화 인트로의 내용이다.


‘시간이 없다. 왜 이렇게 됐는지 생각하는 시간조차 내겐 사치일 뿐, 유전자가 조작돼 25세에 노화가 멈춘다. 이후 우리에겐 고작 1년이 주어지고 시간을 못 벌면 죽는다. 시간이 곧 화폐다. 시간을 벌고 쓰는데 부자들은 영원히 살 수 있지만 가난한 우린... 난 그저 시간 걱정 없이 살고 싶을 뿐이다.’


영화 ‘인타임’의 인트로 내용을 보여주고, 다음은 주인공 윌의 일상생활을 보여준다.


⦁ 장면1 : 어제 3분이었던 커피 한 잔은 물가 상승으로 오늘 4분이 되었다. 어쩔 수 없이 4분을 지불하고 커피를 구매한다.

⦁ 장면2 : 윌의 엄마 레이첼이 윌에게 점심을 사 먹으라고 30분을 양도한다. (다음 장면)  레이첼은 윌을 만나기 위해 버스를 타려고 하지만 어제 1시간이었던 버스 요금은 2시간으로 올랐다. 레이첼에게 남은 시간은 1시간 30분, 윌을 만나면 시간을 내겠다고 버스 기사에게 애원했지만 규정상 버스를 타지 못하고, 2시간 거리의 집까지 뛰어간다. 레이첼을 기다리던 윌, 레이첼이 내려야하는 버스에서 내리지 않아 이상함을 감지한다. 둘은 서로를 향해 달려간다. 하지만 안타깝게 간발의 차이로 레이첼은 죽음을 맞이한다.

⦁ 장면3 : 엄마를 잃은 슬픔과 충격으로 이를 악물고 부자동네로 간 윌, 그리고 부잣집 파티에 초대받은 윌은 차를 한 대 구매하는데 차의 가격은 59년, 윌은 자신의 시간 59년과 추가로 세금을 지불한다.


이렇게 나는 학생들에게‘인타임’ 영화 내용 3개의 장면을 보여주고 다시 처음에 했던 이야기들을 언급한다.

“여러분, 제가 오늘 자판기 커피 한 잔씩 사려고 합니다. 대신 제 마음대로 여러분의 시간 4분을 써야합니다. 동의하는 사람은 머리 위로 동그라미 표시 해주세요.”

학생들은 모두 나를 집중하며 쳐다볼 뿐 아무도 머리 위로 손을 올리지 않는다. 그렇게 나의 강의는 본론으로 들어간다.


“4분이라는 시간의 느낌이 달라지셨나요? 달라졌다면 그 이유는 아마 돈의 가치를 시간으로 바꾸어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시간이 돈이었다면 아무런 대가없이 저에게 4분을 내어줄 사람은 없을테니까요. 제 이야기 중에 가족에게 8만 6400원을 빌릴 수 있냐는 것을 기억하시나요? 영화에서는 엄마 레이첼이 점심 값으로 아들 윌에게 시간을 양도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아무리 사랑하는 가족이어도 시간은 절대 빌려주거나 빌릴 수 없습니다. 그리고 내일을 담보로 미리 사용할 수도 없습니다. 가장 두려운 것은 아무 예고 없이 우리의 시간이 한 순간에 소멸될 수도 있다는 것이죠.

8만 6400원은 하루를 초 단위로 했을 때 1초를 1원으로 계산한 것입니다. 여러분의 하루, 24시간입니다. 여러분의 1초는 어떻게 사용되고 있나요? 친구가 사고 싶은 옷을 사는데 동행함으로써 친구에게 시간을 내어주고 있지는 않나요? 오늘에 기분에 따라 학원 대신 PC방으로 향하지는 않았나요?”


시간의 중요성을 설명해 주고 나면 아이들은 숙연해 진다. 그 모습을 볼 때면 나 스스로도 다시금 시간의 중요성에 대해 각성하게 된다. 사람들은 시간보다 돈에 더 가치를 두는 경향이 있다. 아마도 시간은 돈처럼 수치화하기 쉽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당신의 24시간은 어떠한가? 의식적으로 시간을 수치화 해보자. 내가 지금 쓰고 있는 이 시간은 얼마의 가치를 가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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